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7.03.06 10:41:15
  • 최종수정2017.03.06 10:41:15

변혜정

충북도 여성정책관

친구의 딸이 집을 나갔다.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그 엄마는 걱정이 태산이다. 10대 청소년이 아니라 27세 여성이니 가출이라기보다 출가(出家)이다. 그러나 한국의 내 노라 하는 명문외고와 명문대학 출신이며 이제까지 한 번도 부모 속을 썩이지 않았던 그녀의 행동은 안타깝게도 '가출'로 인지된다.

그녀는 취업 잘 되는 전공을 살리지 않고 졸업 후 3년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준비했으나 잘되지 않았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부모에 대한 미안함, 자신에 대한 실망 등으로 힘든 그녀였지만 돈을 벌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하지는 않지만 '백수'였다. 그 집 엄마는 엄마대로 딸의 눈치를 살피며 20대에게 물어서는 안 되는 것, 예를 들어 딸의 취업, 결혼, 연애 등에 관심을 갖지 말라고 주변 친척들에게 부탁 하곤 했다.

문제는 아빠이다. 가정경제를 책임진다고 새벽 6시에 출근하는 아빠는, 대학교육까지 마친 딸이 졸업 후 어떠한 경제활동도 하지 않고, 또 자신에게도 집안일을 하라 하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어렵게 대학을 마치고 모든 것을 독립적으로 준비한 자신과 달리 등록금 등 모든 것을 딸에게 지원했던 아빠의 입장에서 딸을 이해하는 것은 참 힘들었다.

부러운 '딸 바보 아빠'들은 어디에 있는지, 부인, 아들과의 갈등을 넘어 이처럼 부녀간의 갈등 사례가 넘쳐난다. 여성처럼 갱년기를 맞는다는 50대 남성들은 가족/회사 내에서의 인정과 칭찬 부재를 호소한다. 아빠에게 고분고분해야 하는 딸들이 엄마와 편먹고 자신을 공격한다고 분노하기도 한다. 회사에서 경쟁에 밀린 것도 속 쓰린데 가족들마저 나를 이해하지 않는단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없지만 나만 왕따 인 듯 외롭다.

반면 과거 엄마처럼 살지 않을 것이라 주장하는 딸들은, 양보하고 타협하는 엄마를 비난하며 더 강하게 아빠/남성들을 공격한다. 평등을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치로 배웠는데, 아빠/사회는 들으려고 하지 않고 가르치려고만 한다. 밥은 내가 준비했으니 아빠가 설거지를 하라 하면 아빠는 독립을 하라며 동문서답을 한단다. 주변도 여전히 소박하게 살아가는 '여성다움'을 요구한다. 세상에 대한 분노와 외로움은 독립에 대한 욕망을 부추기지만, 요즘 청년들의 변화하는 의식만큼 경제적 독립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독립은 강요와 부담이 되며 그녀는 모든 꿈을 접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남성들/50대 이상의 의식은 젊은 사람들만큼 쉽게 변화되지 않는다. 생계를 책임진다고 아이양육을 부인의 몫으로 여겼던 아빠의 무관심의 결과가 이렇게 무섭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의 '딸 바보 아빠'들로 요즘 같은 불통, 상실, 갈등의 시대는 안타깝게도 종식되기 어렵다.

국민 10명 중 9명은, 근거 없이 멋대로 생각하는 등 '인지적 오류'에 해당하는 습관이 있다고,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발표했다. 이 연구처럼, 어쩌면 다들 어렵게 견디고 있는데 힘들다고 그녀가 멋대로 가출한 것은 아닌지. 아빠들도 자신도 모르게 인지적 오류를 범하면서 딸들이 제멋대로 한다고 서운해 하는 것은 아닌지. 우리 모두는 자신의 기준만 옳다고 주장하는 반항아나 꼰대가 되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근거 없이 멋대로 생각하는 "인지적 오류"처럼 보이는 그녀의 가출이나 아빠의 꼰대 짓도 분명한 근거가 있다.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가출은 혹 이 사회에서 여성/청년으로 산다는 것에 있지 않을까· 청년들의 새로운 미래를 기다려주지 않는 세대 간 갈등과, 성 불평등을 겪으며 선택한 가출이 진정한 의미의 출가가 되기를 기대한다. 또한 사회가 요구하는 남성들의 성찰과 변화도 감히 기대해본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