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박종복

충북여성발전센터 소장

필자가 처음으로 공직생활을 하던 시절은 '복지'라는 의미와 개념이 잘 전달되지 않았던 70년대 초다. 보은군청에서 공직생활의 첫발을 내딛은 나는 아직 때가 벗겨지지도 않은 촌뜨기 애송이였다.

지금에 와 지난 시간들을 떠올려 보니 어느덧 30여년을 훌쩍 뛰어 넘어 이제는 지난날을 생각하기도 가슴 벅찬 세월이 돼버렸다.

지금부터 2년 전, 필자는 그간의 사회복지직 공무원으로서 33년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개방형 공모직인 현재의 자리(충북도여성발전센터 소장)로 옮기게 됐다.

부임 첫날, 센터로 들어오는 입구에서 가장 먼저 나를 반긴 것은 가로수였다. 마치 청주의 관문 '가로수 길'을 연상케 할 정도로 자연의 섭리 속에 잘 정돈된 모습이었다.

드디어 직원들과의 조촐한 취임식이 시작되고, 나는 "직원들 간 소통과 화합이 기관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하며 직원들과 일일이 손을 잡고 눈맞춤을 하며 짧은 취임식을 마쳤다.

지금의 센터는 적은 인력이지만 가장 우수한 인력이 화합과 소통으로 최고의 기관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최선의 노력을 하는 곳이라고 자부한다. 여성인적자원 개발과 여성의식·권익향상을 통해 성희롱, 성폭력 없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신나게 일하고 화합하는 직장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처음 부임해왔을 때 센터는 14년의 세월을 말해 주듯 건물의 안팎이 낡고 썰렁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외적인 모습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침침한 실내를 밝게 도색하고 현관입구에 편안한 휴식처인 해피카페를 만들었다. 야외에는 교육생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짧지만 도심 속의 데크로드를 조성해 망중한을 느낄 수 있는 사색의 길을 조성했다.

여성들의 눈높이에 맞춘 '민 같은 관'을 만들기 위해 구석구석 치밀하게 구상한 결과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이용자들이 맘껏 즐기고 사색하는 소통의 장소로 거듭난 것이다.

이제는 어느덧 도민들이 맘 놓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변신했다. 이렇게 되기까지 즐겁지만 쉼이 없는 고민을 했고 그 곁에 늘 우리 직원들이 함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된다.

얼마 전 취임 2주년을 맞았다. 그날 아침, 사무실에 들어서던 나는 발길을 잠시 멈추고 가슴 벅찬 감동과 마주했다.

아치형 사무실 입구에 풍선과 함께 '무한한 우주, 무한한 시간 그 속에서 함께 할 수 있었던 2주년 만남을 감사드립니다'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그리고 직원들의 마음이 듬뿍 담긴 꽃바구니에 '사랑합니다. 소장님!-센터 직원 일동'이라는 글과 함께 서너장의 카드가 꽂혀 있었다.

한장 한장 카드를 열어 보는 순간 나는 "이럴 수가!"하는 감탄사와 함께 와락 눈물이 흘러내렸다. 직원 한명 한명이 정성스레 한땀 한땀 수를 놓듯 마음의 수를 놓아 쓴 감동의 사연들이었기 때문이다.

그간의 공직생활에서 나는 좌절도 여러 번 했다. 그때마다 나는 자신과 호된 마음의 훈련을 해가며 마음을 두드리고 가다듬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에 와 직원들과 소통하며 느끼는 변화와 훈훈한 인정들이 그간의 공직생활에서 느꼈던 가슴 아픈 일들을 한방에 날려 보냈으니 어찌 그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공직생활에 있어 소통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 칭찬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그날의 감동을 마음 깊이 새긴 나는 직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인생의 선배, 공직의 선배로서 내가 살아온 흔적들의 엑기스만을 골라 후배들의 멘토가 될 것을 약속한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