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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2.21 15:11:43
  • 최종수정2023.02.21 15:11:43

유태규

한국교통대 명예교수

노자와 공자는 중국을 대표하는 사상가이다. 노자와 공자는 춘추전국의 잦은 전란으로 인한 대분열과 대혼란기를 함께 체험한 동시대인이다. 노자는 공자가 출생하던 해에 이미 약 20세 청년이었다.

격변의 동시대를 함께 보냈지만 두 사람의 당시 사회와 현실 인식에 대한 입장과 판단은 상이하였다. 낙양의 왕실 도서관 관장을 수행하며 방대한 서적을 탐독하고 선진 문물에 매료됐던 노자는 주(周) 나라가 회복 불가능의 길로 들어섰음을 통찰하고 은둔의 길로 여생을 보내게 되었다. 반면 박학다식하고 출사에 뜻을 품은 공자는 주(周) 나라의 예악과 종법제도만이 혼돈의 세상을 회복할 수 있다고 여기며 노(魯) 나라를 떠나 약 13년간 이웃나라들을 방문하였다. 공자는 가는 곳마다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펼치고 중용되기를 바랐지만 상갓집 개와 같은 냉대만 격은 채로 귀국하게 되었다.

노자 사상의 핵심은 사람 중심이 아닌 사람의 자연성을 중시 여겼다면, 공자는 사람을 중심에 두고 사람의 사회성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노자의 사상은 인 간의 정신과 마음을 수양하는 데에 치중하였고, 공자의 사상은 인성과 자아발전을 극대화하는 데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노자 사상의 핵심을 이루는 "상선약수(上善若水)"는 최고 경지의 선행이란 물의 속성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노자는 물이 만물을 성장케 하지만 만물과 다투는 법이 없이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낮은 곳에 자리하기 때문에 도(道)에 가장 가깝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하면 최상의 선의 경계는 물의 특성과 비슷하여 인생을 살아가는 최고의 처세는 물의 속성을 따라야 함을 비유하는 의미이다.

이 고사 성어의 일화는 매우 특별하다. 공자는 평소 자신이 품고 있던 의혹을 풀 수 없자 항상 존경하던 노자에게 가르침을 청하기 위해 낙양을 방문하였다. 낙양에 도착한 공자는 노자가 황하(黃河)를 바라보며 수행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바로 황하 연변으로 찾아갔다. 공자가 자신이 지니고 있던 의혹을 소상하게 털어놓자 노자는 도도하게 흐르는 황하를 바라보며 공자에게 설명하였다.

"최고의 선이란 물과 같은 것이다. 당신은 물의 경계가 얼마나 높은지 보시오! 물은 만물을 생육하게 하지만 만물과 다투는 법 없이 눈에 띠지 않는 가장 낮은 곳에 이르러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를 잊게 만드니 이것이 겸손과 포용의 미덕이 아니겠소! 그러니 세상의 어떤 것이라도 물의 존재를 소홀히 할 수 없지요. 만일 물이 없다면 만물은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오."

노자의 말을 듣고 난 공자는 문득 심오한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사람들은 모두 높은 곳에 처하려고 하지만 물은 홀로 낮은 곳에 처하려 하고, 사람들이 편안한 곳에 처하려고 하면 물은 유독 험한 곳에 처하려고 하지요. 물은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낮은 곳에 처하려고 하니 누구와 다툴 필요가 있겠습니까!"

노자는 공자의 대답을 듣고 나서 젊은이가 발전성이 많아 가르칠 만하다고 여기게 되었고, 공자는 노자의 가르침에 크게 감사드리고 노(魯) 나라로 귀국하게 되었다.

물이 높은 데서 흘러 낮은 곳을 향해 흘러가는 것은 평범한 자연현상일 뿐이다. 그러나 노자는 물의 자연적인 속성을 가지고 비유를 통하여 자연의 규칙과 질서를 매우 알기 쉽게 설명한 것이다.

물의 특성은 무색무취하며 고정된 모습을 지니고 있지 않지만 무한한 포용력과 친화력을 구비하고 있어 어디에 처하든 항상 자신의 모습을 유지하며 어떠한 환경에서도 잘 적응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물은 가장 높은 곳에서 발원하여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르면서 세상의 명리(名利)와 다툼이 다툼 없이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만물을 이롭게 한다. 사람이 상선약수(上善若水)의 지혜를 깨닫는다면 세상의 아귀다툼은 사라지고, 평화로운 대동(大同) 세상이 도래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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