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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철

농협청주물류센터 지점장

'십오야 밝은 둥근 달이 둥실둥실 둥실 떠오면/ 설레는 마음 아가씨 마음…/ (중략) / …떡방아 찧는 저 소리 두근두근 이쁜이 마음…'

한가위를 소재로 한 그리운 대중가요가 갑자기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그리고 어릴 적 추석풍경이 불현듯 떠오른다. 가족 친지와 함께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마친 뒤 마을사람끼리 풍물놀이를 즐기며 음식을 나눠 먹고 또래 아이들과 철없이 뛰놀던 들녘, 뒷동산, 개울천, 보름달이 떠오르면 골목골목마다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하루 종일 들렸었다.

추석이 성큼 다가왔다. 여느 때처럼 사람들은 고향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자신을 바쳐 도시를 키워온 농촌. 그러기에 농촌은 간절한 어머님의 심정으로 도회지로 나간 가족과 친지, 이웃들의 건강과 성공을 기원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윗날만 같아라."라는 속담이 있듯이 추석은 연중 으뜸 명절이다. 농촌의 경우, 가장 큰 명절이니 이때는 오곡이 익는 계절인 만큼 모든 것이 풍성하고 즐거웠다. 이날처럼 잘 먹고 입고 놀고 살았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 새삼 간절해진다.

그런데 요즘 추석은 어떠한가. 핵가족화가 가속화하고 인터넷 문화가 확산되면서 추석을 맞는 모습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다문화가정도 많이 생기고, 마을 단위의 전통적 명절 분위기도 사라졌다. 유교문화에 친숙하지 않은 새로운 세대와 핵가족화에 따른 변화된 세태 탓일까. 언제부턴가 추석이 다가오면 즐거움보다는 걱정과 부담이 앞선다. 멀쩡하던 주부들의 기분이 갑자기 시들해지고 덩달아 남편들도 마음이 불편해진다. 달은 만월인데, 마음은 만월의 무게만큼 무거운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크게 달라진 건 부모가 자식 집을 찾아가는 역귀성 풍습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걸 꼽을 수가 있다. 올 추석에도 직장인 열 명 중 한두 명은 올 추석에 부모가 객지에 있는 자식들을 찾아가는 이른바 역귀성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요즘 명절엔 농촌보다 도시로 가는 길이 상대적으로 더 막힌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먼 길 힘들게 올 자녀 걱정에 기꺼이 역귀성을 택하는 어르신들. 힘들게 먼 걸음을 하겠지만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자녀, 손주들을 본다는 설레임이 더 클 것이다. '내리 사랑'을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추석명절의 새로운 풍속도다. 반면, 명절 때 그리운 고향마을 풍경도, 마을사람들도 점점 아련해진다. 명절엔 기쁨보다는 슬픔, 허망함이 절절하다는 어른들 말씀이 새롭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각자 처해진 상황에 따라 사람들의 견해는 엇갈린다. 한쪽에선 도시화의 급진전으로 조상께 감사함을 전하는 전통적인 추석 의미가 반감됐다는 데에 아쉬움을 토로한다. 다른 한쪽에선 시대가 변한 만큼 추석의 의미도 개인의 가치와 행복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하지만 세태에 의해 아무리 많은 것들이 변한다 해도 추석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회복하기 위해서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를 통해 구현할 수 있는 인간적인 자세만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는 길이 좀 피곤해도 고향을 지키는 어르신들이 추석명절에 가족끼리 만나는 기회마저 박탈당해서야 되겠는가. 그 옛날의 둥근달이 더 정다웠고, 덜덜거리는 버스와 완행열차도 애틋하다. 그저 명분으로만 맞는 명절이 아니라, 행복한 곳, 아름다운 추억과 자연이 있는 곳, 인간 예절을 배우는 곳, 농촌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속설을 생각해보는 그런 추석이 됐으면 싶다. 그래서 올 추석은 부모와 자녀 모두가 서로에게 소홀했던 것을 가까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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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