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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2.21 15:57:27
  • 최종수정2019.02.21 15:57:27
[충북일보] 어떤 나무꾼이 남의 산에 들어가서 겨울 땔감으로 솔방울을 줍고 갈비를 긁어모으고 있었다. 산 주인이 산 아래에서 고함을 친다. "남의 산에 나무를 하는 사람이 누구요? 빨리 나가시오!" 나무꾼은 '들켰구나, 큰일이다.' 하면서 그 자리에 앉아 낫으로 눈을 가렸다. 나무꾼이 나가지 않자 산 주인은 다시 고함을 친다. "이놈, 빨리 나가거라!" 말투가 격해지니, 나무꾼은 "저놈은 쇠를 뚫고 보나, 나는 보이지 않는데." 하면서 그 산을 나갔다.

1960년대만 해도 산에서 나무를 해서 난방을 하였기에 겨울에 본인 소유의 산을 지키는 것은 중요한 일과 중의 하나였다. 초등학교 시절 겨울방학이면 할머니는 나에게 오전, 오후 한 차례씩 우리 산에 가서 몰래 나무하는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숙제를 주셨다. 아버지가 가면 안면이 있는 나무꾼에게 나무를 더 보태서 보내기 때문이었다. 나도 산에 가서 동네 사람들을 만나면 나가 달라는 이야기하기가 곤란하여 산 아래에서 소리만 치거나, 가끔 반쯤 가다가 되돌아와서는 나무꾼이 없다고 했다.

바보 나무꾼 이야기는 지능이 낮은 바보의 우스개 이야기로만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진짜 바보는 지능이 낮은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언론을 통해 양심에 털 난 사람들의 보도를 접하면 이 이야기가 생각난다.

미투(me too) 운동으로 사회적인 이슈가 된 어느 정치인은 상호 동의한 성관계이므로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어느 운동선수 코치는 선수에게 과격한 말과 성적, 신체적 폭력을 행사하고도 일단 발뺌을 한다. 우리나라 문화·예술계의 거장이라고 알려진 시인도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동료 시인에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전임 대법원장이 사법 농단으로 구속되었다. 본인은 혐의를 전면 부인한다.

'땅콩회황', '물컵 갑질', '갑질 폭력', '관세법 위법 협의' 등 국내 굴지의 항공사 오너 일가의 만행은 끝없이 드러나고 있다. 당사자는 변호인을 선임하여 재판에만 대비하고 있다.

'유기견 대모'로 알려진 유명 동물보호단체의 대표가 건강한 강아지를 안락사 시키고 후원금을 횡령하였다. 그는 기자 회견을 통해 반박하였다.

이런 사건이 문화·예술 및 정치계를 넘어 법조계와 교육계에도 만연하고 있다.

사람은 쉽게 유혹에 빠진다. 그러나 자신을 돌아보고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선한 마음이 존재한다. 프란체스코 삼비아시가 지은 '영언여작'에서 사람마다 지극히 선한 하느님의 본성과 닮은 것이 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육신이 유혹하는 세상의 이익과 쾌락을 극복할 수 있다하였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평생 실수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고도 언론에 보도된 대부분 당사자는 일단 자신은 결백하다고 주장한다. 들통이 났는데도 우선 잘못을 부인한다.

사람들을 더 분노케 하는 것은 잘못한 행위보다 잘못을 숨기려는 의도이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청하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삶을 기대할 수 있지만, 잘못을 숨기려는 사람은 용서할 수 없는 것이다.

자기에게 주어진 우월적 관계를 이용하여 정신적, 육체적으로 상처를 준 이들에게 솔직하게 용서를 구하는 모습이 진정 인간다운 모습일 것이다.

세상 사람이 쇠를 뚫고 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낫으로 나의 눈을 가로막아 나와 세상을 바로 보지 못하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죄를 지은 사람을 단죄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용서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죄인이 벌을 받는 것을 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들의 변화된 삶을 보고 싶은 것이다.

죄를 숨기려 하지 말고 잘못을 뉘우치고 새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기원해 본다.

전민호



충북대학교 도서관 근무

푸른솔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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