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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지난 1997년 IMF외환위기 이후 대한민국은 적지 않은 고통의 시간을 겪게 된다. 직업에 따라 다르겠지만 서민의 삶은 10년 넘게 고난의 세월을 겪어야만 했다. 당시 21살이던 이희정(가명)씨에게도 외환위기의 여파는 비껴가지 않았다. 외환위기 이후의 삶은 그녀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는 악몽으로 남는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대학진학을 포기한 그녀는 일찌감치 장사의 길을 택했다. 대전 유성구에 작은 점포를 임대한 뒤 이른 새벽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옷을 떼다 팔았다. 미술대학 진학을 꿈꿨던 이씨의 미(美)적 감각은 옷 장사에 많은 도움이 됐다. 짧은 시간 단골손님도 눈에 띄게 늘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내수시장이 타격을 입는 후폭풍을 겪어야 했다.

하루 하루 매출은 줄어만 갔다. 월세에 물건 값조차 충당하지 못하면서 보증금까지 바닥이 날 상황을 맞게 됐다. 은행의 문턱은 높았다. 매출 없는 점포주인에게 은행대출은 '그림의 떡'이었다. 급하게 쓴 사채가 그녀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매일매일 찍어야(지불) 하는 사채이자를 제때 갚지 못해 빚은 나날이 불어나 원금을 넘어섰다. 이자를 갚기 위해 사채를 또 끌어다 쓰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사채 빚더미에 묻혀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사채업자로부터 협박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유흥업소라도 나가서 빚을 갚으라는 독촉이었다. 낮엔 옷 장사, 야간엔 관광호텔 나이트클럽 접대부 일을 시작했다. 밤낮 없이 일했지만 사채 빚은 더욱 늘어만 갔다. 몸이 쇠약해져 그만두려 했지만 그들은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또다른 빚이 생겨난 사실을 알게 됐다. 사채업자와 업주간 몸값이 거래된 것이었다. 인신매매였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전남 어느 외딴 섬마을에 다방 여종업원으로 팔려가기도 했다. 포주의 삼엄한 감시망을 피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고, 대전 중구 유천동 집창촌을 끝으로 그녀의 지옥 같았던 삶은 마감될 수 있었다.

필자가 사회부기자였던 지난 2003년 충북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현 광역수사대)가 인신매매 피해자인 이씨를 대전 중구 유천동에서 구출할 당시 동행 취재를 통해 알게 된 내용 중 일부분을 소개한 것이다. 국가가 외환위기나 글로벌경제위기와 같은 시련을 겪게 되면 국민들 중 힘없는 사람들은 이러한 처지나 유사한 유혹과 어려움에 놓이게 된다. 그만큼 집권세력의 국가운영의 책무는 무거운 것이다.

최근 뉴스 상에 인신매매라는 단어를 쉽게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그만큼 사회가 맑아지고 건전해졌다는 반증이다. 법과 제도가 강화되고, 국민들의 교육 및 의식수준이 높아지면서 인신매매와 같은 반인륜적인 범죄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경제상황에 따라 나타나는 각종 부작용은 여전히 존재한다.

'코로나19'의 여파에 따른 경기불황이 쉽게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이제는 코로나19의 여파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우선 힘없고, 가진 것 없는 청년층의 삶에 집중해야 한다. 지난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들의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이 최근 3년(2018~2020년)동안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실업률은 전년보다 증가했고, 직업을 찾기 위한 노력 없이 '허송세월'하는 비율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일각에서는 유래없는 고용한파로 청년층이 구직시장에 나서는 것 자체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통계자료는 올해 청년층 경제활동인구가 419만6천 명으로 경제활동 참가율은 47.0%로 2018년 47.7%, 2019년 48.4%로 가장 낮다고 경고했다. 허송세월하며 '그냥 시간을 보내는' 비율은 지난해 21.6%에서 올해 23.9%로 2.3%p 증가했다. 청년층의 높은 실업률에다 '취업의지 실종'까지 겹쳐 이미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필자에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고 묻는다면 "닭이 먼저"라고 답하겠다. 기뻐하고, 슬퍼하고, 아프다고 표현할 줄 아는 살아있는 사람이 먼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집값을 걱정하고, 돈 버는 방법을 걱정하는 세상은 옳지 않다. 그들 나이에 맞는 경험과 고민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추구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기뻐하는 일을 만들어 주고, 슬퍼하는 모습에 공감하고, 아파하는 이에 힘이 돼 줘야 한다. 그들은 이러한 대접을 받을 권리가 있다. 미래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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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