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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11.14 13:57:24
  • 최종수정2019.11.14 13:57:24

손수민

청주시 상수도사업본부 주무관

"생각했던 거랑 많이 다르죠?"

일을 시작한지 한 달 쯤 됐을까, 가장 가까이에서 일을 가르쳐주던 선배 주무관이 내게 했던 질문이다. 사실 공무원이 되고자 했지만 공부하기에 급급해 이 질문을 받을 때까지도 내가 생각하는 공직생활이란 무엇인지, 그것과 지금까지 느낀 게 무엇이 다른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공직을 꿈꾸던 사람으로서 조금 부끄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고도 수개월이 더 지난 지금, 몇 가지 느껴지는 것이 있어 적어보려고 한다.

첫 번째, 공무원은 생각보다 시민과 멀리 있다. 흔히들 '공무원'이라고 하면 시청이나 행정복지센터 등 시민과 가까운 곳에서 대면하면서 일하는 사람들을 떠올린다. 하지만 내가 일하는 이 곳, 상수도사업본부는 청주시 소속이면서도 시민들과 얼굴을 마주보고 소통하는 일보다는 전화를 통해 이뤄지는 일이 많다. 이렇듯 곳에 따라 부서에 따라서 시민들과의 물리적 거리가 많이 차이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동안 내가 생각한 '공무원'과는 조금 다르다고 느꼈다.

두 번째, 공무원은 생각보다 시민과 훨씬 가까이에 있다. 앞의 이야기와 정반대되는 표현이라 조금 모순되게 느껴지지만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우리는 공무원을 만난다고 이야기하면 행정복지센터나 시청에서 공무원과 직접 만나 이야기하는 것을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집에 있는 수돗물을 트는 것에까지 이미 공무원의 행정이 미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밖에 나가야만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공무원'이, 그리고 국가의 행정이 이미 생활 속 깊이 들어와 있는 것이다.

세 번째, 공무원은 시민이다. 실제로 일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공무원이 된 후 시민의 입장에서 생활 속의 크고 작은 불편들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늘었고,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더 나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보니 공무원이 곧 시민이며, 시민이 곧 공무원임을 체감하게 됐다.

또한 공직사회에서 현재 가장 강조가 되고 있는 '청렴'에 대해서도 생각에 변화가 생겼다. 예전에는 '청렴'이라고 하면 배임 횡령 등의 범법행위를 저지르지 않는 것을 떠올렸는데 실제로 공직에서 느낀 청렴은 그렇게 거창한 곳에 있지 않았다. 주어진 업무를 시간 안에 해내는 것, 공공기물을 함부로 낭비하지 않는 것, 시민을 대함에 있어 미소를 잃지 않는 것 등 사소한 것들이 청렴의 시작이자 끝이었던 것이다.

막연하게 행정처분을 한다든가 민원을 처리한다든가 했을 때에는 멀게만 느껴졌던 일들을 1년 조금 안되는 시간 동안 실제로 겪어보니 생각한 것 보다 더 광범위하고 일상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시에 내가 어떤 공무원이 돼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됐는데, 무엇보다도 공무원이 관습적이고 일상적으로 처리하는 업무들이 시민들의 생활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다각도에서 주의 깊게 관찰하고 행동하는 자세를 지녀야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청렴이 어려운 것이 아님을 깨달은 만큼 생활 속의 작은 행동과 마음가짐부터 바로 해야 한다. 앞으로의 공직생활에 있어 이러한 깨달음들을 통해 물리적인 거리는 멀 수 있지만 심리적인 거리는 가까운, 항상 시민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행정에 반영하고자 노력하는 공무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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