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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섭

가을이 깊어갑니다. 사람에겐 저마다 저울의 눈금으로 잴 수 없는 존재의 무게가 있습니다. 찬바람 불고 낙엽 흩날리는 지금, 모두가 각자의 시선으로 마음의 풍경을 만들어 갑니다. 가을볕을 따라 자박자박 길을 걷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문화공간을 찾아 허기진 마음을 달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누구는 치열한 삶 속에서 새로움의 가치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저는 불 꺼진 옛 청주연초제조창에 문화의 군불 지피는 일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젓가락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말이죠.

오늘은 한중일 3국이 함께하는 젓가락의 날. 공연, 체험, 전시, 학술, 그리고 경연대회까지 젓가락으로 맺어지는 동아시아 평화의 마당을 펼치는 날입니다. 이 중 담배공장에서 열리는 젓가락특별전 다섯 고개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젓가락이라는 작은 도구로 한중일이 하나 되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곳이니 만추의 계절에 나들이 코스로 강력 추천합니다.

이야기 한 고개. 수저를 들다. 한중일 3국이 2000년을 함께 사용해 온 것이 무엇일까요. 오직 하나, 젓가락입니다. 젓가락은 엄마 젖을 떼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아니 죽은 후에도 함께 해 온 도구입니다. 생명문화를 상징할 뿐만 아니라 신체의 일부나 다름없습니다. 손가락, 발가락, 숟가락, 젓가락…. 준비되셨다면 수저를 들어 보세요. 문화를 집고 세상을 담아 보세요.

이야기 두 고개. 젓가락, 삶을 담다. 관혼상제(冠婚喪祭), 생로병사(生老病死). 인간의 삶을 한 마디로 요약한 단어죠. 젓가락이라는 작은 도구 속에도 생로병사가 있습니다. 한중일 3국이 하나의 문화권을 이루며 수천 년을 함께 해 온 것도 젓가락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그렇지만 젓가락이라고 다 똑같지가 않습니다. 국가별로 다르고, 시대별로 다릅니다. 이를 통해 저마다의 독특한 삶과 문화를 만들어 왔습니다. 탄생, 결혼, 그리고 죽음 등의 이야기와 젓가락의 문화유전자를 다양한 유물과 자료를 통해 만나보세요. 스토리텔링으로 다시 태어난 2016청주젓가락도 있습니다.

이야기 세 고개. 젓가락, 멋을 담다. 젓가락이라는 작은 도구가 있기 때문에 생명을 찬미하고, 문화예술을 즐기며, 아름답고 윤택한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젓가락은 디자인의 엣센스이며 모든 공예의 시작입니다. 우리 고유의 삶과 멋을 담기 위해 진한 땀방울 흘리며 예술의 가치를 창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한중일 젓가락 삼국지라고 해도 좋습니다. 최고 장인들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작가의 방, 현대 아티스트의 창작품 등을 통해 전통과 현대를 잇고, 문화와 예술을 잇는 특별한 경험을 즐기세요.

이야기 네 고개. 젓가락, 흥을 담다. 젓가락질을 잘 하면 밥도 잘 먹고 건강해지며 두뇌활동이 활발해 진다는 것은 세계가 인정한 사실입니다. 보기도 좋고 성품도 바르며 멋스럽기까지 합니다. 교육, 공연, 스포츠, IT, 자동차와 조선 산업 등 손재주와 관련해서는 세계 으뜸인 것도 젓가락문화 유전자 때문입니다. 한중일 3국의 음식과 상차림, 술 문화, 다도문화, 복식문화, 장단문화를 함께 즐기세요. 한복·치파오·유카타, 청주 신선주·칭다오 맥주·니가타 사케…. 한중일 문화 삼국지가 펼쳐집니다. 마음껏 즐기시고 마음껏 희망하세요.

이야기 다섯 고개. 수저를 놓다. 이제 수저를 내려놓아야 할 시간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죠. 새로운 삶, 새로운 꿈, 새로운 미래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젓가락은 가락을 맞추는 생명의 리듬입니다. 젓가락은 짝을 이루는 조화의 문화입니다. 젓가락은 천원지방 디자인 원형입니다. 젓가락은 음식과 인간의 인터페이스입니다. 젓가락은 하드웨어, 젓가락질은 소프트웨어입니다. 젓가락처럼, 올곧게 행복하게 사세요. 만수무강萬壽無疆 하세요. 젓가락이 주는 동아시아 문화성찬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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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