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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12.01 15:36:51
  • 최종수정2016.12.01 15:36:51
유난히도 무덥던 여름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추위가 닥쳐왔다. 가을이 언제 왔다갔는지 모르겠다. 기상학자들 말대로 지구 온난화 현상 때문일까. 요즈음은 봄가을이 없고 더위와 추위만 있는 세상을 살고 있는 것 같다.
어제 새벽은 평소처럼 운동을 하러 나갔다가 갑자기 몰아닥친 추위에 당황해야만 했었다. 방한복을 찾아보니 입을만한 게 보이지 않는다. 바람막이 옷을 한 벌 새로 사야겠다는 생각에 육거리 시장으로 나갔다.

서울서 아내가 내려와 함께 사도되겠지만 빨리 입고 싶은 조급한 마음이 앞서는 것이었다. 이런 걸 충동구매 심리라고 하는가보다. 복잡한 시장에 주차난을 피하려고 시내버스를 탔다. 오랜만에 타보는 시내버스가 무척 쾌적하고 즐거운 느낌을 주었다.

시장입구를 들어서니 역시 많은 인파가 붐빈다. 시장 상인들이나 골목을 오고가는 손님들이 활기차있어 보인다. 재래시장은 언제 보아도 삶의 활력이 넘치는 곳이다. 시장골목 한가운데로 길게 늘어선 가판대에는 생선 과일 각종 잡화 등 푸짐한 상품들이 쌓여있다.

호객을 하는 상인들의 목청이 한결 힘차게 들린다. 진열장의 화려한 물건들을 둘러보며 어린시절에 바라보던 시장 풍경이 아련히 떠오른다. 짚신, 달걀꾸러미, 호박, 검정고무신... 시장끝 무심천 뚝방위에는 땔 나무를 파는 지게꾼들 행렬도 늘어서 있었다. 세월이 가고 사람들 살아가는 모습이 바뀌니 재래시장의 옛날 풍경도 이제는 보이지를 않는다.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 아쉬운 기분이다.

어느 옷가게에 들리니 겨울용 방한복이 수북이 쌓여있다. 한 벌을 골라 들고 주인에게 가격을 물어보았다. 3만원 짜리인데 2천원을 감해준다고 한다. 그동안 마트나 쇼핑몰에서는 가격표만 보고 물건을 샀었다. 재래시장 물건값은 흥정하기에 따라 깎아준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났다. 좀더 깎아줄 수 없느냐고 하니 천원을 더 깎아준다고 한다. 쾌히 물건 값을 치르니 검정 비닐봉지에 옷을 담아 건네준다.

물건 값을 흥정하느라 잠깐동안 나눈 대화지만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끼리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동판매기 앞에서 돈을 집어넣고 물건을 손에 쥐는 메마르고 허전한 상거래 보다는 한결 푸근한 기분이 들지 않는가. 재래시장은 사람의 숨결이 들리고, 인간 냄새도 나는 생생한 삶의 현장이다.

옷가게 주인과 인사를 나누고 시장골목을 천천히 걸으며 이리끼웃 저리끼웃 시장구경을 하였다. 시장골목을 나와 시내버스 정류장 근처에 도착하니 차를 기다리는 인파가 시장안 보다 많은 것 같다. 허름한 옷차림의 촌로들을 비롯 장을 보러왔던 사람들이 목을 길게 빼고 버스를 기다린다. 많은 노인들 가운데 돌아가신 어머니 아버지가 어디선가 보일 것 같은 상념이 갑자기 떠오른다. 육거리 시장골목과 버스정류장, 이 거리는 우리 부모님께서도 오랜 세월동안 오가며 머무르시던 곳이다. 꼬부장한 어머니는 앉아계시고 아버지는 서서 차를 기다리던 모습을 몃 차례 보았었다. 내게도 잊혀 지질 않는 추억이 서린 곳이다. 버스가 왔지만 타지 않고 좀더 천천히 걸었다.

길 건너편 기름방앗간 집이 바라보인다. 서울서 내려오면 이맘때쯤 어머니는 텃밭에서 수확한 참깨 들깨를 가지고 기름을 짜러 가셨다. 깻자루를 승용차에서 내려 방앗간으로 옮기고 나는 먼저 떠나온다. 기름을 모두 짜고나면 방앗간 주인이 내게 전화를 건다. 참기름 들기름병을 차에 옮기고 어머니와 함께 집으로 왔다. 피곤하시겠지만 어머니가 그렇게 좋아하시는 걸 보며 나도 무척 흐뭇했었다.

빈 병에 기름을 이리 따르고 저리 나누고 계신다. 자식들에게 집집마다 골고루 보내시기 위해서 하는 일이셨다. 밤늦게까지 자식들 주려고 병에 기름을 따르시던 어머니 모습을 바라보던 이 아들은 행복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외롭게 사시던 어머니는 자식들을 위한 그 마음이 보람이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늦가을 해가지고 어느새 날씨가 어둑어둑 해 진다. 버스를 내려 동네길을 걸으며 그치지 않는 옛추억이 오랫동안 머리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그렇게 정겹고 그립기만 하던 고향도 어머니가 않계시니 이제는 허탈한 느낌이든다. 방한복 한 벌 사러갔던 육거리 시장에서 오랜 옛날 부모님 추억이 떠오른 하루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며 불을 켜니 오늘따라 집안이 유난히도 허전하다. 방한복 담은 검정 비닐봉지가 낯설어 보인다.

이황연

푸른솔문학 신인상

푸른솔문인협회 회원

성균관 典人

저서:'인생과 나의 삶', '강을 건너온 바람(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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