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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1.08.17 16:09:3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김승환

충북대 교수/충북문화예술연구소장

몇 교수들은 이렇게 외쳤다. '인간의 생존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그리고 다시 외쳤다. '고통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유성기업 노동자를 살리자.' 이것은 얼마전 민교협 충북지회와 교수노조 충북지부가 개최한 기자회견 때 외친 구호였다. 시민단체나 민중단체는 집시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하여 기자회견이라는 형식으로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때마다 크고 작은 논쟁이 벌어지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어떤 시각에서 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시각의 차이가 드러난 것은 이튿날이었다. 점심 식사를 하고 나오던 중 동료 교수 한 분이 빙그레 웃으면서 '아니 김선생, 교수가 무슨 노동자요·'라고 묻는 것이 아닌가· 그 박선생에게 악의는 없었지만 비판의 감정을 감추지는 못했다. 이어서 '교수들이 구호를 외쳐도 되는 거요·' 역시 비난성 질문이었다. 이어 '기업이 망하면 노동자도 죽는 것 아니오·' 박교수의 이 말은 기업가를 존중하고 기업이 잘되기를 기대하는 심정이므로 잘못되었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르고 인간의 존재론에 대한 해석이 다르며 노동쟁의에 대한 이해가 다를 뿐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노동자들의 임금은 노동시간에 의하여 결정되며 그 노동의 가치가 분배의 기준이 된다. 노동자는 자기 육체를 통하여 교환가치를 창출하고 그것을 다시 교환하여 생존을 하게 된다. 그런데 노동가치(勞動價値)의 분배가 공정하지 못하면 각종 쟁의가 벌어진다. 물론 기업가도 합리적으로 분배하고자 노력하기는 하지만 부당하거나 미흡한 경우가 생기는 것이고 여기서 노동자들의 한탄과 분노가 움튼다. 이때 노동조건이 문제가 되는데, 가능하면 좋은 노동조건을 원하는 노동자와 역시 가능하면 그 조건을 충족시켜 주고자 하는 기업가의 견해 차이가 생길 수 있다. 그 견해 차이가 심화되면 노동자들은 투쟁이라고 비난받는 쟁의를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가진 것은 육체뿐이다. 기술이나 경험도 육체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육체를 보전하지 못하면 노동의 가치를 창출할 수가 없다. 반면 기업가들은 자본, 토지, 금융, 유통, 인사권 등 여러 수단과 방법을 전유하고 있는 상류 지배계층이다. 기업가들 역시 기업을 잘 경영하여 노동자들을 잘 대해주고 싶을 것이고 사회에 환원도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노동자들은 약자이고 중하층 민중이며 그래서 과격하게 행동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노동자도 국가와 민족을 사랑하고 사회가 안정되기를 바라며 그저 인간답게 살기만을 희망하는 이 땅의 서민이다. 하지만 이 땅에는 노동자들의 쟁의를 무조건 비난 일색으로 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대로 기업가를 노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상당하다. 이런 극단적 편향성을 넘어서 균형과 합리로 이해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강조하는 것은 노동자들이 공연히 노동쟁의를 하는 것이 아니며 정말 어쩔 수 없어서 파업과 같은 쟁의를 한다는 점이다. 충북 영동과 충남 아산에 소재한 이번 유성기업의 노동쟁의는 노동가치의 공정한 분배와 아울러 노동자가 적당한 수면을 취해야 하고 교대시간에 무리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노동조건이 핵심이다. 그런데 자본과 보수가 연대하여 이런 사실을 왜곡하는 한편 용역을 동원하거나 각종 수단으로 노동자를 비난하고 있다. 다행히 8월 16일 노사(勞使)가 법원의 중재안을 수용하기는 했지만 노동에 대한 적대감이 한국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다.

노동자들의 쟁의를 무조건 비난과 비판의 시각으로만 본다면 노동자들이 갈 곳은 죽음밖에 더 있겠는가· 실제로 노동쟁의를 하다가 고공 크레인에 올라가서 죽음을 각오하고 농성을 하는 현대중공업의 김진숙 노동자도 있고, 노동해방의 이름으로 죽어간 수많은 노동자들이 있으며, 그저 육체만으로 살아야 하는 평범한 노동자들의 눈물이 강을 이룬 적도 있다. 유성기업이나 현대중공업 노동운동을 비난하시는 분들은, 자기 자신이나 자기 자식이 노동자라고 대입해서 생각해 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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