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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12.08 16:48:27
  • 최종수정2020.12.08 16:48:27

조인숙

상당초등학교장

잠시 여행을 떠납니다. 여기가 어디지?

★ 늘 아름답습니다.

★★ 사계절 멈추지 않습니다.

★★★ 아이들이 등장하면 축포처럼 활기를 내뿜습니다.

★★★★ 아이들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넓은 흙바닥에 새깁니다.

★★★★★ 부모님의 추억 위에 자녀의 행복이 손을 얻는 곳입니다.

늘 궁금한 것, 늘 탐내는 것, 그러면서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지는 것.

아름다움이다. 학교 운동장엔 언제나 아름다움이 있다. 언제 보아도 좋다. 빈 듯하지만 채워져 있고, 채워졌나 싶지만 누군가를 받아들일 공간이 열려있는 곳이다. 올해는 새 모래도 깔았다. 유치원생을 위한 모래 놀이장도 만들었다. 체육과 놀이를 위한 다양한 기구들도 준비했다.

드디어 아이들이 왔다. 색깔부터 시선을 끄는 체육 기구들이 아이들을 한층 신나게 한다. 코로나19로 뛰어놀지 못한 시간들을 보충이라도 하듯 선생님들은 날마다 아이들과 새로운 그림을 그려내신다. 빨간 그늘막이 고운 유치원 모래 놀이장도 날마다 바쁘다. 열심히 모래를 깊이깊이 파내는 아이, 그것을 트럭에 가득 담아 실어나르는 아이, 그것으로 무엇을 하려나? 지금 보이지 않는, 만들어 가고 있는 그들의 큰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분명 아름다울 것이다. 아이들의 몰입된 어울림에 싱글벙글 연신 사진을 찍는 선생님의 모습까지. 그림으로는 담을 수 없는 이 아름다움. 나의 하루를 행복하게 하는 에너지가 된다.

날씨가 조금씩 쌀쌀해지는 10월 하순이다. 전면 등교이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는 계속된다. 중앙 현관으로 향하는 외길 통로 50m 남짓, 두 줄 서기로 실내화를 갈아신는 공간이다. 여름에는 긴 천막들이 이어져 그늘을 드리우던 공간에 이제 20여 개의 국화가 노란 꽃을 피웠다. 지속되는 코로나19로 건조하고 무겁고 딱딱하게 억압되는 아이들의 정서를 꽃은 웃게 한다. 이것이 생명이 생명에게 주는 치유의 힘이 아닐까 싶다.

점심을 먹고 아이들의 소화도 돕고 햇살도 쏘여주기 위해 운동장을 크게 돈다는 유치원 선생님. 아이들을 향한 배려에 감동하고 감사했던 선생님을 오늘은 국화 앞에서 만났다. 가을을 공부하는 시간인가 보다. 날아온 공에 사고를 당한 국화꽃을 발견하고 아이들과 가을 꾸미기에 쓰자면서 좋아하신다. 꺾인 꽃이지만 아직은 버려지지 않은 꽃, 꽃도 선생님도 아이들도 참 곱다. 아이들은 꽃을 보고 벌을 본다. 신기하고, 재미있고……. 벌들에게 가까이 손까지 뻗어본다. 그러나 벌들은 아이들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고개를 꽃 속에 박아가며 쉼 없이 바쁠 뿐이다. 문득 궁금해진다. 이 벌들이 어디서 왔을까? 만약 이 꽃들이 없다면 못 보았을 벌들이다. 꽃이 피었으니 왔다. 어디에 있다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그리고 이 꽃이 지면 또 어디로 갈까? 이 도심에서……. 생명은 신비하고 신비롭다. 우리 또한 이 신비한 생명. 꽃이 벌을 부르고, 우리 사람들을 불러내듯이 우리 또한 생명의 고리에서 생명을 초대하는 존재들이다. 나는 오늘 유치원 선생님과 아이들의 아름다움에 초대받은 행복한 사람이다.

이제 12월이다. 아, 6학년! 보내야 한다. 무엇으로 어떻게 졸업식을 열어야 '그래, 6년 동안 참 잘했어. 대단해.' 스스로 자긍심을 갖고 초등학교를 떠날 수 있을까? 2021학년도 신입생 예비소집은 어떻게 준비해야 학교의 시작을 설레게 할까? 코로나19로 힘겨웠던 아이들에게 쉼과 배움을 누리는 겨울 방학은 어떻게? 상상은 나를 깨어있게 한다. 행복하게 한다. 세상이 아름답다. 이 모든 일상, 누구나 겪는 모든 이들의 하루를 누군가는 예술이라 하고, 누군가는 사랑이라 하고, 또 누군가는 삶이라 한다. 삶이 곧 아름다움이고, 행복이고 예술이기 때문일 거다.

12월, 2020년도 상당초등학교에서의 대작을 운동장에 펼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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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