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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1.09.28 19:26:4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김승환

충북대교수 / 충북문화예술연구소장

어느날 대통령이 이렇게 말했다. '충청북도 도지사는 선거로 뽑지 말고 정부에서 임명하는 것이 좋겠다. 충북은 부산이나 인천과 달리 규모가 작고 경제산업의 토대도 허약하므로 지방자치는 맞지 않는다.' 그러자 해당 장관은 기상천외한 평가지표를 작성했다. 그것은 서울시부터 제주도까지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를 서열화해서 하위 15%는 지방자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중 제주도와 세종시는 특별자치단체이므로 제외하고 나머지를 인구, 재정, 산업, 예산, 정치력, 직업수, 실업율, 면적, 국제화지수, 세금납부 등의 지표를 만들었다. 이 평가지표를 가지고 평가한 결과 충청북도 도지사는 추천위원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상상일 것 같은 이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교육부가 지난 9월 23일 충북대학교를 '구조개혁 중점추진 국립대학'으로 지목한 것이다. 이것은 1만명 이상의 국립대학교 12개 중 충북대학교가 11위이기 때문에 구조개혁을 강제로 단행해야 한다는 명령이다. 그런데 교육부가 말하는 구조개혁은 민주화의 상징이자 법적으로 보장된 총학장 직선제를 폐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부분의 대학이 거의 비슷한 점수대에 몰려 있는데 직선제폐지 항목의 배점이 100점 중 25점이라는 사실은 총학장 직선제폐지가 교육부의 평가의도임을 명확하게 반증(反證)한다. 더구나 교육부가 '대학의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천민자본주의적 개념을 쓴 것을 보면 대학을 통치(統治)의 대상으로 삼는 독재적 발상이 솔직하게 드러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주호 교육부 장관을 탄핵하겠다는 국립대 교수협의회의 방침은 일리가 없지 않다.

반면 대학평가에 관한 객관적인 권위를 가진 중앙일보가 26일 발표한 것을 참조하면 충북대학교는 12개 국립대학교 중 7위, 100개 종합대학 중 29위였다. 한편 교육부와 일각에서는 총장직선제가 큰 문제인 것처럼 침소봉대(針小棒大)하고 호도한 다음, 지역의 정치경제력이 약한 충북대와 강원대를 포획(捕獲)의 목표로 삼았다. 이 목표를 실행하기 위하여 충북대학교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연구와 교수 부문은 제외되었고, 현 정부가 내세운 등록금 반값공약과 취업율을 대학에 전가하는 평가를 단행했다.

그간 충북대학교는 교육부 정책을 가장 잘 따랐으며 여러 면에서 실험대상이 되었다. 이번에도 충북대학교의 저항이나 반대가 미약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충북대학교를 희생양(犧牲羊)으로 만든 것이다. 체제상 국립대학은 예산, 학생정원, 학사운영, 시설, 조직, 인사를 포함한 거의 모든 면에서 교육부의 철저한 관리와 감독을 받고 있고 각종 감사는 물론이고 국정감사까지 받는 기관이다. 다만 자율성이 주어진 연구와 교육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번 평가에서는 장학금, 등록금 인상률, 학생충원율, 인건비 비율, 지역의 산업과 연동되는 취업률 등을 주요 기준으로 삼았다. 그런 이유 때문에 이번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교육부의 평가가 공정하지도 않고 타당하지도 않다고 강력하게 반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책임은 전적으로 교육부에 있으며 자기부정을 한 교육부가 스스로 평가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강력한 대 정부 투쟁이 일어날 것이다.

그렇다고 충북대학교가 책임이 없는가·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이런 지표가 절대불리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이에 대비했어야 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진보와 개혁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였어야 한다. 특히 개혁이 필요하다는 교육부의 진단 자체는 틀리다고 할 수 없으며, 그런 점에서 개선할 점은 과감하게 개선하는 것이 옳다. 나아가 정부에서도 거점 국립대학교를 퇴출하려는 것은 아닐 것인즉, 좋은 점이 있다면 교육부의 정책지도를 받아줄 아량과 용기도 필요하다. 충북대학교 출신이자 충북대학교 교수인 필자 역시 깊은 반성을 하고 있고 다른 모든 충북대학교 교수, 직원, 학생 역시 이 사태로 큰 충격을 받았으며 당연히 깊이 자책하고 있다.

인간의 한평생에도 파란과 만장이 있거늘, 어찌 큰 조직에 비바람 찬이슬이 없을 것인가· 개교 60주년의 빛나는 역사와 충북도민들이 곡식을 갹출하여 설립한 창학정신(創學精神)을 살려야 한다. 이번 사태를 뼈아픈 교훈 삼아 의연하게 대처하면서 씩씩하게 거듭난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아닐 것인가! 한마디로 충북대학교는 이번 위기를 기회 삼아 일신우일신하고 법고창신(法古創新)하여 다음 평가에서 충북의 자존심을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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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