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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01.21 14:45:51
  • 최종수정2016.01.21 14:45:51
이 시는 고은 시인이 신동문 시인 모친상 조문하러 갔다가 쓴 시이다. 장례식을 치르는 공간은 대청호에 잠기기 전의 문의 마을이며, 장례식을 치르면서 바라본 삶과 죽음의 내용을 보고형식으로 2연에 담아내었다. 상가에 모인 사람들의 길과 그 길로 연결되는 산을 깨달음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시인이 스쳐가는 시선을 취하기 때문에 문의에만 있는 죽음이 아니라, 죽음은 어느 공간에나 이 존재하는 보편성을 획득한다. 사람이 죽어서 가는 산이나 죽음에 이르는 길 모두 문의를 둘러싼 고유한 산이나 문의에 이르는 고유의 길이 아니다. 낮은 데로 내리는 눈 또한 문의마을에만 내리는 제한적인 눈이 아니다.

그러기에 모든 삶의 길이 죽음에서 가까스로 만나나게 된다. 문득 죽음을 묻은 산을 바라보지만, 그 산은 너무도 가까운 거리에 놓여 있음을 본다. 죽음은 삶을 껴안고, 삶은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음을 본다. 마침내 삶과 죽음이 하나의 세계에 존재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삶과 죽음은 이원론적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일원론적으로 통합된다는 인식에 이르는 것이다.

일원론적으로 통합시키는 매개체가 눈이다. 눈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지워 하나의 세계로 만든다. 경계를 없애면 삶이 죽음이고 죽음이 삶이다. 낮은 곳이 아니면 눈을 받아들일 수 없듯이 겸허한 자세가 아니면 하늘의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다. 고은 시인으로 하여 우리는 문의 마을을 상기할 때마다 '겸허하게 살라'는 정언명령(正言命令)을 듣게 되는 것이 아닐까.

/ 권희돈 시인

문의(文義) 마을에 가서 / 고은(1933 - )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거기까지 닿은 길이
몇 갈래의 길과
가까스로 만나는 것을.

죽음은 죽음만큼 길이 적막하기를 바란다.
마른 소리로 한 번씩 귀를 닫고
길들은 저마다 추운 쪽으로 뻗는구나.

그러나 삶은 길에서 돌아가
잠든 마을에 재를 날리고
문득 팔짱 끼어서
먼 산이 너무 가깝구나.

눈이여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는가.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죽음이 삶을 껴안은 채
한 죽음을 받는 것을
끝까지 사절하다가
죽음은 인기척을 듣고
저만큼 가서 뒤를 돌아다본다.

모든 것은 낮아서
이 세상에 눈이 내리고
아무리 돌을 던져도 죽음에 맞지 않는다.

겨울 문의여 눈이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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