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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환

충북대 교수/충북문화예술연구소장

1970년 11월 25일,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경악했다. <금각사>(1956)를 쓴 일본의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三島 由紀夫)가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면서 할복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그는 <방패의 모임> 회원 네 명과 함께 일본 육상자위대 동부방면 총감부에서 총감을 감금하고 일본 자위대의 각성과 궐기를 외치며 할복을 했다. 단도로 자신의 배를 찔렀고 애인으로 추정되는 친구 모리타가 그의 목을 잘랐다. 그가 말한 자위대의 각성은 가미가제를 외치면서 무모하게 죽어간 제국 군대의 일본정신을 회복하자는 것이었다.

자신의 소설과 똑같이 죽는 장면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이 사건은 낭만주의적 관점에서 미학적인 죽음이라고 미화할 수도 있다. 또한 여성적이었던 미시마 유키오의 죽음이 야마토 다마시이 즉 사무라이 무사도와 그 토대인 대화혼(大和魂)의 발현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객기와 광기의 낭만적 연극을 넘어서지 못했다. 당시 미시마 유키오는 아무도 호응을 하지 않는 사무라이 정신을 외치면서 속절없이 죽었던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한 일본인들의 반응은 비판과 비난이 주류를 이루었다. 무모하게 미국과 전쟁을 일으켜 패전한 경험이 있어서 그랬겠으나, 미시마 유키오의 과격한 행동주의는 일본인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가련한 마음이 없지는 않았겠지만 대다수의 일본인들은 미시마 유키오의 할복자살을 비판의 눈으로 응시하고 가미가제식의 헛된 죽음을 통렬하게 비난했다. 대다수 일본인들은 극우파가 편리한대로 쓰는 민족감정의 불쏘시개를 한갓 웃음거리로 만들어서, 전후(戰後) 일본의 미래를 도모하려는 현명한 방안을 택한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일본정신이다. 끝까지 인내하면서 균형을 유지한 현실감각이야말로 무모한 행동주의보다 가치 있는 일본정신의 정수(精髓)다.

이와 유사한 사건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본 우파 자민당 의원들의 울릉도 방문 시도다. 2011년 8월 1일, 일본 자민당의 '영토에 관한 특명위원회' 소속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 의원이 인천공항에 내렸다. 출입국관리소가 입국불허를 통지하자 일본 의원들은 아홉 시간 항의 농성을 벌이다가 일본으로 돌아갔다. 이들의 목표는 자기 영토라고 주장하는 다케시마(獨島)의 분쟁지역화도 있겠지만 정치연극을 벌임으로써 일본 민족주의에 불을 지핀 다음 극우파의 결속을 끌어내서 자민당의 집권을 노리는 것이다. 한편 8월 2일,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은 2011년 방위백서가 일본정부에 의해서 확정되었다고 전한다. 이처럼 일본 우파는 필요할 때마다 일본부흥, 일본정신, 일본패권, 위대한 일본을 외치면서 민족주의를 이용한다. 어느 국가나 우파는 자민족중심주의, 자기국가 절대주의, 지배계급의 독점, 상류계층 우선주의 등을 토대로 하므로 그런 차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한국정부도 8월 5일 독도 주민숙소 완공식을 가지는 등 한국 영유권과 실효지배를 확고히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한국인이 해야 할 일은 관조(觀照)의 시선으로 일본 극우파가 출연한 소영웅주의 정치연극을 감상하는 일이다. 이미 독도는 한국 실효지배 50년이 지났으므로 한국의 영유권은 불변하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한국인들이 할 일은 흥분하고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 우익이 왜 그런 무모한 행동을 하는가를 분석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교과서나 언론은 일본의 주장을 정확하게 다루지 않았다. 특히 이 사건을 계기로 한국 우파가 민족감정이라는 도화선에 불을 지피고 일본타도, 대결불사와 같은 극단적 언행을 하게 되면, 양국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게 될 것이 분명하다. 향후 중국의 패권주의(覇權主義)가 강화됨에 따라서 가장 가까운 혈맹이 될 일본과의 관계가 소원해 지는 것은 곧 한국의 위기를 의미한다. 따라서 한국우파는 일본우파의 무모한 행동주의에 대항할 필요가 없으며 한국좌파는 일본좌파의 균형적 합리주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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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