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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1.07.20 18:58:1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김승환

충북대 교수/충북문화예술연구소장

고구려 장군 을지문덕은 다음과 같은 시를 썼다. '그대의 신기한 책략은 하늘의 이치를 다했고 / 오묘한 계획은 땅의 이치를 다했노라. / 싸움에 이겨서 이미 그 공이 높으니 / 만족함을 알고 그만두기 바라노라.' 수(隨)의 장수 우중문에게 보낸 이 시는 현존하는 한국 최고(最古)의 한시로 알려져 있다. 중원의 맹주인 수를 향한 을지문덕의 대갈일성은 고구려인의 기상을 만천하에 보여준 일대사건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한국인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과거가 강성한 고구려 시대다. 한편 한국에는 통일신라 이래로 신라중심주의가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데 김부식은 [삼국사기

]를 통하여 반도사관으로 비판받는 신라중심의 역사기록을 남겼다. 반면 신채호는 을지문덕, 광개토대왕, 장수왕으로 이어지는 고구려중심주의을 앞세웠다.

중화주의 시선으로 보면 고구려는 동이족, 더 정확하게는 북방초원의 야만족에 속한다. 중국 중원의 바깥인 내번과 외번보다 더 바깥에 있었던 고구려는 부여, 예와 함께 이(夷)로 분류된다. 반면 고구려의 시선으로 보면 중국의 중원인들은 역동성을 상실하고 소심하게 정주하는 농경인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고구려인은 북방 유목민의 성격이 있으며 초원의 사상이라고 할 수 있는 기상과 기백을 가진 용맹한 민족이었다. 고구려가 가지고 있었고, 한국인이 자랑스러워하는 초원의 사상은 개방성, 유연성, 역동성, 단순성, 신속성, 용맹성을 바탕으로 하는 열린 사유체계를 의미한다. 이 초원의 유목민들은 권력의 독점이나 조직적인 통치보다는 역동적인 협치(協治)와 모두 모여 함께 논의하는 직접 민주주의를 택했다. 또한 초원의 유목민들은 북방의 초원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믿고 있었으며 하늘숭배의 천사상(天思想)을 완성했다.

초원의 사상과 웅혼한 기상이 남방계 문화와 만나는 곳이 충북이다. 한국의 중심이라는 뜻의 중원(中原)은 따라서, 정주하고 기록하면서 체계적으로 정치와 경제를 완성한 공간인 동시에 이동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창의(創意)의 산실이다. 반면 충북 중남부에는 백제와 신라의 정신과 문화가 상당과 서원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온다. 그러니까 충북 북부지역은 고구려로 상징되는 초원과 중원의 사상이 혼융되고 있으며, 충북 중남부 지역은 백제와 신라의 문화가 혼융되고 있다. 여러 문화가 만나는 이것이 바로 충북정신의 시원이고 핵심이다.

충북문화헌장은 이런 충북의 정신과 사상을 '청풍명월(淸風明月)로 문화를 닦고 흥과 신명으로 예술을 가꾼 여기는 대한의 중앙, 충청북도다. 예로부터 온유하면서도 강직했던 충북인들은 유달리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여 중원문화를 꽃피웠다. 홍익인간의 사상과 하늘의 은혜로 세상이 열린 후 선사와 고대를 지나 삼국시대에 충북은 융합소통의 중심지였다. 고려 조선을 거치면서 충북인들의 온화한 품성과 형형한 기백은 한국문명의 빛이 되었다. 충북문화에는 중용과 합리의 보편성과 올곧은 선비정신이 담겨 있으며 우륵과 난계의 예술혼이 빛나고 직지(直指)의 창의성과 의병, 동학, 삼일운동 사상이 녹아 있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충북인들은 정주하는 중원의 사상, 북방 초원의 사상, 백제의 미소, 신라의 정신을 융합하고 혼융하는 보편적 경계인이다. 따라서 충청북도는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서울중심주의나 중국 중원의 중화사상과 같은 고착된 중심주의가 아니고, 변방인과 경계인의 특성인 열린사상과 열린정신의 역동성과 개방성을 가진 소지역국가(Statelet)다. 21세기의 지역주의는 과거 저항 민족주의나 애국 국가주의만큼 중요하다. 배타적이지만 않다면 충북지역주의는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따라서 고구려를 한국사의 중심으로 두었던 단재 신채호가 '독립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다'라고 한 것처럼 충북의 주체적 독립은 충북인들의 정신과 사상을 바탕으로 쟁취해야 하는 목표다. 충북인의 운명은 충북인이 개척하는 것이고, 충북의 역사는 충북인이 만드는 것이며, 충북의 미래는 충북인의 정신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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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