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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의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성탄절에 소백산 산행에 나섰다. 수차례 다녀온 곳이지만 이번은 죽령에서 올라 어의곡 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다.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비교적 해발고도가 높은 산이기에 오르다 보면 눈 구경을 할 수있을 것도 같다는 희망을 가지고 연화봉을 향해 발걸음을 뗐다.

그러나 비는 커녕 봄의 길목에선 것처럼 날씨는 화창했고 산 모서리의 버들가지는 계절을 착각한 듯 몽우리를 터트렸으며 이름모를 나무는 수술을 드러낸 채 겨울을 즐기는 듯 했다. 산 중턱에 걸린 운해는 주변의 연봉에 잠시 걸터앉아 휴식을 취하더니 불어온 바람에 더 높은 곳으로 자신을 옮기며 웅장한 산자락의 모습을 감췄다 드러냈다 하는 요술을 부렸다. 제2연화봉 부근 눈길이 시작되더니 연화봉, 비로봉까지 도달하는 동안 미끄러움 때문에 한발한발 힘겹게 움직였지만 겨울산행의 묘미를 만끽하기엔 충분했다. 그 유명한 소백산 칼바람은 아니지만 정상에서의 바람결은 겹겹이 걸친 옷들 사이로 파고들며 자연앞에 한없이 작아드는 인간의 내면을 들춰내 보였다.

하산길은 마치 신천지의 한가운데에 있는 것 같은 환희의 충만함, 그 자체였다. 성탄절 기도의 마음이 하늘에 닿았을까. 마침내 싸락눈이 얼굴을 간지럽게 하더니 이내 바람과 함께 더 굵어진 눈발이 눈,콧잔등을 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비한 형태의 운무는 사이사이 시야앞의 나무들과 하늘의 형체를 기묘하게 연출하며 몽환의 세계로 빠트렸다. 눈발은 점점 더 굵어지고 앙상한 나무들은 쌓이는 눈에 새 옷을 갈아입고 사위는 은회색의 치장을 하는 동안 황홀한 입체영상을 만들어 망막을 통해 뇌에 착상을 하게 만들고 있었다.

하산길의 나무계단. 돌출된 돌에 사뿐히 내려앉은 눈 때문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면서도 오래 전 어릴때의 겨울풍경을 떠올리며 즐거워 했다. 하루에 찬란한 태양, 뽀득뽀득 밟을 때 마다 인고의 신음을 내는 눈쌓인 길, 변화무쌍한 풍경화를 수없이 그려내는 운무, 고요한 정적을 만들어내는 눈발, 아고산지대에 서식하는 상록식물 등의 초록색 등 일년 사계절을 하루에 압축한 행운이 나에게 왔다는 현실에 가벼운 흥분이 일고 그 감흥을 오래 간직한 채 어둑어둑한 저녁 무릎에서야 저잣거리로 나왔다. 9시간여의 시간의 여행은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고 한해를 정리하는 귀한 송년산행으로 마무리졌다.

누군가 그랬다. 하루는 인생의 압축이고 인생은 하루의 확장이라고. 하루 24시간이 던지는 의미는 다양성과 자기 발전을 토양으로 봄,여름,가을,겨울을 바꿔가며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야만 성공할 것 같은 착시현상에 갇혀있는 인간군상들에게 오늘을 기준으로 뒤를 돌아보고 내일을 준비하라는 교훈으로 나는 받아들인다. 오늘이 없는 내일이 없듯이 어제가 없는 오늘은 존재할 수 없기에 올해도 며칠 남지 않은 이 세밑에 지난 360일을 되돌아보며 탐욕에 눈이 멀어 누군가를 가슴아프게 하지는 않았는지, 아니면 주위에 기쁨을 주는 일을 한가지라도 했는지 등의 자신만의 성찰을 한번쯤 해보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자신의 잣대만으로 지난 1년을 되돌아 볼 수 없다면 지난 2월 선종한 김수환추기경 등 이기보다 이타(利他)적인 삶으로 점철한 그런 분들의 투영으로 통해 나를 발가벗겨 보는 것도 다가올 내년을 준비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너무나 평범하지만 실천하기가 지난한 말씀을 남긴 추기경의 현세에 남은 이들을 향한 배려는 지금도 종교적 차원을 떠나 어떻게 해야만 이 세상이 평화로울 것인가 라는 공동의 과제 성격도 담겨있다.

우리사회는 언제부터인가 1등주의와 과거를 부정하는 편행된 인식이 팽배해졌다. 경쟁을 촉발하고 앙앙불락 하는 사이 배려와 돌봄의 틈새가 불어들었다. 온고이지신이라는 말도 있듯이 옛것으로 부터의 새로운 대면은 활력을 불어넣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지난 일에서의 잘못을 반성하고 그를 반면교사로 삼아 더 낳은 발전을 도모한다면 우리사회는 건강성을 유지할 것이고 그렇치 못하면 넘치는 이기주의와 탐욕으로 조그마한 행복마저 느끼지 못하게 될 것이다.

어찌됐든 한해가 다 저물었습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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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