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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11.28 14:20:03
  • 최종수정2023.11.28 14:20:03

유태규

한국교통대 명예교수

세종대왕은 백성을 나라의 근본으로 인식하고 그들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이 말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언어임을 깊이 통찰하고 훈민정음 개발에 착수하였다. 당시 기득권 세력인 사대부의 측면에서 본다면 이는 구질서를 파괴하는 혁명적인 도전이었지만 세종대왕은 그들의 반발에 굴하지 않고 백성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사람의 언어를 개발하여 공포하였다. 이는 "내가 글 없는 백성들의 아픔을 어여삐 여겨서"라는 훈민정음 반포 문중에 여실히 반영되었다.

작금 우리의 정치 지도층의 언어를 보면 백성들의 아픔을 어여뻐 여기는 것은 고사하고, 백성들의 아픔을 외면하고, 시대와 동떨어진 언어로 세상 유희를 즐기고 있다. 얼마 전 어떤 인사는 "여의도의 사투리가 아닌 오천만의 언어를 쑬 것"이라는 말로 정치권의 진입을 강하게 시사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국민과 소통하는 언어를 쓰겠다는 말로 이해될 수도 있어 참신하고 의미 있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평소 그의 언어 습관을 보면 이 말에는 진정성도 보이지를 않고 설득력도 전달되지 않는다.

말을 잘하려고 하는 것과 말을 할 줄 아는 것은 대동소이한 것 같지만 실은 전혀 다르다. 말을 잘하려고 하는 것은 꾸미고 포장하는 수사법의 기술이기 때문에 교언(巧言)으로 감동과 설득을 끌어낼 수는 없다. 반면 말을 할 줄 아는 것은 참된 말(眞言)로 소박하고 진정성이 담겨 있어 상대를 감동을 주고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의 언어이다. 전자는 말을 잘하려는 능력에 집중하고, 후자는 말의 효과를 중시 여겨 장소와 상대에 따라 더욱더 유효한 언어로 다가간다.

공자는 제자들에게 "교언영색선의인(巧言令色鮮矣仁)"이라는 언어관을 피력한다. 즉, 환심을 사려고 아첨하는 감언이설과 사근사근 꾸며대는 표정에는 사람을 사랑하는 자애로운 마음이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공자는 말만 앞세우고, 아부하는 표정을 짓는 사람을 경계한 것이다. 이런 행위는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을 기만하고 위선을 저지르는 행위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할 때는 생각과 마음을 일치시켜야 한다. 생각과 마음이 따로 기능한다면 상대를 감동하게 하고 설득할 가능성이 매우 낮아진다. 메시지를 전달할 때는 생각과 마음을 일치시켜 말을 해야 한다. 만약 이것이 흐트러진다면 설득할 확률은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다.

사회심리학자인 앨버트 메라비언 박사는 실험을 통해서 메시지 전달에 있어서 표정과 목소리, 언어가 갖는 중요도를 측정했다. 그는 의사를 전달할 때 표정이 55%를 차지하며, 목소리가 38%의 영향을 미치고, 언어는 겨우 7%의 영향을 준다고 분석하였다.

많은 정치인이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할 때 대부분 교언영색의 표정과 태도로 언어유희를 즐기고 있다. 세종대왕의 백성을 어여삐 여기는 마음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자신의 언어로 마치 세상이 자기편에 있는 것인 줄 착각하고 있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국리민복을 도모해 주지 못하는 현란한 수사법으로 총체적 난국을 돌파할 수는 없다. 듣는 것을 잘하지 못하면서 언어로 메시지를 전달하겠다고 하는 것은 감언이설로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듣는 것을 잘해야만 표정과 목소리가 실려 전해지는 육화된 언어를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종대왕의 언어는 생각과 마음이 일치된 통찰의 언어이고, 백성을 어여삐 여기는 사람의 언어였기에 사람들의 의식과 정신을 일깨워 줄 수 있었다. 우리는 지금 사람을 살리는 사람의 언어로 사람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지도자를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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