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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주희

괴산읍행정복지센터 맞춤형복지팀

임인년 새해가 시작된지 얼마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올해 넘길 달력이 더 이상 없다는 사실이 쉽게 체감되지 않는다.

코로나19의 매서움이 예년보다 사그러들긴 했지만, 세계적인 경제불황을 주변에서조차 쉽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이웃들이 곤궁함을 겪으며 저마다의 어려움과 싸우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본인보다 더 힘든 이들을 위해 성금과 물품을 괴산읍에 기부해주시는 따뜻한 마음들이 지금까지도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해마다 기부해주시는 분들에게 많이 부족할지언정 감사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표하고 싶어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감사편지를 보내고 있는데 이번 연말, 발송명단을 정리하다가 문득 한분의 이름 앞에서 짐짓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괴산읍사무소에 종종 잰걸음으로 들러주시며 별거 아니라고 어려운 사람들 위해 써주라며 던지듯 돈을 놓고가시던 한 어머님의 함자를 명단에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나 아니면 식사도 잘 잡숫지 못하신다"며 읍내를 누구보다 분주히 다니시며 홀로 사는 어르신 댁에 수시로 다니는 분이셨다.

어쩔 때는 막무가내로 읍사무소 앞 마당으로 나오라며 채근하시더니, 커다란 고춧가루 포대를 내 손에 쥐어주시면서 "불쌍한 사람들은 아가씨가 많이 알지 않냐"며 "읍에서 알아서 나눠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던 어머님이셨다.

불과 한달 전에도 사무실로 성큼성큼 들어오시곤 "성금 내는 계좌번호를 적어달라"며 메모지를 받아들고서는 얼른 달려나가신 어머님이셨는데.

뭐가 또 그리 급하셨는지 어머님께서는 이륜차를 타고 가시다 교통사고가 났고, 그렇게 허망하게 세상과 작별하셨다.

전혀 알 길이 없던 우리는 나중에 "돌아가셨다"는 소리를 듣게 됐고, 직원들 모두 슬픔에 숙연해질 수 밖에 없었다.

어머님의 따뜻한 정성 덕분에 괴산읍의 많은 분들에게 찌는 듯한 무더위를 피해 시원한 바람을 선물해드릴 수 있었고, 차디찬 아랫목을 데워드릴 수 있었는데. 이 고마운 마음을 십분의 일이라도 진작에 말씀드릴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감사함과 자책감이 뒤범벅이 된 채 한참을 넋놓고 있었다.

보낼 수 없는 편지가 되어버렸지만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으로 남을 위해 봉사하신 어머님을 나와 우리 모두가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어머님.

재촉이는 어머님의 성화에 가끔은 샐쭉한 표정으로 대했던 찰나의 순간이 얼마나 죄송한지 모릅니다.

연말 성금 모금 행사가 시작되면서 만약에 어머님이 이를 아셨다면, 또 분주히 만사를 제쳐두고 사무실에 들러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제는 그럴 수가 없다는 사실이 저희들의 마음을 한없이 아프게 하고요.

홀로 지내시면서도 "나는 기부하는 게 너무 행복하다"며 뿌듯해하시던 어머님의 마음이 빛바래지 않도록 그 사랑 가득한 마음이 괴산읍에 두고두고 퍼질 수 있도록 노력해보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어머님,

부디 평안히 영면에 드시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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