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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재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사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어 삼계탕으로 초복을 지난 지도 며칠이 지났는데, 올 여름도 어떻게 시원하게 나야할 지 벌써 걱정이다.

그런데 더위와 함께 더 짜증나게 하는 것들이 있다. 바로 성급함이다. 평소 우리는 이러한 모습을 자주 찾아보게 되는데, 조금만 더 느림의 여유를 갖는다면 생각보다 더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한 층에 여러 가구가 살다 보니 두 대의 승강기가 운행되고 있다. 간혹 출근길 승강기를 기다리거나 타고 내려갈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두 대의 승강기를 모두 눌러버려 좀 답답한 경우가 있다.

승강기를 기다리고 있노라면, 두 대의 승강기 모두 계속 같은 층에서 멈추며 내려오다가 결국 한 대는 빈 채로 서게 된다. 또 타고 내려가다 보면 사람은 타지 않고 그냥 문만 열리기만 한다.

아무래도 승강기의 문이 의미 없이 열릴 때 마다 불필요하게 소모되는 전력량도 많아질 것이며, 이렇게 사용되는 전기요금은 고스란히 아파트 거주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홀짝수층으로 운행하는 승강기의 사례를 보면, 조금만 더 기다리는 아름다움이 필요하지 않을까.

성급함은 승강기뿐만 아니라 전철역의 에스컬레이터, 즉 자동계단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전철 문이 열리자마자 100m 달리기를 하듯 뛰어나가 남들보다 먼저 타려는 사람들의 모습이 쉽게 눈에 띤다.

넓은 계단을 이용하거나 차례로 순서를 기다리면 될 터인데, 무엇이 그리 급한지 앞사람을 밀치게 되고 또 발을 밟는 실례를 범하는 다소 민망한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결국 먼저 뛰어나간 사람들과 개찰구 앞에서 다시 만나게 되면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다.

요즘 나는 출근길 느림의 여유를 가끔씩 찾고는 한다. 아침에 일찍 출근하게 되는 경우 급행 전철을 타지만 웬만하면 그냥 일반 전철을 타는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전철 시간에 맞추어 문밖을 나선 후 빠른 걸음으로 가다보면 앞 전철인 급행 시간에 닿게 되어 역에 다다른 주위 사람들과 함께 나도 모르게 발길이 더 빨라진다. 결국 급행을 타게 되지만 후회를 하게 되는데, 환승을 하는 주요 역에서만 서는 급행인지라 전철 안은 사람들로 만원을 이룬다. 요즘 같은 여름이면 30분 남짓한 출근길의 답답함과 무더위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약 7~8분 앞서 출발하는 급행 전철의 도착시간이 약 15분 정도 빠르기는 하나, 일반 전철의 여유란 생각보다 더 좋다. 모든 역을 거쳐 감으로 인해 사람들의 승하차가 많아 서서 가도 답답함이 없으며, 간혹 자리가 일찍 생기는 경우 비록 20분 정도이기는 하나 달콤한 선잠을 즐기기도 한다.

아주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몇 분 일찍 가는 것보다 여유 있는 출근길을 위해 빠른 걸음은 가급적 자제를 한다. 그리고 주위에 급행 전철을 타려고 뛰어가는 사람들이 있어도 시선에 두지 않는다. 더구나 요즘 같은 더위에 성급한 빠른 걸음은 아침부터 땀으로 흠뻑 젖게 하는데, 그런 상태로 수많은 인파와 함께 하는 출근길이 그다지 상쾌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하튼 우리는 느림에서 비롯되는 즐거움을 쉽게 찾고 있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느림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좋은 처방전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이에 대한 가장 좋은 해결책은 평소보다 문화로 여가를 더 즐기는 것이다. 이에 대한 뚜렷한 기준을 정하기는 어렵고, 사람마다 한 여름을 벗어나는 방법이 다르므로 굳이 모든 이에게 강요하고 싶지 않지만, 아마도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라 생각된다.

평소 가까이 지내는 한 분께서 요즘같이 더운 때 다른 어느 곳보다도 박물관이 가장 시원하다고 이야기 한 적이 있다. 비단 박물관뿐만 아니라 공연장 등 문화현장이 바로 그러한 곳일 것이다.

시원한 곳에서 차분한 마음으로 감상을 하게 되는 전시회는 대상물을 꼼꼼히 살펴보는 과정을 통해 잠시나마 느림의 여유를 만끽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며, 가벼운 웃음보다는 진한 감동의 영화 관람 역시 들떠있는 여름의 마음을 다스리는데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번 여름도 무더위가 심상치 않다. 무덥다고 짜증내지 말고 각자 느림의 여유를 찾아 문화현장으로 발길을 옮겨보는 것도 시원한 여름나기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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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