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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1.08.31 17:18:4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김승환

충북문화예술연구소장/충북대교수

용맹한 장비가 긴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러자 유비(劉備)는 이렇게 타일렀다. '현자를 만나려면 도리에 따라야 한다. 제갈공명은 위대한 현자이니 당연히 내가 만나러 가야 하지 않겠느냐?' 힘이 장사였고 무척 용감했으며 성격이 불같던 장비는 못내 못마땅했다. 일개 선비를 몇 번이나 찾아가는 유비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때 이런 노래가 들렸다. '봉황새 천리를 날아가지만 오동나무 아니면 깃들지 않네.'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유비는 이렇게 현자를 찾기 위해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자기를 낮추었다. 촉한(蜀漢)의 유비는 사람을 알아보았고, 사람을 믿었으며, 사람을 탓하지 않았다. 이것은 물론 덕치주의 정치관이기는 하겠지만, 결론적으로 유비는 제갈공명이라는 뛰어난 현자(賢者)를 중용하고 믿었기 때문에 전설적인 현군(賢君)으로 남게 된 것이다. 만약 유비가 자신의 용기와 능력에 의지하여 천하를 도모했다면 그는 일개 성주(城主)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충북 사회의 중요한 의제가 되어 있는 충북문화재단 대표이사도 마찬가지다. 충북의 주인인 충청북도 도민들이 가장 좋아하고 신뢰할만한 문화예술인 중에서 출중한 인물을 찾고 여론을 수렴한 다음, 도민의 대표인 지사께서 정중한 예를 갖추어 초빙하는 것이 좋다. 대표이사라는 직위는 보수와 권력이 주어지지 않는 명예직이므로 공모(公募)는 부적합하다. 하지만 보수와 권력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명예로운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능력과 덕망이 있는 분을 모실 명분이 된다. 이것을 상징하는 용어가 삼고초려(三顧草廬)다. 유비가 제갈공명을 모시기 위하여 초막에 세 번 왕래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이 사자성어는 유비의 인품, 능력, 성정, 경륜을 함축하고 있다. 삼고초려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자기 주체가 확실하고 자신 있는 사람이 친절할 수 있듯이 상대를 인정하여 예를 갖추는 것도 능력과 자신이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2011년 11월 1일 창립예정으로 있는, 충북문화재단 대표이사는 덕망과 능력을 갖추고 균형과 합리를 잃지 않는 분이 선임되어야 한다. 항간에는 이 사안이 진보와 보수의 일대 회전(會戰)이라고 분석하지만, 이 문제로 보수와 진보가 대립한 적도 없고 대립할 일도 아니며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충북문화재단이 할 일은 충청북도라는 독립적인 소지역국가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문화예술을 통하여 22세기를 향한 전망을 세우는 일이다. 역동적 창의성의 증진과 열린 유목구조를 토대로 하므로 편파적이거나 독선적인 대표이사는 존재할 수가 없다. 따라서 누가 대표이사가 되더라도 균형과 합리를 바탕으로 원만하게 재단을 이끌 것이 분명하다.

충북문화재단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역조직이라는 성격도 있으므로 문화산업, 문화관광, 예술경영, 문화재, 축제대행이 중심이어서는 안되고 문화복지, 예술진흥, 충북의 사상과 정신 진작 등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또한 문화재단은 예총과 민예총 등 문화예술단체를 아우르는 한편 예술단체들이 하지 못하는 것을 실행하는 공공기관이며, 충북의 미래를 조망하는 상징이자 엔진이다. 아울러 문화재단은 <충청북도 문화헌장>에 명기되어 있는 것과 같이 '흥과 신명으로 예술을 가꾼 여기는 대한의 중앙, 충청북도'를 실현하기 위한 목표이자 과정이다. 특히 민간의 창의성과 행정의 안정성이 조화하는 문화협치(文化協治)를 통하여 문화사회(Cultural Society)로 나가는 이정표다. 따라서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라는 것은 냉소적인 분들의 방관자적 촌평(寸評)이므로 이런 낭설허언에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

이시종 지사께서는 높은 경륜과 깊은 지혜를 가진 분이고, 상대를 존중함으로써 오히려 자기를 높이며, 현자를 초빙함으로써 역사에 남는 명 지사(知事)가 되실만한 분이다. 역사가 증명하듯이 난세(亂世)에 영웅이 나는 것이고, 난국(難局)에 인물의 크기가 드러나는 것이며, 난망(難忘)한 상황을 역전시키는 것이 훌륭한 인걸이다. 민선5기의 명철한 도지사께서 문화재단 대표이사 선임을 통하여 어려운 난국을 희망으로 바꾸시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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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