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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3.22 17:32:2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변광섭

청주공예비엔날레 부장

청주를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시원스레 뚫린 가로수길의 인상을 오래 간직한다. 봄날에는 연록의 새 순 사이로 햇살이 눈부시고 여름에는 짙푸른 녹음이 장관을 이룬다. 가을에는 흩날리는 낙엽을 뚫고 달리는 기분 삼삼하며 겨울의 하얀 눈꽃은 누구나 시인의 마음을 갖게 한다. 하여 세상 사람들은 청주를 푸른 도시, 맑은 고을로 기억한다. 가로수길의 신록은 수줍고 더디며 깊고 느리다. 잠시도 쉬지 않고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며 반짝인다. 길 밖의 바람과 햇살과 구름을 안으로 안으로 모이고 조여 온다. 오늘따라 빗물에 젖은 가로수길이 더욱 빛난다. 달리는 차창에 물방울이 떨어진다. 무량하다.

가로수길을 지나 시내 한 복판으로 달려오면 무심천이 이방인을 반긴다. 무심천의 물줄기 역시 길고 느리며 수줍고 더디다. 이 동네 사람들의 말도 느리고 순하고 그 끝이 느슨하게 열려 있는데 물줄기는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다. 무심천은 청주의 심장을 남북으로 가로질러 흐르고 또 흐른다. 봄에는 대지의 기운이 스르륵 밀려오고 여름에는 초록의 생명으로 깃들고 가을에는 벼 익는 향기가 끼쳐왔고 겨울에서 적막강산의 소리없는 아우성이 넘쳐났다. 무심천은 항상 말없이, 그렇지만 쉬지 않고 앞만 보며 달려왔다. 그 속에서 청주사람들은 고단하고 막막한 일상을 토해내고 새로운 희망을 찾으려 애쓴다.

이처럼 세상 사람들은 청주를 맑고 향기로운 도시로 기억하고 있다. 그렇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청주만의 문화DNA, 청주를 대표할만한 음식, 청주의 고유한 멋과 향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시원하게 대답할 수 없다. 직지, 공예비엔날레, 산성 등 청주자랑 10선이 있지만 뭔가 아쉽고 부족함에 젖는다. 막막해지는 순간이다.

무심천 인근 서문시장이 삼겹살 거리로 조성된다는 소식에 잔뜩 긴장했다. 몇 해 전부터 이 일대를 공방, 갤러리, 카페, 음식점 등 문화쇼핑 공간으로 조성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서성거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필자는 지인들과 서문시장을 한 바퀴 둘러본 뒤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음을 확인했다. 거칠고 어두운 골목, 어수선하고 산만한 식당, 별다른 맛 없는 음식, 지역민 중심의 손님…. 이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한 삼겹살 거리는 반짝 행사, 소모성 이벤트로 그칠 소지가 크다는 생각을 했다. 삼겹살 거리를 특성화하고 청주만의 맛과 멋을 담을 수 있는 마스터플랜과 매뉴얼 개발이 시급하다는 뜻이다.

삼겹살거리에는 우리 지역에 갓 생산된 양질의 고기와 신선한 채소와 정갈한 밑반찬이 있어야 한다. 삼겹살을 요리하는 것도 전통의 기법과 현대적 가치를 조화시킨 규범을 만들어야 하며 밑반찬도 맛나고 깔끔해야 한다. 고기를 담는 그릇은 플라스틱이나 일회용품이 아닌 멋스러운 공예품이어야 하고 식당은 한국적이며 청주적인 분위기로 디자인하고 연출해야 한다. 일식집, 중식집, 양식집에 가면 그 나라의 문화적 특성을 오감으로 즐길 수 있는 것처럼 청주삼겹살에는 청주만의 멋스러움을 느낄 수 있어야지 고기 굽는 냄새만 진동하면 안된다. 종업원의 맵시도 중요하다. 한복 스타일의 단정한 옷, 친절한 안내, 청결한 공간, 맑은 미소, 후덕한 서비스 등이 청주정신이 아닐까.

골목길에도 다양한 콘텐츠가 집적화되어야 한다. 삼겹살 식당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야채가게, 과일가게, 각종 공방, 대장간, 갤러리, 북카페, 거리공연과 거리이벤트, 문화상품, 거리가구 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야 한다. 이와함께 삼겹살을 테마로 한 스토리텔링과 축제와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세상 사람들을 유혹해야 한다. 지역민들을 유인하려 하지 말고 전국 각지에서, 세계 각국에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질 수 있도록 전략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 사랑과 감동과 추억이 없는 곳은 소비자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없다. 서문시장의 삼겹살거리가 시민의 힘으로, 시민의 지혜로, 시민의 열정으로 아름답게 꽃피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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