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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12.17 17:48:18
  • 최종수정2016.01.07 16:28:11
시인들은 묘한 버릇이 있다. 예컨대 독자가 자신의 시를 쉽게 해독하지 못하도록 언어를 비틀어 쓰는 버릇이다. 그래서 시가 난해진다. 사실 난해한 시는 독자의 능동적인 참여가 요구되는 좋은 시인데도, 대부분의 독자는 난해하다고 짜증을 내거나 달아나 버린다.

이 시도 좀 추상적이고 난해한 편이다. 그러기에 현실 너머로 미끄러져 간 비의(秘意)에 이르기 위해서는 세 가지의 장애를 극복해야 한다. 그 하나가 몸 바뀜의 장애이며, 다른 하나는 현상학적 시간관의 장애이며, 마지막으로는 개성적 상징성의 장애이다.

몸 바뀜은 바위가 사람으로 사람이 바위로 자유스럽게 바뀐 현상을 뜻한다. 중심 소재인 제재는 바위인데 의인화된 바위이다. 인격이 부여된 바위이므로 사람처럼 보고 듣고 느끼고 받아들이는 바위이다. 그 반대의 경우는 의물화(擬物化)된 사람이다. 사람이지만 바위 같은 사람이므로 바위처럼 근중하고 오래되고 단단하고 딱딱한 이른 바 굳센 성격의 사람이다. 주체는 하나인데 사람과 같은 감각을 지닌 바위였다가 바위와 같은 근중한 사람으로 변화하는 변신술을 보여준다.

두 번째로는 현상학적(現象學的) 시간관이다. 예술에 있어서의 현상학적 시간성은 현재의 짧은 시간 폭에 잊을 수 없는 과거의 기억을 담아내어 미래의 꿈을 예측하게 한다. 모더니즘적 미학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그 예측되는 꿈이 진정한 주제이다. '아직도'와 '지금도' 라는 현재의 시간 폭에 숲속으로 날아간 새의 길, 광막한 바다에서 밀려오는 물결소리, 팥배나무 꽃잎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던 바위가 과거의 기억 등이 모두 다 담겨 있다.

바 위 / 임승빈(1952 - )

내가 사람이었을 때 보았던

마악 숲 속으로 날아가 자취도 없던 그 새

지금도 내 가슴 속에 남아 있다

내가 사람이었을 때 보았던

해거름 저 금빛 모래톱을 마냥 하염없던 그 바다

지금도 내 가슴 속에 철썩이는 물결로 남아 있다

옆에 서서 무심한 팥배나무 한 그루

수시로 제 꽃잎을 떨군다

그렇게 내가 정녕 바위였을 때

온몸을 일으켜 받아내던 그 꽃잎

아직도 내 가슴 속에 남아 있다
문장 너머의 주제는 새와 바다와 꽃의 상징을 이해할 때 구체화 된다. 여기에서의 상징은 기호적 상징이나 관습적인 상징이 아니라 개성적(개별적) 상징이어서 애매성(曖昧性)의 폭이 넓고 깊다. 새는 숲으로 날아가는 새이며, 하늘로 비상하는 새이며, 이상을 추구하는 새이다. 이런 새의 상징적 이미지는 새가 되고 싶었던 아니 지금도 되고 싶은 자아이다. 마차가지로 자유와 진리를 상징하는 바다가 되고 싶었고 지금도 되고 싶다. 바위같이 굳세게 살았을 때도 받아들이기가 버거웠던 아름다운 꽃잎은 지금도 버거운 대상이다.

/ 권희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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