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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섭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문화예술부장

올림픽은 지구촌이 스포츠라는 이름으로 힘을 겨루며 하나되는 축제의 장이다. 숨이 턱에 닿도록 달리는 그들의 모습에서, 온 몸을 던져 포효하는 젊은 사자들의 진한 땀방울을 통해 내일을 향한 꿈과 열정과 도전을 만날 수 있다. 월드컵도 그렇다. 대륙별 토너먼트를 통해 본선에 오른 각국의 축구대표팀은 뛰어난 기량과 최고의 팀워크, 신들린 묘기와 불굴의 투혼이 만나 지구촌을 뜨겁게 달군다.

이처럼 올림픽이 스포츠의 모든 장르가 모여 겨루는 꿈의 마당이고 월드컵이 축구만의 진검승부라면 엑스포는 경제ㆍ과학ㆍ문화분야의 지구촌 큰잔치라 할 것이다. 1851년영국 런던에서 만국공업박람회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엑스포는 지구촌의 모든 민족을 하나로 묶고 소통하며 교류하며 새로운 미래가치를 발굴하는 정보의 장이자 문화의 곳간이며 축제의 마당이다. 문명의 역사를 쓰게 된 수많은 발명품도 엑스포를 통해 선보였다. 1851년 런던에서는 증기기관과 방적기를 처음 선보였으며, 1862년에는 재봉틀과 세탁기가 소개되었다. 1876년 전화기(필라델피아), 1878년 냉장고와 전등(파리), 1904년 비행기(세인트루이스), 1939년 텔레비전과 로봇(뉴욕)이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최근에는 문화와 문명, 지역발전과 주민참여 등의 조화가 돋보인다. 1998년 리스본엑스포는 행사의 성공은 물론이고 도시개발을 위한 중장기 발전전략을 수립, 역사와 문화와 생태와 문명이 조화로운 도시 만들기에 성공했다. 행사장 내 건물들을 영구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공연과 전시와 문화이벤트가 실시간 펼쳐지면서 관광도시로 거듭나기도 했다. 2005년 일본의 아이치박람회는 냉동맘모스라는 최첨단 문명을 탄생시켰고 주요 행사장은 디자인과 생태의 조화를 이끌어냈으며 도시발전의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엑스포야말로 인류가 가야할 길을 담아내는 메가 이벤트이자 장대한 서사시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렇다면 종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여수엑스포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생각하게 할까. 필자는 이틀간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이라는 주제의 여수엑스포 행사장을 누비며 그 속살을 훔쳐보고 온 몸으로 호흡하고자 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나는 새로운 문명의 가치를 찾을 수 없었다. 이번 행사의 테마를 알 수 있는 주제관과 한국관 등 주요 전시관은 프로그램 구성과 컨텐츠가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 이곳에서 무엇을 찾고 무엇을 얻으며 무엇으로 나의 삶을 영유해야 하는지 가슴이 시리고 아플 지경이었다. 엑스포의 정신이 제대로 반영되긴 한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애시당초 무리한 관람객 목표 설정도 문제였지만 숫자 채우기에만 혈안이 돼 있으니 전시관마다 몇 시간씩 줄서서 진땀을 흘려야 했다. 주최측에서는 흥행몰이를 위해 연예인들을 총출동시키는 촌극의 연속이고, 조직적으로 동원되거나 이끌려온 내국인 관람객 틈에 외국인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엑스포의 속살을 엿보기보다는 설렁설렁 구경하고 이벤트나 즐겨야 하니…. 그나마 디지털갤러리와 기후환경관, 에너지파크, 그리고 일부 기업관은 최첨단 IT 기술을 통해 환경 및 해양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었던 것이 다행이었다.

전시관의 어수선한 분위기와는 달리 행사장의 환경과 서비스는 수준급이다. 만경창파를 품고 드넓게 펼쳐진 깨끗한 환경, 누구나 쉽게 목적지를 찾을 수 있도록 한 시원시원한 표지판, 눈만 돌리면 만날 수 있는 화장실, 곳곳에 포진돼 있는 안내소와 운영요원의 친절한 서비스, 건물마다 만날 수 있는 친환경시스템, 걷다 지치고 줄서다 힘 빠지면 맨바닥에 앉을 수 있을 정도의 말끔한 바닥과 수많은 의자들, 방문객들의 지루함을 달래주는 크고 작은 이벤트, 주변의 관광자원과 연계된 투어프로그램 등은 여수만의 자랑거리다.

이제 여수엑스포가 무엇을 남길 것인지, 향후 공간활용과 지역발전의 마스터플랜은 무엇인지 지켜볼 일이지만 전국의 지자체와 축제관계자들이 꼼꼼히 따져보고 여세추이(與世推移)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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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