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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수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외솔회 회장

한민족은 농경민족이다. 농경민족은 농사와 가축사육을 주된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로서, 한 곳에 정착해 살면서 스스로 농사를 짓고, 가족과 친척 중심의 사회를 구축하며, 땅에 대한 친근감, 조상 숭배 등의 특징을 가진다.

그런 탓인지 한민족은 세계 어디를 가든 농사짓기를 좋아한다. 작은 공터라도 있으면 채소를 심고, 집안의 창밑에라도 흙을 담아다가 꽃을 심는다. 필자는 시베리아에서도 비닐을 씌워 고추, 오이 농사를 짓는 고려인들을 본 적이 있으며, 몽골의 고비사막에다가도 '00농장'이라고 써 붙이고, 시험재배를 하는 것도 보았다.

유목 민족들은 채소를 잘 먹지 않는다. 특히 몽골인들은 채소를 안 먹고, "왜 안 먹느냐·"고 물으면, "짐승들이 온갖 풀을 먹고, 그들의 고기를 우리가 먹는데, 뭐 따로 풀을 먹을 필요가 있느냐·"고 의아해 했는데, 이제는 그들도 채소가 건강에 좋고, 비만 방지도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그걸 아주 많이 먹고 있다. 지금은 채소를 거의 외국에서 수입해다가 먹지만, 얼마 안 있어 그 넓은 초원에서 농사를 지어, 그 농산물을 먹고 수출도 하는 일이 실현될 날이 올 것이다.

농경민족이 가족과 친지 중심으로 마을을 이루다 보니, 어떤 놀이를 할 때에도 마을 단위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예컨대 우리나라의 '고싸움놀이, 쥐불놀이, 줄다리기' 같은 것이 그런 놀이다. 이런 놀이들은 한 마을 사람들이 모두 한 편이 되어 죽기 살기로 싸워 이기려 하는 바, 그 이유가 자기네 마을이 이겨야 그 마을에 풍년이 들고, 진 편은 흉년이 든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건 놀이가 아니라 생사를 건 싸움이 되는 것이다. 놀이가 끝난 다음에도 경쟁한 마을사람들은 사이가 안 좋아 아옹다옹하면서 산다. 나쁜 의미로는 원수지간이지만, 좋은 뜻으로는 경쟁상대다. 그런 기질이 확대되어 요즘에도 지역감정이라는 게 존재함을 본다. 보통 때는 잘 모르다가 선거 때만 되면, 정당을 나타내는 색깔이 특정 지역에 물드는 걸 보면, 그런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요즘 '월드 컵' 시합에 수십만 명의 인파가 운집하여, 응원을 하는 것을 보면서, 그들에게 그런 농경민족의 피가 흐르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어떻게 너도 나도 빨간 옷을 입고, 머리에다가는 뿔을 달고, 함께 모여서 소리 지르고, 난리를 치는지 정말 모를 일이다. 그리고 아침에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자신의 본업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면 그 또한 신기하다.

이런 우리 민족의 습성을 '냄비 근성'이라고도 하는데, 쉽게 달아오르고 쉽게 식는다는 자책에서 하는 소리다. 그러나 슬픈 일은 빨리 잊고, 좋은 일은 길게 즐기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러기에 우리들은 아픈 역사를 잊어버리고, 치욕적인 사실들도 다 망각해 버리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였다. 나쁜 일만 들추고 억울한 사연에 연연했다면, 지금처럼 부강한 국가를 건설하지는 못했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가 몽골에 오랜 동안 지배를 당했다든가, 병자호란 이후에 만주족에 치욕스런 일을 당했다든가, 일본은 임진왜란을 일으켰고, 급기야 조선말에 우리나라를 강제로 합병하여, 민족을 탄압하고 문화재를 약탈해 간 사실 등을 잊지 못해서 지금도 적으로 생각한다면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얼마 전까지 적대국으로서 갈 수도, 볼 수도 없었던 옛 소련이나 중국, 동구권도 모두 수교국이 되었다. 그들도 모두 같은 시대에 같은 배롤 탄, 세계의 동지들로서 서로를 도와야 하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그러나 이렇게 쉽게 망각하는 기질이 적용되지 말아야 하는 곳이 있다. 바로 60여 년 전에 갑자기 쳐들어와 민족상잔을 일으키고, 국토를 피로 물들였던 북한 정권, 지금도 호시탐탐 전쟁이나 일으키려 하고, 핵폭탄이나 만들어 세계 만민에게 협박이나 하고, 백성들을 굶어 죽이는 공산 국가가 바로 우리 코앞에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지금도 건듯하면 남쪽을 불바다를 만들겠다고 위협한다. 저희들의 동족들이 사는 곳을 말이다.

또한 말로는 백성들을 위한다, 나라를 위한다 하면서 백성들을 탄압하던 독재정권, 군사정권이 우리에게 있었음도 잊어서는 안 되고, 'IMF' 사태니 '경제위기'니 하던 일도 옛날 일이 아님을 상기해야 한다. 그러나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저렇게 나라에 무슨 일이 있으면 수십만 아니 수백만, 수천만 명이 쏟아져 나와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치는데, 무슨 일인들 성취하지 못하겠는가.

게다가 우리는 장구한 시간 동안 좁은 땅덩어리에서 살다가 보니, 모두 한 식구이며 친척이며, 동료임에 틀림이 없다. 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고난이 오더라도 '월드 컵'을 응원하는 그런 정신력으로 똘똘 몽쳐 앞날에 대처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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