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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환

충북대 교수 / 전 민교협상임의장

일년 전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19개 지역 MBC의 광고 매출이 떨어지고 있고 지역은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 마치 현상을 진단한 것처럼 보이는 이 발화는 '지역의 MBC는 통폐합을 해야 하고 인력도 감축해야 한다'라는 본질을 은폐하고 있다. 이 의미심장한 문장 속에 충주 MBC의 운명이 결정되어 있었다. 이것은 김사장 개인의 독백이 아니고, 방문진의 면접과 MBC주주총회 직후의 발화이므로 강령이나 결정과 같은 일종의 포고(布告)다. 신임 사장의 일성이 이랬으므로 충주MBC의 운명이 풍전등화(風前燈火)에 놓이는 것은 단지 시간의 문제였다.

한편 2011년 2월 김재철 사장은 연임이 결정된 직후 교양국을 편성제작본부로 이관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한편 MBC의 간판인 PD수첩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뿐 아니다. 자신의 공언대로 19개의 지역MBC를 빠른 시일 내에 광역화하겠다면서 강릉-삼척, 청주-충주를 통폐합 대상으로 설정하고 마침내 지난 3월 3일 겸임사장 발령을 내 버린 것이다.

우리는 김재철 사장이나 방문진도 나름대로 고뇌를 하면서 청주-충주 MBC의 통폐합을 결정했으리라 믿는다. 그래야만 MBC 전체가 살 수 있다고 보는 분석도 아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충북 북부지역 시청자들의 방송수신권과 자기결정권을 무시한 일방적 통폐합에 찬성할 수 없다. 왜냐하면 방송사는 일반회사가 아니고 국민의 기본권인 알권리와 비판의 자유를 수호하는 공영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런 방송사를 상법(商法)에 따른 일반회사로 간주하여 효율성을 앞세우는 것은, 천민자본주의의 노예만이 할 수 있는 저열한 착각이다. 무엇보다도 이런 일련의 조치들은 개혁적 구조조정이 아니라, 김재철 체제가 권력지향적 수구반동의 태도를 취함으로써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한다고 비판받는 근거 지점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40년간 남한강 지역의 방송 공영(公營)을 담당한 충주MBC가 상법에 의한 일반회사인가? 아니다.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김재철 사장은 언론인의 자격이 없고 대주주 역시 언론사 주주 자격이 없다. 언론이 무엇인지, 방송이 무엇인지를 망각한 사람이 어떻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영방송의 사장인가? 맹자(孟子)는 일찍이, 올바른 덕을 상실한 군주는 혁명으로 전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맹자가 말한 왕도(王道)는 사람이 근본이므로 지배자나 권력자보다 백성과 민중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충주를 비롯한 충북 북부지역의 주민인 시청자들이 바로 맹자가 말한 백성과 민중이다. 따라서 대주주의 권한을 행사하여 충주MBC를 통폐합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MBC의 진정한 주인인 시청자이자 국민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것과 같고 결국 민중의 거세 저항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이 모든 결정과 논의는 공공성(公共性)과 공영성이 절대기준이 되어야 하며, 대주주가 주장하는 상법상의 MBC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 사태에 대한 또 다른 시각도 중요하다. 충북환경운동연대 박일선 대표는 '개발독재시절 충북의 유일한 수혜지역은 청주'라고 단언했다. 그리고 다시 이렇게 외쳤다. '충청, 충북'을 내세운 많은 주장들은 청주권의 이익을 교묘히 포장한 것에 불과하고 세종시, 과학벨트, 의료단지, 혁신도시 등 그 어느 것도 충북의 절반인 남한강권의 이익과는 무관하거나 오히려 저발전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의 주장은, 그간 청주가 독점적인 수혜를 누렸고 상대적으로 충주를 포함한 남한강권역은 피해를 보았다는 것이다. 청주권역은 이런 분기탱천한 남한강권과 남부지역의 절규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즉, 수도권의 중앙집중을 비난한다면 청주의 패권과 독점도 반성해야 하는 것이다.

아울러 박일선 대표는 '시민단체를 비롯하여 지역운동가나 정치가들이 청주에 기울이는 노력의 반만이라도 표시한다면 충주MBC는 없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 가언전제는 의미심장하다. 만약 청주MBC가 대전MBC로 통폐합된다면 충북의 시민민중진영은 물론이고, 정치권을 포함한 모든 단체들의 전방위적 저항이 일어나지 않겠는가? 따라서 그리고 당연히, 청주의 시민단체, 민중단체, 사회단체는 물론이고 청주의 단체와 시민들은 충주를 위해서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장병집 충주대학교 총장을 비롯한 남한강권역 시청자들의 충천(衝天)한 분노를 이해하면서 MBC노동조합의 결정에 지지를 보낸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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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