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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0.07.18 16:41:21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조남석

충북대학교 명예교수

지난 한달 전세계가 남아공 축구월드컵 열기로 뒤덮었으며, 우리나라 축구도 원정 16강 달성이라는 새로운 역사적 쾌거를 이루었고, 스페인-네델란드가 맞붙은 결승전에서 스페인이 이니에스타의 통쾌한 결승골로 80년만에 우승을 이루었다.

무게 약 410 g, 둘레 약 70 cm의 작은 축구공이 지구촌을 하나로 묶는·월드컵의 마력은 과연 무엇일까· 자존심을 건 국가대항 축구경기, 스타플레이어들의 멋진 개인기 등 월드컵이 주는 재미에, 경제적 파급효과도 대단한 요소다. 그러나 월드컵 최고의 매력은·역시·스타플레이어들이 만들어내는 신기의 골 잔치가 백미임에 틀림없다. 월드컵 사상 최초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린 이번 남아공월드컵은 메시, 호날두, 카카, 루니와 같은 기존 스타플레이어들의 대거 탈락, 새로운 스타플레이어들의 등장, 해발 1,500 m 이상의 고지대 등 다수의 변수들이 있었으며, 공인구로 채택된 '자블라니 (Jabulani)'도 역대 월드컵 공인구 가운데 가장 둥글기 때문에 희비가 교차하는 많은 에피소드를 쏟아냈다. 전문가들은 "수많은 스포츠 중 유독 축구가 전 세계를 열광시키는 마력에는 바로 둥근 공에 비밀이 숨어있다"고 말한다.

초창기의 축구공은 소나 돼지의 오줌보(방광)에 바람을 불어넣은 수준. 이후 동물가죽에 털을 채워 사용했고, 19C 초반에 8조각의 가죽을 이어 만든 최초의 정식 축구공이 탄생했으나 구(球)의 형태와는 거리가 멀었다. 완전한 축구공에 도전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19C 후반에 이르러 축구공의 조각 수가 많을수록 구(球)에 가깝다는 결론에 이르렀으며, 1970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32조각을 이어 붙인 최초의 공인구 '텔스타'가 탄생했다. 독일의 스포츠용품 회사 아디다스는 축구공 제작시, 정20면체를 변형시켜 5각형과 6각형으로 된 가죽면 32개를 이어 붙여 만들었는데, 축구공 제작의 원리에 18C 스위스 수학자 오일러의 '다면체 정리'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공인구 '피버노바'도 공의 반발력과 탄력, 회전력 등을 대폭 향상시켰으나 32조각면의 판형은 그대로 유지됐다.

이러한 축구공의 전통은 2006 독일월드컵의 공인구 '팀가이스트'에 의해 무너졌다. '팀가이스트'는 전통적인 32면체의 공을 14면체로 축소, 최대한 구(球)에 가깝게 제작하였으며, 기존의 축구공과 달리 '오일러의 다면체 정리'를 만족시키지 않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찾아낸 최적의 구형 조합은 월드컵 트로피를 둥글게 만든 기하학적 모양의 조각 6개와 삼각 부메랑 모양의 조각 8개를 찾아냈으며, 이를 바탕으로 수작업으로 공 조각을 꿰매던 전통방식이 고열/고압을 이용해 특수 본드로 조각을 이어 붙이는 공법으로 대체됐다. 축구공의 조각 이음새는 공기저항에 결정적 역할을 하였으며, 공의 탄력이 매우 높아지고, 무게 감소로 골키퍼들이 쩔쩔 매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2010 남아공월드컵 공인구 '자블라니'는 14개의 조각을 더욱 줄여 8개의 가죽조각으로 이어붙여 역대 월드컵 공인구 중 가장 구(球)형에 가까우며, "팀가이스트와 여러 면에서 비슷하나 반발력 편차가 더욱 커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 특기할만한 내용이 있다면 종전대회에 비하여 역대 어느 대회보다도 승부를 점치기 어려웠다는데, 그 이유는 축구 전문가의 해설에 의하면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상대 팀의 과학적 분석", "개인기에 의존한 기술축구보다는 실리를 앞세운 강한 수비력축구"와 "새로운 공인구 자블라니"도 한몫 했다는 것이다.

어쨋던 축구에서 스타플레이어들이 만들어내는 신기의 골 잔치, 대포알 같이 차 넣는 중거리 슈팅, 숏패스 연결로 순식간에 수비라인을 무너뜨려 골을 넣는 개인기, 전투기가 폭격을 하듯 내리꽂는 장신 선수의 헤딩 슛 등 역동적인·골 장면은·관중들의 탄성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 가운데 약방의 감초 격이·바로 '프리킥' 골이다. 압박축구의·영향으로·반칙들이 늘어나고 수많은 세트피스 상황이 만들어지는데, 프리킥 골은 다이내믹한 필드골 이상으로 중요한 득점원이 되면서, 프리킥 기술 역시 고도로 발달하여 마법사의 주술에 걸린 것처럼 신비한 궤적을 그리며, 수비벽과 골키퍼를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리는 프리킥 골에 관중들은 환호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 한국-터키의 4강전. '바나나킥'이라고 불리는 이을용의 프리킥은 묘한 지점에서 굴절, 절묘하게 터키의 수비벽을 넘어서 골망을 갈랐다. 공을 힘차게 차면 공이 정점에 이르면서 위치에너지는 감소하고, 운동에너지가 증가하면서 골대의·구석으로 환상적인 골을 만들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한편 1997년 6월 브라질-프랑스의 프레월드컵 개막전, 브라질의 카를로스가 보여준 대포알같은 프리킥은 단순한 역학적 에너지 법칙으로 설명이 불가능하다. 카를로스의 슛은 마치 토우 미사일이 장애물을 피해 목표물에 다가가듯이 수비벽을 피해서 순식간에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런 마술같은 프리킥은 전문가의 분석이론을 빌리자면 공이 초속 30 m의 속도를 넘으면 공 표면의 공기층이 난류(turbulence)상태를 나타내며, 이 때 축구공에 작용하는 마찰력이 상대적으로 작아 잡아끄는 힘(drag-force)도 비례해서 작아지면서 유체의 위치 및 운동에너지의 합이 항상 일정하다는 '베르누이 정리'에 의해 공의 압력이 작은 쪽에서 큰 쪽으로 급격히 휘는 수평이동 현상, 이른바 '마그누스 효과(Magnus effect)가 나타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축구공에 이어서 특히 최신기술을 활용한 축구화, 무회전 킥기술, 기능성 유니폼, 나아가서 성장호르몬 문제로 169 ㎝의 작은 키를 갖게 된 알젠틴의 리오넬 메시는 2009~2010시즌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의 득점왕인바, 그의 정교한 왼발 슈팅, 폭넓은 시야, 경기 조율 능력, 특히 현란한 드리블 능력은 낮은 무게중심 때문이라는 과학적 분석이다. 이와 같이 최신의 과학기술이 스포츠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축구경기 속에 숨어있은 과학을 살펴보는 재미도 금후의 축구경기를 더욱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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