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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1.05 17:04:3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조혁연 대기자

경차관은 조선시대 중앙 정부의 필요에 따라 특수 임무를 띠고 지방에 파견된 관직을 말한다. 1396년(태조 8) 8월 신유정(辛有定)이라는 인물을 전라·경상·충청 지방에 파견한 것이 그 효시가 된다. 왜구 소탕이 주목적이었다.

재정·산업과 관련된 것을 살피는 것도 경차관의 중요한 업무의 하나였다. 이들은 이른바 곳간관리 실태와 재해발생 상황 그리고 유랑자 발생 여부 등도 자세히 관찰했다.

이밖에 수령과 향리(鄕吏)의 근무태도, 법 적용이 공정했는지 등을 살펴보는 것도 경차관의 주요 업무였다.

조선전기의 명 경차관으로 박원형(朴元亨·1411∼1469)이라는 인물이 있다. 그가 충청도를 한번 돌고 오면 관내 수령들의 비행이 고구마 줄기를 뽑아 들 듯이 걸려나왔다. 특히 기생과 관련된 기행이 가장 많았다.

충청도 경차관 박원형이 돌아와 아뢰기를, "충주 목사 임효충과 판관 임계중 이 비석(碑石)을 끌어 나른다고 핑계하고 숙마(熟麻)를 백성들에게 중하게 거두었고, (…) 충주에 갔다가 국상(國喪)의 기년(期年) 안에 여기(女妓)와 간통하여 잤습니다.'-<문종실록>

인용문에 등장하는 숙마는 잿물에 삶아 희고 부드럽게 만든 삼 껍질을 말한다.권간이라는 인물도 거의 같은 유형의 비행을 저질렀다. 이번에는 청주의 기생이 황음의 대상이 됐다.

게다가 그는 전과까지 있던 터였다. '황음'(荒淫)은 함부로 음탕한 짓을 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보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난봉꾼이 된다.

'전 직장(直長) 권간(權揀)은 황음(荒淫)하여 풍속을 어지럽혔으므로, 이미 서용(敍用)되지 못하였는데, 이제 국상(國喪)을 당하여 또 청주(淸州)의 기생을 사랑하여 본역(本役)을 면제시켜 집에다 두었습니다.'-<문종실록>

경차관 박원형이 보고한 내용의 압권에는 김보지(金保之)라는 인물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국상 때 행하는 의례의 하나인 회장(會葬)에 참여하지 않고 기생을 끼고 놀아나다 충청도 경차관으로 파견된 박원형에게 적발됐다.

'전 사직(司直) 김보지(金保之)가 충청도 도사(忠淸道都事)가 되었을 때 청주의 기생을 몹시 사랑하여 병이라 핑계하고 회장(會葬)에 이르지도 않았고, 체임(遞任)할 때에 이르러 또한 데리고 와서 서울 집에 두었습니다.'-<문종실록>

김보지가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청주의 기생을 사랑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인용문에 등장하는 '체임'은 정해진 임기가 차서 그 벼슬자리를 떠나는 것을 말한다. 달리 체직(遞職)이라고도 한다.

실록의 내용대로라면 김보지는 충청도 도사의 임기가 끝나자 청주의 기생을 서울로 데려간 것이 된다. 실록의 내용으로만 보면, 그는 조선 전기의 대표적인 난봉꾼의 한 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같은 문종실록에는 "김보지(金保之)는 국상(哀)을 잊고 기생과 간통하였고, 또 회장(會葬) 때에 병고를 칭탁하고 오지 않았습니다"라는 내용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에 비해 충청도 명 경차관 박원형은 성품이 청렴하였고, 시문에 능하였으며, 과문(科文)에 특히 뛰어났다는 인물평을 받았다. 그는 예종의 묘정에 배향됐다. 두 인물이 보색처럼 대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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