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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0.06.06 18:43:21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조남석

충북대학교 명예교수

지난 3월 22일은 1992년 브라질 리우환경회의의 권고를 받아들여 그 해 유엔총회에서 정한 제18회 세계 물의 날이다. 지나가는 손님에게 밥은 못 줄지언정 물 한 바가지는 기꺼이 주는 게 우리나라의 물 인심이었는데 이제는 물 때문에 국가 간의 분쟁이 발생하고 아시아, 아프리카의 물 부족 국가에서는 물 한 모금 먹지 못해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 에릭 오르세나는 "물의 미래"라는 책에서 21세기는 "물의 시대"가 될것이라고 규정하였다.

현재 우리나라는 4대강 사업을 두고 물 확보를 위한 무분별한 댐과 보 건설이 환경 재앙을 일으킬지 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지 정치권에서 갑론을박 중이다. 공공재인 물의 사용에 대한 논쟁은 국가의 운명을 가르는 선택의 문제이면서도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의 존멸을 좌우하는 문제가 되고 있다. 유엔은 2025년 세계 물 부족 인구가 3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인구 증가 및 경제 성장, 도시화 등으로 수자원이 갈수록 부족해지고 수질오염이 심화되면서 물의 가치가 날로 중요해 지고 있으며,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물 부족으로 고통을 당하고 물로 인한 질병으로 목숨을 잃기도 한다. 사해나 아랄해 등에서 관개용으로 물이 사용되거나 지구적 차원의 기후변화로 호수가 사라지면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메콩강을 둘러싼 주변국은 물 사용권을 두고 치열한 각축전이 일어나고 있고, 물 확보를 위해 국가의 모든 인력을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부족국가라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으나, 연평균강수량이 1,245 mm로 세계 평균인 880 mm의 1.4배나 되므로 물부족 국가는 아니다. 그러나 1인당 연간 강수량은 2,591 m3으로 세계평균 19,635 m3의 1/8에 불과하며, 계절별, 지역별로 강수량의 편차가 심하고 65%에 이르는 산악지형이 가팔라서 한번 내린 빗물은 저장되지 않고 순식간에 바다로 빠져나가 버려, 일년중 매우 짧은 기간에 집중하여 쏟아지는 강수를 잘 관리해야 하는데, 효율적으로 관리를 못해서 물 부족 사태가 우려되고 있는 '물관리 필요 국가'라고 하는 것이 맞다. 특히 목욕탕.온천탕에서 우리나라사람처럼 물을 펑펑쓰는 나라는 없다고 할 정도이며,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박사는 우리나라의 음식점에 들어가 앉기 무섭게 종업원이 물컵을 가져다 주고 주문을 받는데 매우 놀랐다고 하면서 "물은 꼭 필요하다고 요청하는 사람에게 만 따라 주라고 신신당부하고 있을 정도로'물낭비 국가'이다. 지금 세계에는 줄잡아 9억명의 사람들이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하고 있는데 다 마시지도 않을 물을 컵가득 채워주는 일은 죄악이라는 것이다. 우리생활 속에서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생수(生水)의 년간 사용물병이 자그마치 8.2억병, 제조에 필요한 원유로 환산하면 약 27만 배럴, 우리의 생활 습관을 1회용 생수에서 급수로 바꾼다면 지금 거론되는 대체에너지보다 CO₂배출 감축 효과가 더 클 것이다.

싱가포르는 비가 아무리 쏟아져도 시내가 잠기는 일이 없다. 물 부족 국가인 싱가포르는 도로 곳곳에 깊은 하수구를 만들고, 교량마다 볼펜 하나가 들어갈 정도 크기의 자그마한 하수구 구멍을 수백개나 만들어 빗물을 모을때 초기단계부터 오염 물질을 걸러내는 시스템을 가동, 이렇게 모아진 빗물은 한 방울도 남김없이 강과 운하·초대형 지하 하수관으로 모으는데, 저수지 17개, 크고 작은 강이 32개, 운하로 모아지는데 직경 3~4 m 짜리 하수관 길이만 7000 ㎞가 넘는다. 모은 빗물과 생활하수는 셈코프(Sembcorp)의 수(水)처리 공장에서 독일·지멘스가 개발한 멤브레인을 통해 정화되며, 이 여과 장치에서 웬만한 중금속이나 병원균이 제거되고, 살균 처리하면 1급 식수로 바뀌는데, 전체 물 소비의 30%를 빗물과 생활하수를 모아 재활용하여 쓰고 있다.

빗물이나 생활하수의 재활용이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댐과 보를 건설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국가별 수질지수에서 우리나라가 세계8위에 해당되지만 2005년도 통계로 1인당 재생가능 수자원량은 북한(92위), 이라크(102위)의 뒤를 이어 128위에 해당된다.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해 누수방지와 물절약 정책으로 수자원 활용의 극대화를 꾀하는 싱가포르 및 유럽 국가들로부터 배울게 많다. 정부는 올해 초, 녹색 뉴딜정책의 핵심사업으로 '그린 홈(green home)' 200만 가구 공급계획을 발표했는데, 2018년까지 100만 가구의 그린 홈을 짓고, 기존 주택 100만 가구를 그린 홈으로 개·보수한다는 게 골자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그린 홈을 건설할 수 있는 기술을 축적해왔으며, 1979년 경기 과천과 서울 둔촌동에 태양열 주택을 짓는 것을 시작으로 산본 신도시 주공아파트에는 중수도(中水道·빗물이나 생활하수를 정화한 뒤 화장실 등에 다시 사용하는 수도)를 설치했다.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세계 소비자들의 인식은 많이 높아졌고, 특히 OECD 국가들의 소비자 인식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우리도 지금처럼 속도와 효율만 따지기보다는 생활 습관을 지속가능성 기준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바꾸어야 한다. 4대강사업의 찬반이 회자되는 요즈음, 장래의 물부족문제 해결의 근본적인 해소책은 물그릇을 늘리는 일이며, 강변여과수, 빗물이용, 지하댐건설등과 함께 물을 절약하고 재활용하는 지혜야 말로 진정한 '저탄소·녹색성장'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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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