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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6.19 14:51:28
  • 최종수정2025.06.19 14:51:28

홍성란

수필가

언뜻 봐도 죄인의 형상이다. 모두 맨발에, 목에는 중세 죄인들에게서 볼 수 있는 굵은 밧줄이 걸려 있는데 하나같이 침통한 표정이다. 이 사람들은 누구이며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이들은 프랑스 칼레 시민 전체를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 나섰던 여섯 분의 용감한 칼레 시민이다. 이들 여섯 분의 영웅적 행동을 기리기 위한 공공 기념물인 오귀스트 로뎅(1840-1917)의 조각상 '칼레의 시민'을 리움미술관에서 만났다.

이 작품은 작가의 창작 작품이라기보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즉, 프랑스 북부 해안 도시 '칼레'는 도버해협을 앞두고 영국 본토와 마주한 요지다. 14세기 백년 전쟁 초기 영국의 에드워드 3세는 칼레를 공격해서 성공했다. 이때 승전국인 영국의 요구이자 권한 명목은 칼레 시민 모두를 죽이는 대신 6명만 처단하겠다고 통보했고 이에 희생 의지를 밝힌 여섯 사람이 목에 밧줄을 걸고 스스로 성 밖으로 나섰다. 의외였던 건 이들 모두 귀족으로 귀족은 의무를 다한다는 '노블리제 오블리주'의 실천으로 비친다.

그런 의미에서 처음 칼레시에서 이 조각상을 세운 의도도 이들을 영웅의 반열에 세우고 추앙하기 위해 높은 좌대로 제작해 달라고 했는데 로뎅이 요구대로 하지 않은데 따른 형상이 된 것이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누가 봐도 당당한 영웅이라기보다 초연한 인간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의문이 든다. 로뎅은 왜 시(市)의 요구대로 하지 않았을까.

이날 나는 이런 취지를 염두에 두면서 두 가지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것 같다. 하나는 여섯 사람의 죽음 앞에서의 인간의 표정과 또 하나는 작가인 로뎅의 영웅에 대한 의식의 표현이다. 솔직히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칼레시를 위해 자신을 내려놓았다는 희생과 용기도 존경스러웠지만 그보다 죽음 앞에선 귀족도 서민도 모두 평등하다는 것을 작가가 리얼하게 묘사한 점이었다. 누구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한갓 인간이라는 점 그걸 표현한 게 아니었을까.

사실 죽기로 결정은 했지만 얼마나 불안하고 무서웠겠는가. 죽으러 가는 길이다. 스스로 결정은 했지만, 한없이 흔들리는 게 인간 아닌가. 형장에 가까울수록 후회 절망 불안 등 원초적인 감정이 가득했으리라. 오죽하면 무릎 꿇고 머리를 감싸며 괴로워하는 젊은이가 있는가 하면 손가락을 들어 불안한 자신의 감정을 누르려 다리를 벌리고 고개를 푹 숙였겠는가. 그럼에도 그들이 말만 아닌 몸으로 사회의 이상적 가치를 실천하려 했다는 점에서 그들의 용기와 희생정신은 오래 기억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든 죽음을 실천하려 한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남다른 용기와 이상적 가치를 지녔기에 실천할 수 있었을 테다. 어찌 보면 영웅이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거대하고 거창한 일을 해낸 사람만을 칭하는 건 아닌, 어떤 가치로 삼고 실천하느냐에 따라 진정한 영웅으로 우러러보게 되는 것이리라. 그런 맥락에서 로뎅이 생각하는 영웅은 우리 속에 있음을 가리킨다. 그가 높은 좌대가 아닌 평평한 판에 세운 이유도 그런 의미일 것 같다. 결국 이 용기있는 영웅들의 사회적 가치가 로뎅이라는 작가를 만나 제대로 후세에게 전해져 역사적 예술로 태어났다고 생각한다.

'칼레의 시민'에서 문득 한 생각이 멈춘다. 진정한 용기란 어디에서부터 싹트는 걸까. 진정한 영웅은 어떤 사람들을 말하는 것인가. 어쩌면 우린 용기나 영웅이란 단어에서 일단 특정인을 떠올리는 건 아닐까. 칼레의 시민은 그게 아니라고 말한다. 로뎅은 작품을 통해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진정한 영웅, 진정한 용기란 두렵지만 희생을 감수한 사람들이며 그런 용기를 실천했기에 지금까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별처럼 빛나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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