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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0.07.04 16:17:45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조남석

충북대학교 명예교수

지난 6월26일부터 29일까지 3박 4일간의 일정으로 서울 역사박물관과 북촌일대에서 전 세계 슬로시티 시장들을 중심으로 느림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2010 세계슬로시티 시장 총회가 개최되었다. 이번 총회에는 슬로시티 본고장인 이탈리아를 비롯하여 독일, 폴란드 등 13개국, 35개 도시의 전.현직시장을 포함, 백여명의 정부, 학계, 민간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했으며 올해로 3회째인 슬로시티 시장 총회가 유럽대륙을 벗어나 외국에서 개최되기는 처음이다. 슬로시티는 1999년 이탈리아 소도시 그레베 인 키안티에서 시작된 '느리게 살기' 운동의 일환으로서, 자연 생태 보호,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 슬로푸드 농법적용, 지역 특산품 지키기 등이 주요 활동으로 현재 전 세계 20개국 132개 도시가 슬로시티로 선정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슬로시티 연맹본부의 실사를 거쳐 2007년 12월 전남의 완도 청산도, 장흥 유치, 신안 증도, 담양 창평이 슬로시티로 선정됐고, 이후 경남의 하동 악양과 충남의 예산이 추가 선정돼 현재 총 여섯 곳의 슬로시티가 있다.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슬로시티(느리게 살기)운동과 슬로푸드 운동의 창시자인 카를로 페트리니는 유럽 곳곳에서 목격한 슬로푸드의 복원력을 전하고 있다. '슬로시티'가 지향하는 느림이란 몸보다는 마음이 움직이는 속도(slow mind)를 뜻한다. 그저 속도를 늦추자는 게 아니고 삶의 방향을 바꾸자는 운동이다. 인간 사회의 진정한 발전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자연과 전통문화를 보호하려는 운동이다. 출발점은 슬로푸드(slow food)와 느리게 살기(slow movement)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5가지 핵심 항목이 ①철저한 자연생태 보호 ②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 ③제철의 식재료로 만든 슬로푸드 ④우리가 정말 잘하는 것의 가치를 지키는 특산품·공예품 보호 ⑤지역민의 적극적인 참여 등이다.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자는 게 아니고, 느림과 빠름, 전통과 현대, 농촌과 도시, 아날로그와 디지털 간의 불균형을 바로잡으려는 것이다. 슬로푸드 운동본부는 슬로푸드를 '맛있고(good), 깨끗하고(clean), 공정한(fair) 음식'이라 정의한다. 일단 맛이 좋아야 하고, 자연 환경을 해치지 않는 깨끗한 과정으로 생산되어야 하며,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가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슬로푸드운동은 소비자와 생산자의 유기적 관계와 세계 농업인들의 수평적 네트워크를 중시한다.

지구를 살리는 88개 아이템 선정위원회(위원장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친환경 소비'부문에서 제철식품, 친환경상품 가게, 공정 무역상품, 로컬푸드, 도보여행길(올레길), 생태여행, 달리기 등 7개 아이템을 선정했다.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로컬푸드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공간적 사회적 시간적(계절) 거리를 고려해, 생산자가 신선한 농산품 등을 소비자에게 직접 제공하자는 차원에서 시작됐으며, 지역에서 생산되는 무공해 농산물이 지역주민을 주고객으로 삼아 '제철 먹을거리'로 소비하자는 운동이다. 식품산업정책연구단의 박성훈 박사도 저탄소 소비식품의 정착을 위해 저에너지 식단의 개발 보급을 통한 근거리 식품, 유기식품, 제철식품 등을 보급하며, 가공 수준이 낮은 식품과 식물성 식품의 비중을 높이고, 저탄소 요리, 즉, 튀김이나 구이를 찜 또는 샐러드나 절임 요리로 개선하며, 식품 소비패턴의 개선을 위해 일시 대량 구매와 장기간 냉장 보관 관행을 개선하여, 도보 통행권내 식품 소매점 이용을 활성화시킬 것 등을 제안하고 있다. 우리 식탁에 오르는 먹거리가 평균 11,230 ㎞ 떨어진 곳에서 수입되므로 푸드마일리지가 세계 2위인바, 이제 우리의 밥상부터 '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로컬푸드로 바꾸고, 신토불이의 농작물을 통하여 탄소배출을 줄이는 푸드 마일리지 절감운동을 실천하자는 것이다. 슬로시티운동과 로컬푸드는 지역에 따른 특산 야채와 곡식, 과일, 빵, 치즈, 고기를 지키는 일을 통해 실천되며, '양 보다 질'을 지향하고 있다. 한국은 이미 6개도시가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 인증을 받았으며, 식품 생산과 유통에서 슬로푸드 가능성을 인정 받은 셈이다. 하지만 외국산 먹거리의 수입이 무제한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슬로푸드의 실천은 엄청난 가격차를 전제한 경제적 문제이기도 하다. 국내산 먹거리들이 과연 슬로푸드 인지, '좋고 깨끗하며 공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사람들과 정직한 슬로푸드가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적 토대를 갖추도록 하는 것이 지금 한국에서 슬로푸드·슬로시티운동의 우선적 과제이기도 하다.·먹거리가 인간의 성장 발달과 생명 유지에 근간인바, 우리나라는 그동안 먹거리가 과잉으로 바뀌었지만 그릇된 식생활에서 오는 영양 불균형 상태가 매우 심각한 실정에 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실시한 '국민건강 영양조사'에서 초등학생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11.4%에 이르고, 7~12세 아동의 비만율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으며, 무엇보다 초등학생의 16%, 중·고등학교 학생의 48.5%가 부모와 함께 식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리 현실에서 '식생활교육지원법'의 제정은 범국가적 차원의 식생활 교육전개를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매우 반가운 일로서, 지금까지 자녀들의 식생활 교육은 전적으로 가정의 몫이었으나, 올바른 식생활 교육을 학교에서도 추진토록 하고 있다. 일본도 2005년 '식육(食育)기본법'을 제정, 교육의 목표를 지(智)·덕(德)·체(體)에 식육(食育)을 더해 식생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프랑스의 미각학교(味覺學校), 이탈리아의 슬로푸드운동, 영국의 푸드마일리지운동, 미국의 로컬푸드운동 등에 우리가 주목해야 한다. 올바른 식생활 문화의 정착이 우리의 환경을 지키고 건전한 먹거리와 농업의 미래, 나아가 우리 삶의 밝은 장래를 준비하고 열어가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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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