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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구

(전)한국감정평가사협회장/감정평가사

우리 헌법에는 국민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헌법적 조치가 여럿 있다. 제27조에는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되어 있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또 제106조에는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직·감봉 기타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재판에서의 법관에 대한 독립과 신분보장을 하고 있다. 국민은 헌법에 따라 법관을 신뢰하고 재판 결과를 존중한다.

그 반대라면 어떨까? 공정한 재판을 하라면서 판사에게 재판을 수주하게 하고, 수주실적으로 법관을 평가한다면 어떨까? 판사는 수주에 몰두하는 '을'이 되고, 재판받을 당사자가 '갑'이 되어 판사를 선택하게 되지 않을까? 판사들은 재판을 맡긴 당사자에게 휘둘리게 되고, 국민 어느 누구도 재판 결과가 공정하다 믿지 않을 것이다.

최근 심심찮게 의료계 불신 얘기를 듣게 된다. 불필요한 치료와 검사가 많다는 불만이다. 환자로부터 더 많은 치료비를 가져가려 한다는 것이다. 병원이 영리 기업화되면서 의사들을 실적 위주로 관리하다 보니 나타난 부작용인 것 같다. 정말 그렇다면 공정한 의료를 행해야 하는 의사들에게 불편한 제도임이 분명하다. 판사, 의사 모두에게 제도적인 뒷받침이 중요한 이유다.

부동산 분야는 어떤가. 요즈음 깡통전세 문제가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집, 다시 말해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는 집을 깡통전세라 한다.

깡통전세 사기의 유형은 정말 다양하다. 바지 임대인을 세우는가 하면 입주하니 다른 세입자와 마주치는 이중 계약이 벌어지기도 하고, 분명 약속한 특약이 지켜지지 않을 때도 있다. 이런 깡통전세를 만들어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못된 사람들이 있다면 당연히 단죄해야 한다. 선량한 시민을 속이는 일에 작당한 사람들이 있다면 그 또한 마찬가지다. 특히 전문자격자라면 더욱 그렇다.

전세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다.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제도로 볼 수 있다. 전세금이 전부인 세입자 보호를 위해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때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신해 주는 전세보증제도도 두고 있다. 이런 제도를 악용해 깡통전세로 전세사기꾼 배를 불리는데 감정평가사와 공인중개사가 짬짜미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필자도 감정평가사로서 국민께 죄송하기만 하다. 극히 일부이지만 공정한 감정평가만이 생명인 감정평가사들이 사기꾼과 가격 흥정을 한 것처럼 비치는 데 많이 놀랐다.

우리 감정평가사는 공정한 감정평가를 통해 국민 재산권을 보호하고,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라고 만든 국가전문자격이다. 공정한 감정평가만이 감정평가사의 존재 이유다. 국민을 속이는 공정치 못한 평가로 국민 재산권을 지켜내지 못했다면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 필자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아쉬운 점이 있다.

감정평가는 수요자가 감정평가사를 선택하고 있다. 시장에서 평가사들은 업무 수주에 내몰리는 '을'의 위치에 있게 된다. 내 맘에 맞는 평가사를 선택한 수요자는 '갑'의 지위로 가격에 개입하게 된다. 공정한 평가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원고나 피고가 판사를 선택할 수 있다면 공정한 재판이 가능할까·. 공정한 재판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와 기업화되어가는 의료행위가 신뢰를 잃어가는 현실을 직시해 봤으면 한다. 정부 당국과 감정평가사들이 머리를 맞대야 할 때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콩 심은 데 콩이 나려면 콩이 나도록 밭을 만들어 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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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길형 충주시장 "부담 없는 시민골프장 추진"

[충북일보] 조길형 충주시장이 공익적 차원에서 시민골프장 조성 계획을 세우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싸진 골프장 요금과 관련해 시민들이 골프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인데, 갑론을박이 뜨겁다. 자치단체장으로서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는 시민골프장 건설 계획을 어떤 계기에서 하게됐는지, 앞으로의 추진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여부에 대해 들어보았다. ◇시민골프장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충주의 창동 시유지와 수안보 옛 스키장 자리에 민간에서 골프장 사업을 해보겠다고 제안이 여럿 들어왔다. '시유지는 소유권 이전', '스키장은 행정적 문제 해소'를 조건으로 걸었는데, 여러 방향으로 고심한 결과 민간에게 넘기기보다 시에서 직접 골프장을 만들어서 시민에게 혜택을 줘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충주에 골프장 많음에도 정작 시민들은 이용할 수가 없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시민골프장 추진 계획은. "아직 많이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오랜 기간의 노력을 들여 전체 과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 볼 수 있는 시민의 공감을 확보했다. 골프장의 필요성과 대상지에 대해 시민들이 고개를 끄덕여 주셨다. 이제는 사업의 실현가능성 여부를 연구하는 용역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