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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성 - 머리 위를 조심해

'똥 같은 사회'에 울리는 청량한 경종
'갈매기는 끼룩끼룩 운다' 등 단편소설 8편 구성
경쾌하고 속도감 있는 문장으로 인간의 욕구 묘파

  • 웹출고시간2016.09.27 18:13:11
  • 최종수정2016.09.27 18:13:11

머리 위를 조심해

이수진 지음 / 문학동네 / 284쪽 / 1만2천원

[충북일보] '입심 걸쭉한 신인 탄생'이라는 평을 들으며 기대주로 주목받아 온 이수진 작가가 등단한 지 7년 만에 첫 소설집을 펴냈다.

책에는 '갈매기는 끼룩끼룩 운다', '마니차', '아버지 축제', '머리 위를 조심해', '벽장', '전발씨', '원초적 취미', '대단히 멋진 꿈' 등 단편소설 8편이 담겼다.

느리지만 단단하게 쌓아올린 단편소설들은 작가의 젊은 감각과 세계를 보는 미시적인 시선에서 탄생한 결과물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전봇대 밑에서 잠을 깬다. 전날 자신이 누구와 어떻게 술을 마시고 거기서 잠든 것인지 기억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러다 갑작스런 변의가 밀려오고, 다급히 배변의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장소를 찾아 나선다. 여기서부터 식은땀이 날 만큼 생생하고 집요한 작가의 변의에 대한 묘사가 시작된다.

작가는 경쾌하고 속도감 있게 서사를 밀고 나가다가도 때론 감춰진 욕구들을 날것 그대로 묘파해낸다. 읽는 이로 하여금 애써 잊었거나 부정했던 '진짜' 현실과 어색하게 마주서게 만드는 것이다.

'갈매기는 끼룩끼룩 운다' 편에는 길에서 마주친 아줌마를 두고 소설가 지망생과 실력 없는 소매치기, 편의점 야간 알바인 세 친구가 내뱉는 동상이몽을 맛깔나게 그려냈다.

'마니차'에서는 끊임없이 악행을 저지르면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내야 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공포스럽게 담았다. 하지만 이 공포는 우리 삶에서 먼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주지시키면서 인간 존재의 무기력함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전자발찌를 찬 이웃에 대한 섣부른 오해를 통해 고단하고 처연한 현대인의 피해망상이 만들어낸 파국을 다룬 '전발씨', 구멍난 이를 자극하는 것에서 삶의 희락과 목표를 찾아야만 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그려낸 등단작 '원초적 취미' 등은 빠르게 읽히는 속도에 반비례해 오랜 여운을 남긴다.

작가의 소설은 가독성 높은 문장들을 리드미컬하게 따라 읽는 재미가 있다. 또 그 안에 감춰진 비의들까지 발견해내는 묘미도 있다.

책을 통해 작가는 독자들에게 불편하고 불합리한 세계를 지탱하고 살아가게 하는 힘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묻는다.

/ 유소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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