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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6.09 17:25:08
  • 최종수정2020.06.09 17:25:08

조인숙

상당초등학교장

퇴근길. 툭~툭~. 5월의 비가 온다. 갑자기 쏟아진다. 놀랍도록 낯설게 엄청난 양이다. 점점 앞을 분간하기가 어렵다. 운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 끌리고 밀리는 것이다. 통제력을 잃는 아찔함이다. 앞을 제대로 볼 수 없음이 인식되는 순간 두려움이 엄습한다. 본다는 것! 인식하고 느끼고 생각하고 판단하고, 그리고 또 무엇일까· 내 의식은 본다는 것에서 볼 수 없다는 것으로 다시 본다는 것으로……. 혼란스럽게 오간다. 밝음도 그렇다고 칠흑 같은 어둠도 아닌 혼돈과 닮은 그런 시공을 헤매는 어지러움이다. 나도 모르게 운전대를 더 꽉 잡는다. 온몸의 신경과 세포가 긴장을 한다. 내 목적지가 선명해진다. 나는 집으로 가야 한다. 우리는 극한의 상황에서 잠자던 힘을 흔들어 깨우는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힘이 생겨 더 강해지는 것인가· 다시 새 아침이다.

드디어 학교의 문을 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일상이던 온전한 개학은 아니다. 낯설고 불안한 부분 개학이다. 스스로 부딪혀 본 적은 없지만 존재한다고 믿는 어린 시절 벽장 속의 괴물처럼, 두려움으로 우리를 긴장시키는 코로나19가 팬데믹의 괴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괴물은 벽장 속 괴물이 아니다. 쉽게 보이지 않으나 실존하면서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 우리와 생명을 건 장기적이고, 생리적이면서 심리적이고, 집단적인 아주 고달픈 위기의 실전이다.

코로나 19, 그것은 개학을 앞두고 이틀 연속 나의 꿈속까지 파고들었다. 빗물 속에 갇혔던 순간의 아찔함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 두렵다. 대응 매뉴얼을 기반으로 준비에 준비, 점검에 점점, 협의에 협의. 안전한 수업, 그것이 목표다. 교실의 공간 확보를 중심으로 개인 간의 안전거리 유지 방안 등 학생들 등교부터 하교 동선까지 모든 것이 의도되고 설명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교직원이 역할 분담을 명확하게 하고 숙지하는 일, 다른 사람의 역할에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체할 것인지, 서로의 업무가 어떻게 연속성을 갖는지, 학년에 따라 등교 요일 및 등하교 시간이 달라지는 것에 안정적으로 대처하기까지. 훈련 같은 연습의 나날인 것 같다. 이제 안심해도 되나 싶다가도 다음 날은 또 다른 틈새가 없는지 걱정으로 두리번거리게 된다.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이 반드시 있는 것일까? 위기는 새로운 지혜를 얻는 기회인가? 참 묘하다. 비대면, 안전거리 유지, 수업에 방역까지. 가까워질 수 없는 어려운 여건임이 분명한데 우리의 소통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고 범위까지 확대되고 있다. 학교장은 그들대로, 각각의 교과를 가르치는 교사는 교사들 나름으로, 교육과정 변화에 수시로 수정 대처해야 하는 부장들은 그들의 소통으로, 수시로 보완되고 수정되는 방역을 담당하는 보건교사는 그들의 공동체로, 영양교사는 그들의 협력으로 방역에 취약한 급식 업무에 대처하는 모습은 참으로 위대하다. 인류의 역사 속 진화는 위기의 적응이고, 위기에서 비롯된 협업이고 돌연변이가 아닐까 싶다.

오늘도 무사히, 해지는 운동장을 바라본다. 날마다 발열체크에 몸 상태 점검. 마치 살아있는 거대한 생명체를 진단하듯 바라봐지고 소독되고 닦여지는 학교의 시설물들. 이렇게 우리 모두는 우리의 몸을 의식하고 보살피며, 우리가 몸담은 시설들을 이렇게 세심하게 느끼면서 살아온 날들이 얼마나 있었을까· 한 분의 선생님이 떠오른다. 열감이 있는 것 같다고 한다. 다행히 원격 수업 상황이다. '내가 아픈 것이 문제가 아니다. 전파자가 되면 안 되는데…….' 간절한 바람이 초조하게 배어있다. 하루를 재택근무로 보내고 건강하게 출근하셨다. 걱정을 덜어낸 얼굴이 환하시다. 더 활기차고 즐거워 보이기까지 한 것은 나만의 착각은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이 상황에서 또 엉뚱한 생각을 한다. 36.5와 37.5. 1차이? 37.2와 37.5. 소수점 이하의 작은 수? 그 숫자가 갖는 의미는 대상, 상황, 규모, 장소 등등에 따라 다르고, 다른 미래를 만든다는 것. 우리 학생들이 얼마나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시선을 확대하여 지구로 돌려 보자. 지구 온도가 1도 달라지면 우리의 삶은, 지구상에 살고 있는 생물을 포함한 모든 환경까지 어떤 변화를 겪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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