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7.01.31 14:34:52
  • 최종수정2017.01.31 16:15:47

권혁조

충북대 산학협력 중점 교수

얼마 전 일요일 늦은 오후에 이제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아이와 함께 집 앞 운동장에 쌓인 눈을 모아서 높이가 1m쯤 되는 자그마한 이글루를 만들었다.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도 비슷한 것을 학교 운동장에 만들고 놀았었는데, 그걸 기억하고 있었는지, 지금 눈이 쌓여 있을 때 또 만들어 보자고 성화를 부려서 만들기 시작했었다.

영하 10도는 되는 것 같은 추운 날씨였지만, 1시간 넘게 땀을 뻘뻘 흘리며 주변의 눈을 긁어모아 한 곳에 듬뿍 쌓아 놓고, 작은 삽으로 겉모양을 둥글게 다듬으며 내부도 파내어 이글루를 만들었다. 이제는 아이가 제법 덩치가 커져서 겨우 이글루 안에 몸을 구겨 넣고는 거의 누워서 동영상을 촬영하는 내 스마트폰을 향해 신나게 중계방송을 한다. "시청자 여러분 여긴 북극입니다. 밖은 영하 50도에 태풍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다행히 생각보다 이글루 안이 따듯합니다." 마치 기자가 현장 리포트 하듯이 한참을 정신없이 떠들며 재밌게 논다.

이글루를 만든 보람이 있었는지 그날 저녁 난 집에서 왕 대접을 받았다. 아이랑 재밌게 놀아준 내가 기특했는지 아내가 저녁으로 닭백숙을 해주는데 얼마나 꿀맛이던지! 양념치킨을 배달시켜 먹자고 우기던 아이도 1시간 넘게 추운 밖에서 떨며 신나게 놀아 피곤했던지 따뜻한 국물이 있는 닭백숙이 생각보다 엄청 맛있단다. 닭백숙에 김치 하나만으로 밥을 두 그릇 가까이씩 먹었다. 그날 밤 얼핏 잠이 드는데 아내가 아이에게 "이렇게 재밌는 시간 같이 보내주신 아빠가 정말 대단하지·" 라는 말을 한다.

'그래 이 맛에 아빠하는 거지!' 라는 생각과 함께 단잠을 잤다. 원래는 올 겨울이 가기 전에 동해안 쪽에 눈이 많이 쌓이면 그 곳에 가서 큰 이글루를 만들고 그 안에서 아이랑 아내랑 컵라면을 끓여 먹고 오자고 약속 했었는데, 일단 이렇게라도 아이와 시간을 보내니 한결 기분이 개운해진다. 언젠가부터 이런 작은 행복들이 참 고맙다. 아이가 맑고 건강하게 자라주는 것도 고맙고, 수영 배우러 재밌게 다니는 것도 고맙고, 좋은 것 사주지 않아도 나와 아이를 위해 헌신하는 아내도 고맙다. 내가 무슨 복에 이런 행복을 누리나 하는 감사의 마음이 문득문득 든다.

아이에게 항상 공부 잘하는 것보다는 행복하게 살줄 아는, 일상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한다. 또 지금 네 주위만 보지 말고 멀리, 넓게 보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한다. 물론 외국어 하나 정도를 잘하게 되었을 때 얼마나 재밌는 삶이 펼쳐질 수 있는지 상상해 보라는 말로 아이에게 영어공부를 해보라고 살짝 유혹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나는 참 감사한 삶을 살고 있다.

요즘 결혼을 주저하고 결혼 했더라도 아이 갖기를 주저하는 젊은 사람들이 꽤 많다는 뉴스를 자주 접한다. 2016년 태어난 신생아 수가 40만 명을 겨우 넘기고, 혼인건수도 사상 처음으로 30만 건을 밑도는 등, 두 지표 모두 역대 최저수준으로 떨어질 것 같다는 소식이 들린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나도 결혼을 늦게 했었기에 이런 소식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아이가 잠들어 있는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덩달아서 아이의 친구들까지 왜 그렇게 예뻐 보이는지, 아이라는 존재가 우리 가정과 사회에 줄 수 있는 이 소중한 행복을 모두가 맛볼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현실의 힘겨움 때문에 이런 행복을 포기하지 않도록 젊은 사람들에게 지금 뭔가 어렵더라도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 내 의지에 따라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야 말로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절대적인 행복'을 우리에게 주는 축복된 존재라는 이 믿음이 열매를 맺으려면 이런 희망이란 자양분이 필요할 것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