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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혜정

충북도 여성정책관

딱 10분 늦었다. 그러나 앉을 수 있는 자리는 없었다. 충주에서 여유있게 출발하지는 못했지만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행사를 소개하는 외부 현수막도 보이지 않았지만 고인쇄 박물관 1층은 청중들로 가득 찼다. 시의원에서부터 공무원, 그리고 시민단체 회원들까지 다른 성격의 사람들이 가득 차 있는 강연장은 생소하기까지 했다. 피곤하게 일을 끝내고, 서서도 듣겠다는 그들의 의지는 어떠한 갈망에서 오는 것일까·

그날의 강연은 최연혁 교수의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라는 책 제목 그대로 우리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자리였다. 시민단체 회원들, 의원들, 공무원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여러 생각들로 복잡했을 것이다. 과연 그들은 10년 후 아니 50년 후 충북의 미래에 대해 어떤 전망을 하고 있는 것일까· 물론 최교수의 특강은 한국사회의 문제를 진단하기보다 스웨덴의 나눔과 행복에 대한 보고서였다. 그럼에도 역사, 문화, 정치적으로 다른 스웨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국사회의 미래는 함께 만들어야 할 과정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요즘 100세 시대이라는 용어가 낯설지 않게 사람들이 오래 살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고용, 저출산, 자살, 폭력, 환경문제까지 매일의 뉴스는 100세 시대를 맞이하는 것을 두렵게 한다. 어떤 누구는 이러한 사회에서 100세까지 산다는 것은 끔찍하다고 한다. 힘들단다. 그런데 각자의 이해관계로 인해 문제해결을 위한 합의는 더 어렵다. 오래된 관습과 제도화된 법과 정의로 각자의 소신이 망가지는 경험을 하면서 때로는 좌절한다. 그럼에도 조금도 양보하지 않는다. 아니 각자의 철학이 있어 양보할 수 없다. 특히 힘 있는 자들은 양보하지 않는다.

어른과 아이들의 관계에서 힘 있는 자는 어른이다. 남성과 여성의 관계에서는 남성이 더 힘 있다고 믿어진다. 정치인과 민간인의 관계에서는 정치인이 힘 있다고 생각된다. 과연 어린이, 여성, 민간인은 힘이 없어 항상 양보해야 할까· 기존의 권력관계에서는 그들이 약자로 많은 것을 양보 했지만 우리가 살아갈 미래에서는 약자가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가진 것이 없으니 잃을 것이 없어 더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힘 있는 자는 비참한 종말을 만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새로운 미래를 위해 '먼저' 실행할 것이 있다. 물질적인 나눔 뿐 아니라 생각, 에너지, 기회 등을 나누면서 기존의 틀에서 자유로 와지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신이 가진 힘이나 자리가 영원한 특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정치인은 특권을 행사하기보다 사회와 약자를 위해 잠시 주어진 역할로 봉사하며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하여 각자가 인정하지 않은 불편한 동거에서 같은 목적을 가진 상생만이 앞으로 살 길이이라는 것을 새겨야 한다.

최근 필자는 폭력적인 남성 영화라고 소개되기도 하는 <신세계>라는 영화를 보았다. 법과 정의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의 정당성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나름 재미있는 영화였다. 영화는 폭력을 응징하는 법과 경찰의 승리가 아닌 남성간의 의리와 관계를 중심으로 신세계를 제시한다. 교과서적인 정의, 관습이 아닌 끈끈한 인간관계가 중심인 신세계를 위해 영화는 파격적이다(할 말은 많지만 스포일러일 수 있어서 이 정도로!).

새로운 미래-신세계를 위해 우리 모두 이제까지의 목표와 방법을 다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너무 피곤했지만, 그날은 내가 가진 힘이 무엇인지, 나도 모르게 무엇을 주장하는지, 또 그것을 버릴 수 있어야 새로운 미래를 만날 수 있음을 다시 깨닫는 자리였다. 2063년! 한국, 충북, 그리고 우리들은 어떻게 변화되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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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