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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9.17 13:12:29
  • 최종수정2015.09.17 13:12:29
한가위가 다가오니 그리운 고향을 찾아 벌초하러 가는 차량 행렬이 줄을 잇는다. 아직은 효의 바탕을 둔 민족의 전통이 이어지고 있음이다. 가끔 어느 산 앞을 지나다 보면 단정하고 깨끗한 묘를 볼 때, 그 집안 후손들의 정성이 남달라 보인다. 조상의 효를 느끼게 된다.

효란 무엇인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어른을 공경하고 부모님을 위한 사랑과 효도를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 더불어 뿌리인 조상에 대한 예의도 포함된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효와 사랑을 중히 여기며 살아왔다. 언제부터인가 여러 명의 자녀를 둔 가정이 감소하면서 단출한 가족시대가 되었다. 편안한 삶은 적게 낳은 자녀가 자라는 동안 개인주의에 쉽게 익숙해진 건 아닌지. 그러다 보니 젊은 세대들은 조상의 효에 대하여 가벼이 여기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벌초는 년 중 유일한 행사다. 조상의 묘소가 있는 선산은 시아버님 고향이다. 높은 산 아래로 맑은 계곡물이 굽이쳐 흘렀었다. 벌초하는 날은 한가위를 앞두고 그곳에서 시댁 일가친척이 다 모였었다. 그날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야유회를 겸하였다. 사촌 간의 형제가 여럿이다 보니 갓 시집온 나로서는 시댁 가족을 알아가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였다. 또한, 뵙지는 못하였어도 생전에 있었던 일화라든지 집안 내력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위 조상의 성품이나 모습을 짐작할 수도 있었다. 벌초는 조상의 묘를 다듬는 의미만은 아니다. 흩어져 사는 친척이나 형제가 한자리에 모여 우애를 다지고 조상을 찾아뵙는 계기로 삼았다.

벌초할 무렵이면 비가 자주 내리곤 한다. 누가 지어낸 말일까. 이맘때 오는 비는 찾는 이 없는 조상의 서러운 눈물이란다. 장기간 자손들이 돌보지 않아 무연분묘가 되다시피 한 무덤이 점점 늘어난다니 안타까운 마음이다. 조상의 숭배사상이 점점 희박해 져가는 자손들이 되어감에 고유의 한민족의 사상마저 져버리는 건 아닌지. 묘를 관리하지 못하는 사연이야 집안마다 다 있을 테지만,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벌초할 시기가 다가오니 남편이 시동생들과 날짜를 의논하려나 보다. 추석 몇 주 전의 주말로 정하였지만, 참석하는 사정에 따라 날짜를 조정하느라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묘소가 있는 선산은 인적이 끊긴 가파른 산이라 해마다 신경이 쓰인다. 몇 년 전에는 나도 여러 번 올라 가 보았었다. 비탈진 산을 기어오르다시피 해야 한다. 지금은 길도 없어지고 나무와 갈대숲이 무성하다. 곳곳에 위험한 곳도 있다. 맨몸으로도 오르기 어려운 상황에 예취기와 장비 등 짐을 지고 오르자니 육칠십 대 남자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의지가 연약한 젊은 자식들은 더 엄두를 못 내는 게 현실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세대가 바뀌면 묵 묘로 방치되리라는 건 불을 보듯 뻔 한일이다. 알면서도 이대로 둘 것인가.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늦기 전에 봉안당(奉安堂)이나 수목장(樹木葬)등으로 모셨으면 하는 간절한 희망 사항이다.

봄에는 한식을 전후해서 성묘하고 가을에는 추석 전에 벌초하는 게 대부분이다. 이런 과정들을 정성 들여 실행한다는 것은 분주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은 매우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이 시대에 사는 젊은이들은 자연히 편리한 쪽으로 흐르고 있다.

젊은 세대의 생각이 다름을 탓하기보다는 세대 간의 이해하는 소통으로서 조상의 효는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하여 벌초는 세대 간의 융합으로 조상숭배 사상이 생존의 부모를 공경하며, 이웃을 사랑하는 정신으로 이어져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벌초하는 날, 나는 새벽밥을 지으며 매년 마음이 편치 못하다. 세월이 지날수록 선산의 숲이 우거져서 험준해지고 있다. 우리 세대가 더 나이 들어 벌초를 못하면 어떡하나. 언젠가는 벌초의 의미마저 잊혀 가는 건 아닐까.

지금은 친척 간에 왕래도 하고 형제도 많아서 다행이지만, 다 합쳐봐야 적은 수의 자식들이 조상의 벌초를 잘하려는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현실은 암담하기만 한데 후손들에게 조상의 효만 강조한들 무슨 소용 있는가. 효를 말하기 전에 자손들에게 어떤 대책을 속히 세워 놓는 것이 우리 세대의 할 일이지 싶다.

△ 고승희 수필가

충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료

푸른솔문학 신인상 (수필가 등단)

푸른솔문학 작가회 회원

정은문학상 수상

공저: <심연에 자리한 이름 > <반딧불> <무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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