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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11.10 16:34:10
  • 최종수정2019.11.10 16:34:10

김혁수

청주대 비즈니스(前 경상) 대학 학장

최근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몇 년 전 베스트 소설로 알려지면서 많은 이슈를 낳은 것에 이어 여성 감독이 영화화하여 소설보다 더욱 부드럽고 편하게 메시지를 전달하여 감동을 주고 있다고 한다. 긴 소설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짧은 분량이지만 시각화하여 영화로 만들어지면 전달하는 방법이 달라지면서 대부분은 소설보다 편리하게 접하는 장점이 있어 생각할 거리를 많이 제공하였다.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보는 관객 각자의 생각이나 삶의 형태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겠지만 영화와 관련한 여러 이야기들을 살펴보면 결국 개인 김지영의 노력과 상관없이 대부분의 여성에게 주어진 출구가 막막한 환경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닌 대수롭지 않은 일이고 특별하지 않다는 이유로, 누구나 다 겪고 있는 일상이라는 이유로 지금까지 묵인되어 오고 있던 것들이 이런 계기로 겨우 말해지기 시작한 '평범한 여성의 이야기'를 영화는 전하고 있다.

특히 지금 이 시대는 여성도 대부분은 자신의 일을 하고 있어 '워킹맘'에 대해 심도 있게 공감하고 문제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 주위에서 남편이 아내에게 설거지 등 집안일을 내가 '도와 줄게!' 라고 하면 다음과 같이 지적하는 아내 얘기도 가끔 듣는다. '뭘 도와. 당신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 라고... 지금의 젊은 세대는 사실 그렇게 말하지 않을 만큼 시대가 변했음을 느끼고는 있으나 그래도 여전히 남편과 아내의 일을 의식하지 않고 구별하는 경우도 많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서처럼 남자와 여자가 기본적으로 다른 성향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다른 성향을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라는 것이지 구별 짓고 차별하라는 것은 아니다. 다른 문제를 제대로 인지하고 서로 돕고 보완해 나가면서 직장과 가족 등의 공동체에서 해야 할 일을 구별하지 않고 편견 없이 잘 해나가는 사회가 분명 진일보한 모습일 것이다.

결혼, 출산, 경단녀의 문제는 결혼하지 않은 젊은 여성이나 어린 여성들에게도 충분히 심각한 문제이다. 이러한 내용을 남자와 여자 성별 문제로 구별하지 말고 여성보다 남성이 더 공감하고 이해하고, 그간 알게 모르게 편견에 빠져있던 성인지 감수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 주변의 어머니, 아내, 나의 누이, 사랑하는 내 딸을 생각하면서 남성들의 의식수준이 먼저 바뀌고 공감하게 되면 사회조직문화가 바뀌게 될 것이고 제도화도 수반될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도 영화를 보면서 그간 당연시 했던 편견에 대해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필자가 아주 어렸을 때 아버지와 형들과는 밥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고 할머니 어머니와 누나는 밥상 옆에서 방바닥에 놓고 먹었던 기억도 있고, 영화에서처럼 제사나 명절 차례를 지낼 때에는 어머니와 누나가 만든 음식을 가만히 앉아서 받기만 한 기억이 매우 자연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소설 원작이 영화보다 강하게 여성의 어려움, 차별 등에 대해 묘사하고 있어 남성과 여성의 성 대결 양상으로 비화될 뻔 했던 사실도 있었다는데 소설은 읽지 않고 영화만 본 필자는 무어라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소설보다는 순화시키고 남편을 연기한 배우가 그래도 아내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으로, 그러나 도와줄 수 없는 안타까운 부분으로 묘사되어 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철저히 보수적이고 남성 위주의 사고를 가진 아빠도 그 세대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약간 순화된 모습이고 영화 끝나는 부분에서 주인공인 김지영이 아픔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희망과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으로 그려져서 매우 따뜻한 가족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봉 전 우려와 달리 막상 영화관람 관객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남성들도 성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공감하고 이해하고 심지어는 반성까지도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주 오래전 일상적으로 당연히 받아들여졌던 남성투표제 등이 오늘날 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이 당연시 되는 것처럼 이제 이 문제도 훗날 어쩌면 그런 사회시스템이 있었단 말인가 하는 일이 될 만큼 하루빨리 성숙한 사회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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