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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5.23 14:53:37
  • 최종수정2021.05.23 14:53:37

송용섭

충청북도농업기술원장·교육학박사

몇 해 전에 서울대 보건대학원의 교수가 초등학생인 자신의 딸에게 농업계 고등학교 진학을 권유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의 전공 분야인 인구변동 추세를 볼 때 농촌에서 청년층의 희소성이 더욱 커져 농업에 자식의 미래를 맡겨도 될 만큼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확신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현재 농업계 고등학교는 청소년들이 꿈을 키워갈 수 있을 만큼 준비되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농업계 고등학교는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일제 강점기가 시작되었던 1910년을 전후로 주요 도시에 공립학교로 설립되었다. 1909년 광주농고를 시작으로 1910년 대구농고와 전주농고 그리고 춘천농고가 문을 열었고, 1911년 청주농고의 개교로 이어져 1935년 전국에 30개교로 확대되었다. 한편 인문계 고등학교는 농고가 설립된 지 대략 10년이 지난 이후에 설립되기 시작했다.

1970년대 대학교육이 대중화되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농고는 지역사회의 명문고로서 고등교육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였으며, 농촌뿐만 아니라 국가 발전의 초석이 되는 동량들을 배출해 왔다. 그러나 공업화 우선 정책이 추진되면서 농촌이 상대적으로 빈곤해지고 더불어 농업이 사양 산업으로 치부되면서 많은 농고가 일반고로 전환되거나 명칭을 바꾸는 등 존폐위기에 이르렀다. 2021년 현재 전국에서 농업계 학과가 한두 개라도 설치된 고등학교는 67개교로 학생 수는 1만4천여 명이며, 이 중 농업계 학과만으로 구성된 순수 농고는 30개교에 지나지 않고, 졸업 후 영농 정착률은 2% 미만에 불과하다.

최근 국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미래 농업의 역군으로 청년농업인 육성에 매진하고 있는데, 가장 바람직한 육성체계는 공교육으로서 정규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농고 교육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기본적인 농업교육을 받은 농고 졸업생들이 영농현장에 정착하거나 농과계 대학에 진학하여 전문성을 키워가는 체계적인 인재 육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도시 청년들의 농촌 유입도 농촌 활력화 대안 중의 하나이지만, 이미 농고에 진학한 학생들이 농업에 비전을 갖고 미래를 설계하여 영농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

덴마크의 경우 5년간의 농업교육 기초과정과 본 과정을 거쳐야만 농장을 경영할 수 있고 은행 대출도 가능하다. 농업 경영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식품 안전 등 공적 관심이 부각됨에 따라 덴마크 교육의 아버지라 불리는 그룬투비의 농업교육 철학을 살린 체계적인 교육을 무엇보다 강조하고 있다. 청년농업인 육성의 근간이 되는 농고가 바로 서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항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지역사회 내 산학연 거버넌스 형성이 필요하다. 농고가 도 농업기술원 및 시군 농업기술센터, 농과대학과 같은 연구, 지도, 교육기관 그리고 농산업체와 협업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위 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훌륭한 시설과 장비를 학생 체험실습장으로 활용하면 된다. 또한 농업 관련 전후방 산업체와 협력하여 실습하고 졸업 후 취업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한다. 위와 같은 지역교육 공동체 형성으로도 현장에서 요구하는 미래 농촌의 인적자원을 육성할 수 있다.

둘째, 농고의 교육과정을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내용으로 재편성하여야 한다. 디지털농업이 필요로 하는 스마트팜, 드론, 농용로봇 등 ICT 기술과 가공, 마케팅 등과 같은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창업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

셋째, 전문적으로 실기 역량을 갖춘 농고 교사를 양성하거나 확보해야 한다. 현직 교사 중에 실기 능력을 갖춘 교사가 부족한 것이 교육 현장의 현실이다.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보다 혁신적인 현직 교사의 직무교육이 요구된다. 훌륭한 교사가 창의적인 학생들을 키울 수 있다.

넷째, 기존의 교육체계를 혁신하는 시도로 새로운 농고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다. 국립 한국농수산대학교와 같이 각도에 1개교씩 국립 농업계 고등학교를 육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세계 어디에 내놔도 최고의 창의적인 기술로 농산업을 이끌 수 있는 농업 인재를 육성하면 된다.

농업 인구의 감소와 노령화 문제, 나아가 농촌 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청년농업인 육성의 주춧돌이 되는 농고가 다시 살아나야 한다. 그래야 농촌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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