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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섭

동아시아문화도시 사무국장

아르헨티나 소설가 호르헤 보르헤스는 "천국이 있다면 그곳은 도서관처럼 책의 향기가 가득할 것"이라고 했다. 스튜어트 머레이는 '도서관의 탄생'이라는 책에서 "인류가 창안한 가장 위대한 건축물은 도서관"이라고 했으며 빌 게이츠는 "내가 살던 작은 마을의 도서관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했다.

영국 처칠은 아버지가 애독하던 '로마제국쇠망사'를 군 복무 중에도 하루 5시간씩 탐독했고, 세종대왕은 역대 임금 중에서 최고의 독서왕이었으며 신하들에게 책 읽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 특별휴가를 주기도 했다. 조선 후기 학자 김득신은 1만 번 이상 읽은 책이 36권이나 되고, 실학자 이덕무는 간서치(책만 읽는 바보)라 할 정도로 책을 끔찍이 좋아했다.

이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책은 한 사람의 꿈을 키우는 지적 자양분이며, 시대를 담는 그릇이다. 치열한 삶 속에서 지혜와 열정을 만들어 주고, 세계와 소통하며 새로운 도전을 기꺼이 허락하는 열린 미래의 창이다. 나 또한 책을 읽는 시간과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홀로의 자유를 만끽하며 상상의 나래를 펴는 축복을 즐긴다.

KBS에서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특집 프로그램 '이어령의 100년 서재'를 방영하고 있다. 나는 최근 몇 차례 당신의 서재를 드나들면서 수많은 책들을 훔쳐보았고, 디지털과 전통과 예술과 생태의 조화로움을 만났다. 이 때문에 '이어령의 100년 서재'는 분명 책 속에 담긴 비밀과 역사의 비밀, 당신만의 예리한 통찰력과 창조적 깊이를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명쾌하게 제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 믿음은 나의 심장을 후벼 팔 정도로 충격적이었고 그 때마다 내 몸에 있는 10만개의 세포가 흥분하지 않았던가.

1화 '빛이 돌아온 날'에서는 침략의 아픔을 딛고 광복의 기쁨을 품으며 달려온 한국인의 빛과 그림자를 웅변했다. 은빛 비늘을 세우고 힘차게 헤엄치는 연어떼처럼, 강철의 깃털로 회오리바람을 뚫고 천애 절벽위에 둥지를 트는 독수리처럼 나의 지느러미, 나의 날개를 만들자는 대목에서 눈물을 토하기도 했다.

2화 '흙의 마음, 지렁이 울음소리'에서는 밟힘의 역사속에서도 생명을 중시하고 흙과 함께 살아온 고단한 우리네의 이야기를 노래했고 3화 '내 얼굴찾기'에서는 부모로부터 유산처럼 물려받은 얼굴이지만 불혹이 넘으면 자신만의 얼굴을 만들어야 한다며 "어찌 흐르는 눈물을 성형하랴, 어찌 빛나는 그 눈빛을 화장하랴. 한국인의 열정과 꿈을 담은 얼굴을 만들자"고 했다.

4화 '하늘의 시선'에서는 과학보다 더 명쾌한 통찰력으로 우주와 대지와 예술의 세계를 파고들었다. 우주에서 보면 중국도 작은 나라에 불과하다며, 담도 벽도 없고 인공과 자연의 경계도 없는 오직 하나의 한국을 생각하며 세계를 향한 대 항해를 멈추지 말자고 했다. 5화 '집, 살다'에서는 산은 신선이 살아야 명산이고, 강은 용이 살아야 신령한 강이고, 집은 나누는 정과 사랑이 있어야 내 집이니 너의 흙과 나의 돌로 집을 집자고 외쳤다. 한국인만의 사랑과 문화와 꿈이 담겨있는 집 말이다. 6화 '밥, 먹다'에서는 한국이야말로 2천년 바이오공화국이라며 발효과학과 장독대문화와 나눔과 정의 가치를 강조하며 세계를 품고, 세계를 감동시킬 수 있는 문화를 만들자고 했다.

이어령의 100년 서재 마지막회가 생명문화의 도시 청주에서 촬영된다. 10월 5일 3시부터 국립청주박물관에서 미래자본인 '생명문화'가 왜 중요한지, 궁극의 디자인인 '젓가락'으로 내일의 문을 어떻게 열 것인지 노래할 것이다.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고 문학과 정치, 문화와 문명을 가로지르며 방대한 지식과 날카로운 통찰로 시대를 선도한 당신의 메시지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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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바이오 산업의 인프라 역할 선도"

[충북일보] "대한민국 바이오 산업의 인프라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김동일(56) ㈜키프라임리서치 대표는 준공 이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았지만 국내외 관계자들의 방문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담담히 말했다. 오송캠퍼스에 관심을 갖고 찾아온 미국, 태국, 벨기에, 네덜란드 스위스 등의 신약·백신 개발 관계자들의 견학이 줄을 잇고 있다. 김동일 키프라임리서치 대표가 청주와 바이오업계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은 지난 2020년 7월이다. 바이오톡스텍의 창립멤버인 김 대표는 당시 국내 산업환경에 대해 "이미 성숙단계에 접어든 제조업이 아닌 대한민국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는 산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 BT(바이오테크놀로지)와 IT(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라는 두 개의 큰 축이 보였다"며 "이가운데 BT가 글로벌 산업 경쟁력이나 발전 정도·세계 시장 진출 정도로 봤을 때 타 산업 대비 훨씬 경쟁력이 부족했다. 그래서 오히려 기회가 더 많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BT를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업계에 뛰어들었을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에는 실제로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바이오 분야의 회사들은 국내시장·제네릭 분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