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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9.29 15:56:49
  • 최종수정2019.09.29 15:56:49

김혁수

청주대 비즈니스(前 경상) 대학 학장

동양화에 물고기 세 마리가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 있다. 삼여도(三餘圖)라고 하는 그림이다. 무릇 동양화는 서양화와 달리 그림의 소재들이 의미하는 바가 있어 지조와 절개를 나타내는 대나무 그림이나, 벼슬이나 관직과 연관되어 입신출세를 기원하거나 축하하는 의미인 학, 청춘을 나타내는 장미 등 저마다 뜻이 있는데 이 중 물고기 세 마리는 학문에의 정진을 기원하는 뜻이 담겨있다. 그러니 삼여도(三餘圖)는 자식의 공부방이나 서당 등 글을 읽는 선비 방에 걸려 있다. 본디 물고기는 유유자적 노니는 생물이라 세 마리의 물고기 그림인 삼여(三餘)란 세 가지 여유를 말한다. 전시장에서 동양화를 관람하다 보면 중국은 물론이고 우리 조상 중 유명한 여러 화가들이 그린 수많은 삼여도(三餘圖)를 만날 수 있다.

삼여도(三餘圖)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중국 삼국시대 위나라에 동우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비록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책 읽기를 좋아하여 늘 책을 끼고 살았다. 학문이 날로 발전하여 경서를 강의할 수준에 이르렀고, '대사농'이라는 오늘날로 하면 장관에 해당하는 높은 벼슬을 지냈다. 이렇게 되자 그에게 배우겠다는 사람들이 각지에서 몰려들었는데, '책을 백 번만 읽으면 저절로 뜻을 깨닫게 된다' 며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았단다. 그러자 사람들이 책 읽을 겨를이 없다며 가르침을 청했다. 그가 대답하기를 '세 가지 여유만 있으면 된다' 고 했다. 그가 말하는 삼여(三餘)는 겨울과 어두운 밤과 비 올 때를 말한다. 가난한 살림 때문에 농사를 짓고 나무를 해서 팔아야 먹고 살 수 있는 동우에게는 농사철이 아닌 겨울에 책을 읽고,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 글을 읽고, 흐리고 비가 오는 날에는 일 할 수 없어서 책을 읽었으니 언제나 책을 손에 쥐고 틈만 나면 읽고 읽혀서 책을 읽었다는 이야기이다. 물고기 세 마리는 바로 동우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으로 세 마리 물고기가 세 가지의 여유이고 틈틈이 있는 여유시간에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뜻이다.

미래를 살아야 하는 우리 청소년이나 젊은이들이 자신의 몫을 다하는 행복한 어른으로 자라기 위한 효과적인 교육방법을 묻는 질문에 교육전문가 대부분은 '독서'라고 답한다. 인성, 상상력, 창의력, 협업, 소통 능력은 책을 읽고, 서로 질문하며 함께 생각을 나누고 표현할 때 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책 읽는 방법도 다 다양하다. 옛날에는 눈으로 읽지 않고 소리로 읽는 독서였다. 몸을 좌우로 흔들면서 리듬을 타며 읽었는데 이를 인성구기(因聲求氣)라고 한다. 즉, 소리를 통해 기운을 구한다는 뜻이다. 옛날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사랑채에서 들려오는 어른들의 글 읽는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 요즘은 책 읽는 소리를 들을 수 없는데 글에는 리듬이 있어서 좋은 글일수록 소리 내어 읽으면 리듬을 느낄 수 있다.

책은 여러 권 많이 읽을 수도 있고, 한 권의 책을 오랫동안 여러 번 깊이 있게 읽고 생각을 나눌 수도 있다.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바깥경치를 내다보듯 책을 단숨에 읽을 수도 있고, 산속 오솔길을 걸으면서 바위도 만져보고 때로는 시냇물도 구경하고 경치도 감상하면서 천천히 읽는 방법도 있다.

어떤 방법이든 이 가을 책과 친해지기를 바란다.

유독 맛있는 음식점이 있다. 이왕이면 맛집에서 식사를 하는 것도 좋지만 어떤 땐 누구와 함께 먹느냐가 더 중요할 때도 있다. 책을 펼쳐 든 곳이 공원이든, 집이든, 해변이든, 친구 같은 책이 있다면 그곳이 어딘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책이 괜찮은 책인지 고민할 것도 없다. 그냥 생활하면서 느끼는 관심사의 범주에 있는 책 한 권을 골라 아무런 기대를 하지 말고 읽는 것도 좋다. 틀림없이 그 책은 다른 책을 불러들일 것이다. 만일 그 책이 몹시 불편했다면 괜찮은 책이 아니라 정말 좋은 책을 고를 줄 아는 눈을 내가 가지고 있다는 의미가 되어 책을 고르는 나의 안목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자 이제 내 삶 속에서도 삼여(三餘)를 찾아내어 산길 걷듯 책을 한번 읽어보자.

가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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