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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1.12 16:58:51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변광섭

청주공예비엔날레 부장

짧은 해외 여행길에 그 고장의 문화적 특성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시간에 쫓겨 가면서 여기 저기 기웃거리고 발품 파는 고생을 해 보지만 항상 아쉬움과 미련이 남게 마련이다. 그래서 투어리스트들은 재래시장을 찾아 그들의 삶과 애환을 엿보곤 한다. 재래시장은 먹거리와 볼거리, 추억거리와 살거리가 있는 문화현장이자 지역민들의 꿈과 소망이 묻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가까운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다양한 유물 및 작품을 보며 문화예술의 향연에 빠져보기도 한다.

청력과 시력을 잃은 헬렌 켈러는 '내가 사흘 동안 볼 수 있다면(Three days to see)'이란 글에서 첫째 날은 인생의 스승을 찾아갈 것이고, 둘째 날은 메트로폴리탄에 있는 박물관을 찾아가 하루 종일 인간이 진화해 온 궤적을 눈으로 확인할 것이며, 마지막 날에는 출근길의 사람들 표정을 볼 것이라고 했다. 박물관이야말로 나 자신의 발자취이자 우리 이웃의 모습이며 역사의 거센 물줄기를 온 몸으로 호흡할 수 있는 곳임을 역설한 것이다.

필자는 2년 전 캐나다 밴쿠버 방문길에 브리티시콜롬비아대학 내에 있는 인류학박물관을 꼼꼼히 살필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캐나다 원주민들의 삶과 문화를 오롯이 담고 있는 곳인데 관람객 눈높이에 맞춘 전시연출, 시민들을 위한 알찬 교육프로그램, 다양한 문화상품 등이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도 주민들의 자원봉사와 시민도슨트 제도가 박물관을 더욱 알곡지게 만들고 있었으며 유물을 보존하고 연구 및 관리하는 모습을 창밖으로 엿볼 수 있는 환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름하여 샤울라거(schaulager)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었다. 이 때문에 밴쿠버 시민들의 전시문화 공간, 체험학습의 장은 물론이거니와 세계 각국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으니 굳게 닫혀있거나 박제돼 있는 우리의 박물관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새해 아침, 청주시민들은 국립현대미술관 분원이 옛 청주연초제조창에 들어서게 되었다는 낭보에 모두들 기뻐했을 것이다. 65년의 역사를 간직한 국내 최대 규모의 담배공장 중 일부를 활용해 '국립미술품 수장·보존센터'가 2014년까지 건립된다는 소식인데, 2만여 점에 달하는 정부 소유의 미술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관람할 수 있게 된다. 국내 최초의 수장형 미술관인 샤울라거가 되는 것이다.

샤울라거(schaulager)는 독일어로 '보는 창고' 또는 '보는 전시형 수장고'로 유럽에서는 이미 보편화되었으며, 수장고를 보여주는 전시형 공간으로 재창출하여 일반인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세계적인 미술의 도시 바젤에는 아예 '샤울라거'라는 이름의 미술관이 있을 정도다. 그런데 일부 시민들과 미술인들이 걱정을 하고 있다. 자칫 정부 소유의 미술품을 보관하는 기능에 그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우려는 기우에 불과할 것이다. 밴쿠버 인류학박물관이나 스위스 바젤의 샤울라거미술관처럼 그 자체만으로도 국가적인 브랜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관람객들이 수시로 드나들면서 미술의 향연을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하며 지역 미술인을 포함한 국내외 저명한 작가들이 이곳에서 창작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미술분야 학생들을 위해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살아있는 현장학습의 장이 되어야 하고 지역의 우수 인재를 우선 채용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 미술의 흐름을 조망할 수 있는 아카이브관도 만들고 주변의 문화자원과 연계한 관광상품 개발도 서둘러야 한다. 이와함께 공예비엔날레와 연대를 통해 세계적인 미술상품, 국가브랜드로 발전시켜야 한다. 우리는 이미 국내 첫 아트팩토리형 비엔날레를 통해 이곳이 세계 최고의 문화곳간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하지 않았던가. 담배공장에서 문화를 생산하고 문화콘텐츠를 수출하며 문화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만들고 문화복지를 실천할 수 있도록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과 역량을 모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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