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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영업 이래 최악의 경영난"

공공요금 인상에 가격 인상 불가피
손님이 없을땐 온풍기 꺼두기도
"조금이라도 아껴야 운영할 수 있어"

  • 웹출고시간2023.02.06 20:49:51
  • 최종수정2023.02.06 20:49:51

전기와 가스를 함께 사용하는 청주의 한 목욕탕 전기료가 지난 1월 700여만원에서 2월 사용료가 800여만원으로 상승하는 등 난방비가 급상승한 가운데 폐업을 고려할 정도로 운영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 김용수기자
[충북일보] "문 닫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에요. 이대로 가면 목욕탕 다 망합니다."

암흑 같던 코로나19를 버틴 목욕탕 업주들이 치솟는 전기, 수도, 가스요금 때문에 적자 폭을 못 이겨 이제는 폐업까지 고려하고 있다.

6일 오전 10시께 방문한 청주시 상당구 금천동의 한 목욕탕 업소는 한산한 분위기였다.

목욕탕 주변은 아파트와 다세대 주택이 밀집해 있어 대중목욕탕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많은 지역이지만 예전처럼 목욕 바구니를 들고 목욕탕을 방문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금천동에서 50년 가까이 목욕탕을 운영해온 윤복희(70)씨는 목욕탕을 찾는 손님들은 점점 줄어드는데 전기·수도·가스요금은 무섭게 올라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전기와 가스를 함께 사용하는 청주의 한 목욕탕 전기료가 지난 1월 700여만원에서 2월 사용료가 800여만원으로 상승하는 등 난방비가 급상승한 가운데 폐업을 고려할 정도로 운영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 김용수기자
윤씨는 "최근 코로나19 방역 정책이 자율적으로 바뀌면서 목욕탕에도 활기가 띠는가 싶더니 올해 전기, 수도, 가스요금 고지서를 받아보곤 더 이상 운영이 어려울 것 같다"며 "목욕탕을 운영하면서 가장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윤씨가 이 목욕탕을 운영하며 지난해 연말까지 내왔던 한달 전기·수도·가스비는 총 1천500만원 수준이었지만 올 들어 1천900만원을 육박하고 있다. 상승률만 따지면 약 20% 이상 오른 셈이다.

무섭게 오르는 운영 요금 때문에 윤씨는 전기세를 아끼려고 손님이 없을땐 온풍기를 줄이거나 꺼두기도 한다.

윤씨는 "평소처럼 온풍기와 난방을 틀어 놓으면 적자를 면치 못한다"며 "이제는 업계 특성상 항상 따뜻해야하는 목욕탕 내부를 유지하는 것 조차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오르는 요금에도 윤씨는 목욕탕 입장료 인상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고 있다. 입장료를 올리게 되면 목욕탕을 찾는 단골 손님의 발길이 떨어질까 우려되서다. 윤씨가 운영하는 목욕탕의 입장료는 성인 기준 7천 원이다.

윤씨는 "이 곳을 찾는 손님들은 주로 중년에서 노인으로 수년에서 수 십년간 방문하는 손님들이 대부분" 이라며 "가격을 인상하게 되면 발길을 끊는 손님도 적지 않을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한탄했다.

단골 손님 A씨는 "경영난으로 살기 힘든 시기에 목욕탕 이용료까지 인상하면 평소보다 목욕탕을 자주 찾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가스비, 난방비 인상 탓에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이해하는 손님도 있었다.
ⓒ 김용수기자
15년간 이 목욕탕을 방문하는 단골 손님 B씨는 "코로나19 발생 시점부터 지금까지 가장 힘든 업소 중 하나가 목욕탕일 것"이라며 "1천 원, 2천 원 때문에 목욕탕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다른 목욕탕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의 한 목욕탕은 공과금 인상에 못 이겨 지난해 10월 입장료를 6천 원에서 7천 원으로 가격을 인상했다.

목욕탕 업주 C씨는 "목욕탕은 박리다매 구조여서 요금이 오르면 그만큼 손님이 떨어지지만, 목욕탕을 운영해나가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며 "운영비 적자를 못 이겨 폐업을 한 목욕탕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대로 가다가는 목욕탕 업계 자체가 살아남기 힘들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기, 가스 및 기타 연료 물가 지수는 135.75(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7% 올랐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4월(38.2%) 이후 24년 9개월 만의 최고 상승률이다. /임성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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