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0.04.19 15:09:50
  • 최종수정2020.04.19 15:09:50

송용섭

충청북도농업기술원장·교육학박사

세계 곡물시장이 심상치 않다. 펜데믹(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하여 식량위기설이 나돌면서 유엔 산하의 식량농업기구(FAO)에서는 4월과 5월에 식량공급망의 붕괴가 예상된다고 경고한바 있다. 코로나19로 국가 간 이동금지가 확대되고 검역장벽이 높아지게 되면서 농촌에서는 일손 부족이 초래되고 있고, 세계적인 식량수급에 차질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일부 국가들은 식량안보 차원에서 무역통제나 공격적인 비축에 나서고 있다.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연간 쌀 50만 톤을 수출하는 캄보디아는 지난 5일부터 쌀 수출을 금지하였다. 인도, 태국에 이어 세계 3위의 쌀 수출국인 베트남의 경우도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하여 지난달 24일부터 쌀 수출을 전면 중지했으며, 카자흐스탄도 최근 밀가루와 메밀, 설탕, 채소 등의 수출을 중단했다. 태국은 달걀을, 러시아도 모든 곡물의 수출을 일시적으로 제한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성숙된 국민의식과 적절한 대처로 생활필수품에 대한 사재기는 발생하지 않고 있으나 쌀을 제외한 식량자급률이 현격히 낮은 국가로서 국제 식량가격 급등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외국의 한 컨설팅업체도 식량가격 폭등에 가장 크게 노출될 나라로서 한국과 일본, 중국, 중동 등을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 장기적인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최고조의 위기 상황 속에서 식량안보 차원에서 곡물을 비롯하여 채소, 과일, 축산물에 이르기까지 국내 농업생산 기반을 보다 견고히 할 필요가 있다.

지금으로 부터 약 6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세종대왕 즉위 11년인 1429년에 농사직설(農事直說)이 편찬되었다. 농사직설은 대부분의 내용이 중요 곡식에 관하여 기술한 서적으로 종래에 중국의 옛 농서에 의존해 왔던 농법에서 벗어나고자 우리나라 풍토에 맞는 농법으로 편찬된 최초의 농서(農書)이다. 이것은 당시 지방에서 농촌지도 역할을 수행하는 권농관(勸農官)들의 지침서가 되었을 뿐 아니라, 그 후로 증보되었고 농가집성(農家集成)을 비롯한 여러 가지 전문 농서가 출간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임금의 명에 의하여 문신이었던 변효문(卞孝文)과 함께 책을 쓴 정초(鄭招)가 쓴 서문에서 나타나 있듯이 풍토가 다르면 농사법도 다르기 때문에, 중국의 농서와는 완연히 달랐다. 각 관찰사에 명하여 각 지역에서 경험이 많은 농민들에게 직접 물어서 경험한 바를 자세히 듣고 수집하여 편찬한 것이다. 지금으로 말하면 전국에 있는 농가의 작물재배 우수사례를 수집하여 엮은 현장 중심 농사교재인 샘이다.

곡식 재배에 중점을 두고 벼의 경우 직파법, 건답법, 밭벼 재배법에 이르기까지 수록되어 있으며 기장, 조, 수수, 콩, 보리, 밀, 참깨, 메밀 등 다양한 작물에 대하여 지역에 맞는 농사 방법을 상세히 담고 있다. 농사직설, 뜻 그대로 농사에 관하여 직접 설명한 농업기술서인 것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하여 현장의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영농지도에 또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아 문자메시지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하여 비대면(un-tact) 영농지도에 힘쓰고 있다. 더 나아가 유튜브 등을 통하여 짤막한 온라인 설명 자료를 제작하여 제공함으로써 농업인들이 직접 보고 실천할 수 있도록 뉴 노멀(New Normal) 시대의 현장지도 대안을 강구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충청북도농업기술원에 위치한 농업인회관 내에 '농사직설 상담센터'를 개설하여 기술 영농상담을 기능을 강화하였다. 세종대왕께서 농사직설을 통해 우리 풍토에 맞는 농업기술 보급에 힘썼던 위민정신을 되살려 일선 경험과 지식을 두루 갖춘 여섯 명의 기술상담 위원들이 직문직답(直問直答)으로 농업인들의 현장 애로기술을 해결해 주는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다.

이러한 노력 등을 통해 최근 들어 국제기구에서 잇따라 경고하고 있는 식량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뿐만 아니라 이를 계기로 하여 식량안보를 보다 굳건히 함으로써 국내 경제 회복을 적극 뒷받침해 나가야 할 것이다. 세종대왕이 농사직설을 편찬하게 된 그 배경과 지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노력이 절실한 때가 바로 지금이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