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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섭

청주시문화재단 문화예술부장

세상이 온통 창조경제를 부르짖고, 문화융성을 강조한다. 마치 이 속에서 먹고 사는 생존의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가치를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이라도 갖는 모양이다. 물론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돈벌이에 혈안이 된 사회가 아니라 삶의 질을 우선시하는 사회라면 당연히 문화에 대한 깊은 성찰과 관심과 참여, 그리고 문화적 창조의 문을 두드려야 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미술관과 루브르박물관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공통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오래된 건축양식과 그 속에 보물처럼 빛나는 수많은 작품들, 그리고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의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 나는 그 속에서 한국의 박물관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모습을 가슴 떨리는 시선으로 지켜보았다.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작품 앞에 빙 둘러앉아 누군가의 이야기에 몰입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질문을 하며 대답을 하는 자유로운 토론, 청년들이 작품을 보며 자신만의 상상력을 노트에 담는 풍경은 영화속의 한 장면 같기도 했다. 창의와 소통을 중시하는 문화교육 때문인데 박물관 미술관뿐만 아니라 오페라 등 공연예술 속에도 이처럼 생생한 참여의 장이 만들어져 있다.

세익스피어는 단순한 고전이 아니다. 문학으로, 공연으로, 교육콘텐츠로 불멸의 향기를 간직하면서 영국을 세계 최고의 소프트 파워로 만들고 있다. 모든 교육기관은 자치단체와 기업이 하나가 돼 공연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가 하면 융복합 콘텐츠 개발과 참여가 보편화되고 있다. 세계적인 공예 디자인 박물관인 빅토리아&알버트박물관의 경우만 해도 전시작품은 오래된 골동품이겠지만 그 속에서 디지털 아티스트 특별전과 패션쇼와 공연, 인문학 행사 등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속에서 새로운 영감을 찾는다. 예술은 소비가 아니라 자기완성의 수단이라며 즐기면서 더 큰 꿈을 빚으려 한다.

이탈리아 베니스는 베니스비엔날레, 베니스건축비엔날레, 베니스영화제, 카니발축제 등 연중 끊임없이 펼쳐지는 축제가 세계인을 유혹하고 있다. 이 속에는 베니스인만의 문화적 자존심과 세계의 문화를 선도하고자 하는 열정이 담겨 있다. 현대미술, 건축, 영화, 미디어, 공예 등 다양한 예술장르간 융복합을 추구하고 시대의 담론을 제시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일본 가나자와는 인구 45만 명에 불과하지만 연간 700만 명이 방문한다. 금속공예와 역사적인 유물과 잘 가꾸어진 공원, 풍부한 먹거리 등을 현대적 시각으로 연출하면서 대박행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의 창작공간인 시민예술촌, 세계 각국 공예인들의 열정을 품은 우다츠야마공방, 창작의 숲, 21세기미술관 등은 가나자와가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끝없는 변화와 혁신, 참여와 협력을 이끌어 내면서 세계적인 창조도시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인구 3천여 명의 작은 섬인 일본의 나오시마는 오로지 문화의 힘으로 다시 태어났다. 버려진 마을, 폐허가 된 구리제련소 등 낡고 헛헛한 공간에 크고 작은 박물관, 미술관, 갤러리, 공공미술 등으로 새로운 옷을 입히고 예술가와 주민들의 협업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세계적인 국제예술제를 개최하고 있다. 건축가 땅속에 위치한 안도 다다오의 지추미술관에서부터 항구· 마을· 언덕을 가리지 않고 곳곳이 살아있는 예술의 숨결로 가득하다. 물론 여기에도 주민과 기업, 예술인들의 참여와 협력이 돋보인다.

그러고 보니 이들 도시의 공통점이 있다. 자신들만의 공간을 사랑하고 가꾸며 더 가치 있는 콘텐츠를 담으려 노력한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주민과 예술인과 기업이 협력하면서 커뮤니티아트를 실천하고 있다. 당장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미래의 이익과 공동체의 발전을 우선시하고 있다. 특정 장르에 몰입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간 융복합과 새로운 모델을 개척하면서 시대정신을 만들고 있다. 발 닿는 곳마다 사랑과 감동, 아름다운 스토리로 가득하다. 그리고 사람들 모두 세계라는 무대를 품으며 꿈을 빚고 있다.

지금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문화도시 청주를 향한 열정이 준비되어 있느냐고, 청주를 청주답게 가꿀 콘텐츠를 품고 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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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