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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섭

청주시문화재단 문화예술부장

저잣거리의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있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 안철수의 새정치와 김정은의 속마음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창조경제는 누구나 싶게 말할 수 있지만 수학이나 지식의 잣대로 거둬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실로 맺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그런데 창조경제라는 막연하고 추상적인 이야기가 삶에 스미는 현실이 되고, 새로운 미래가치를 담는 그릇이라는 사실을 이웃 나라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영국 북부의 스코틀랜드 지방에 위치한 글라스고(Glasgow)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인구 60만의 항구도시인 글라스고는 산업혁명과 함께 금융, 무역, 건설 등이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세계적인 항구도시로 성장했다.

그렇지만 영원히 해가 지지 않을 것 같았던 영국이 쇠락하면서 이 도시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그 많은 공장들과 빌딩들은 불이 꺼져 황량하기 짝이 없고 주민들은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하나 둘 도시를 탈출하기 시작했다. 경기침체와 고용하락, 도시빈민과 갱집단의 난무 등 암흑의 도시로 전락한 것이다.

1983년, 시정부와 전문가들과 주민들은 여기서 주저앉을 순 없다며 벼랑끝 전술을 마련했다. 바로 불 꺼진 공장건물을 활용해 음악과 공예, 미술과 축제로 특화된 창조도시를 설계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침 이 도시에는 건축가·디자이너·공예가로 명성을 얻은 매킨토시가 있었기 때문에 그가 남긴 유산을 특화시키고 다양한 장르간 통섭과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건물과 도시 이미지와 각양각색의 상품들에도 그의 예술혼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담배공장과 청과물 시장 등의 상업지구였던 머천트시티 일원을 시정부가 매입을 하면서 단계적인 개발에 들어갔다. 공장의 낡고 허름한 이미지, 창고의 스산한 분위기, 골목길의 촌스러움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미술과 공예클러스터로, 음악과 공연의 메카로, 국제적인 컨퍼런스의 장으로 새롭게 선보였다. 주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Glasgow's Miles Better' 캠페인을 전개하고 시민위원회를 통해 자율과 소통과 참여의 마당을 만들었다.

이 결과 글라스고는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선정되었으며, 영국의 대표적인 문화상업지구가 되었다. 참여와 연대, 공간의 활용, 문화 DNA의 특화, 통섭과 융합, 그리고 다시 일어서겠다는 시민들의 열정이 반전의 미학을 낳게 한 것이다.

어디 글라스고 뿐이던가. 닭털 뽑던 공장이 예술가들의 아파트와 명품숍으로 변신한 뉴욕의 소호, 자연환경과 전통문화의 조화를 통해 도시 전체를 문화관광특구로 활성화한 일본의 가나자와, 낡은 건물에 예술의 온기로 가득 채우고 공공디자인으로 특화시킨 요코하마, 섬 마을을 살아있는 미술관으로 재생시키면서 연간 주민의 100배가 넘는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는 나오시마, 부르강을 경계로 전통과 모더니티의 조화를 통해 도심재생에 성공한 오스트리아 그라츠, '느리게 살기'의 화두를 던진 슬로시티 운동 본고장인 이탈리아 오르비에토, 화력발전소를 세계적인 미술관을 만드는 등 랜드마크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런던, 인간 중심의 교통과 문화정책으로 차별화에 한 파리, 전후 폐허공간을 세계적인 건축가가 참여해 현대적이고 혁신적인 건축물로 재탄생시킨 네덜란드 로테르담, 동계올림픽의 유산을 주민들의 다목적 복합단지로 탈바꿈시키고 생태적 가치를 접목시킨 캐나다 밴쿠버, 탄광공장을 박물관 미술관 공연장 등으로 재생하면서 광산도시에서 예술을 캐는 독일의 에센 등 창조도시의 사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다. 갈 길을 잃었다고 별들은 울지 않는다. 꽃샘추위 속에서도 꽃들은 그 잎잎의 열어젖힘을 주저하지 않는다. 벼랑끝에서 방황하거나 좌절할 시간에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자. 지금 대지는 푸른 기운으로 가득하다. 앞선 이들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되 지역의 고유한 결과 향을 만드는 것이 창조도시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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