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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과 익명 보도에 대하여

피의자 신분 익명 보도가 원칙
미담기사는 이름 밝혀야 마땅

  • 웹출고시간2009.12.17 19:20:0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임병무

논설위원

피의자의 인권, 초상권이 소홀히 취급되던 지난 1980년대까지만 하여도 신문·방송을 통한 인권 침해는 비일비재했다. 피의자 신분임에도 매스컴을 통한 인권 침해는 공공연하게 이뤄졌는데 더 알 수 없는 일은 피의자가 그런 인권침해를 당하여도 이에 대한 항변이나 법적조치를 별로 취하지 않았다. 취재대상자나 피의자의 인권은 우리나라가 민주화의 길을 걸으면서 제시되었고 구체적으로는 언론중재위원회가 출범하고 반론권이나 정정보도의 권리가 주어지면서 보장된 것이라 하겠다.

필자가 올챙이 기자였던 1977년에는 피의자의 인적사항을 마구 밝혔다. 피의자는 정식재판을 받기 전까지는 피의자일 뿐, 범죄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피의자의 신분에 있는 사람을 매스컴은 마치 죄인 취급을 하며 피의사실을 보도했다. 이는 '피의사실 유포죄'에 해당함에도 경찰취재기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실명을 밝히며 앞 다퉈 보도했으니 지금 생각하면 언론의 횡포가 말이 아니었다.

어떤 때는 구속영장 청구만 했음에도 실명을 거론하며 죄인 취급을 했고 심하면 재판도 받기 전,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하기 일쑤였다. 1980년대로 접어들며 민주와의 열기가 높아지자 잘못된 기사에 대해 항의를 하거나 정정 보도를 요청하는 예가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억지성 정정보도 요청도 꽤 많았지만 말이다. 모 신문사에 근무할 적에 한번은 피의자에 대하여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인데 이름을 밝히며 'OOO씨 구속'이라는 제하로 신문에 게재되었다. '구속영장청구'와 '구속'은 엄연히 다른데 그런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이 일로 신문사가 곤욕을 치렀다.

요즘에는 여간해서 실명을 밝히지 않는다. 피의자도 으레 점퍼나 수건 등으로 얼굴을 가린다. 신문·방송에는 현행범임에도 김모씨 L모씨 등 익명 처리하고 인물사진도 내보내지 않는다. 그러나 요즘 매스컴 일각에서는 강호순과 같은 흉악범의 인권까지 보호해야 되느냐며 실명을 밝히고 사진을 게재했다. 이 문제는 아직도 매스컴의 숙제로 남아 있다. 언론사의 방침에 따라 피의자를 공개하는 수도 있고 여전히 보호하는 측도 있다.

피의자의 인권이 이렇게 강조되자 매스컴의 보도 태도가 확 바뀌었다. 현행범임에도 ㄱ 씨, A씨 등으로 피의자의 신분을 가리고 있다. 독자나 청취자가 상당히 궁금해 하겠지만 이를 밝혔다간 우선 현행법에 저촉된다. 괜히 이름을 밝혀 손해배상이나 언론중재위의 도마에 오르는 분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실명을 거론해도 아무 상관이 없는 경우에도 주눅이 들어 그런지 익명을 사용하는 예를 자주 발견하게 된다. 가령 미담 기사를 익명으로 처리할 필요까지 있겠는가. 당사자가 익명을 사용해 달라면 몰라도 그런 요청이 없는데 익명 처리하는 것은 충실한 보도라 할 수 없다. 오히려 이런 경우는 이름을 밝혀 그 아름다운 일을 널리 알려야 한다. 특정인에 대한 멘트를 딸 때에도 그리 곤란하지 않은 것이라면 실명을 밝히는 것이 좋다. 가령 가로수길 조성에 관한 기사의 멘트라면 이름을 밝히며 떳떳하게 본의의 견해를 내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취재가 부실할 경우엔 A씨, B씨 등 익명의 멘트를 따오기 일쑤인데 익명의 주인공이 실존하는 것이 아니라 취재기자가 만든 가공의 인물이라면 한번 쯤 반성해 볼 일이다. 자기의 주장을 제 3의 인물을 통해 책상머리에서 객관화시키는 일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취재원의 보호에도 취재기자는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취재원을 밝힘으로서 야기되는 분란은 아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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