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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섭

공예디자인벨트 총괄코디

모든 생명은 극적이다. 아름다운 삶의 순간들, 혹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겪어야 하는 서글픈 상처 모두가 극적이며 신비의 체험이다. 사람의 일만이 아니라 대자연도 사랑과 영광과 아픔과 고난이라는 성장통을 겪는다. 보라, 북풍한설을 딛고 해산의 기쁨을 즐기는 찬란한 봄의 성찬을.

예술이 없는 세상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배부른 자의 노래라며 비아냥거리는 순간에도 예술은 우리에게 또 다른 희망을 찬미하고 위대한 성장통을 허락케 한다. 알파고라는 신인류의 탄생을 우려하면서도 좌절하지 않는 것은 이 모든 극적인 삶을 시와 노래와 춤과 그림으로 찬미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문학은 기록과 상상과 성찰과 창조의 노둣돌이다. 노벨상 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장르가 문학분야인 것도 평범한 일상의 풍경을 눈부시도록 아름답게 변주하기 때문이다. 가슴속에 응어리져 있는 어둠의 때를 한 겹씩 벗겨내기도 하고 세상의 변화를 조금씩 받아들이며 내 삶의 뒤안길을 돌아보기도 한다. 한 편의 드라마와 영화와 연극이 되기도 하며, 하나의 춤과 노래로 불려지기도 한다. 그래서 문학은 모든 예술의 어머니다.

정부가 문학진흥법을 제정하면서 핵심 사업으로 국립한국문학관을 건립하기로 했다. 인류의 탄생 이후 가장 위대한 기록이 문학이며, 문학을 통해 사람의 가치가 변화하고 도시와 국가의 운명이 갈라지며 미래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노벨문학상 하나 없는 나라는 비극이다. 문학을 통해 창조경제, 문화융성, 국민행복을 일굴 수 있으니 문학의 시대는 곧 풍요의 시대가 아닐까.

국립한국문학관 건립 소식이 전해지자 전국의 지자체가 유치에 발 벗고 나섰다. 대부분이 자기 동네를 대표하는 근대문학인이 많고 적고를 유치의 척도로 생각한다. 어느 도시는 대통령에게 지역현안 사업이라며 건의하기도 하고, 정치적인 술수를 쓰는 도시도 있다. 그렇지만 국립한국문학관은 정치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며 접근 방식도 창조와 혁신의 모델이 되어야 한다. 건립의 용이성, 주변 여건의 우수성, 자원의 활용성, 역사·문화적 혁신성, 접근의 편리성, 확장성, 융복한 콘텐츠와 글로벌 네트워크 등이 유치의 조건이 되어야 한다.

청주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이미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 직지를 탄생시켰고, 조선의 베스트셀러 명심보감 최초본도 청주에서 찍었다. 세종대왕은 초정행궁에서 한글 창제의 과업을 마무리하고 다양한 조선의 르네상스를 펼쳤다. 우암 송시열, 송강 정철, 책벌레 김득신 등의 문학적 기반도 갖추고 있다. 단재 신채호와 벽초 홍명희의 살아있는 민족혼, 민족문학은 물론이고 '향수'의 작가 정지용을 비롯한 수많은 근대 문학인들을 만날 수 있다. 현대에 와서는 시, 소설, 문학평론, 드라마 작가, 한글 설치미술가, 한글 디자이너 등 수많은 사람들이 문학에서부터 다양한 융복합 예술장르에 이르기까지 국내외를 무대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사통팔달의 글로벌 교통망과 건립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갖고 있다. 문학관 건립의 필수요건이 될 수 있는 접근성, 개발용이성, 확장성, 연계협력성 등이 체계적으로 갖추어져 있고 주거, 산업, 상업, 교육 등과 네트워크 가능한 콘텐츠 및 시스템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문학이 문학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미래자원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과 역량까지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문학은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약속하는 마르지 않는 창조와 공감의 샘물이다. 시대의 영광과 아픔이 더 큰 삶과 예술로 성장하고 세계를 향한 관용과 인식의 확장이다. 그러니 국립한국문학관 유치와 아름다운 결실을 위해 청주시민의 열정과 지혜와 하나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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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