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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섭

청주시문화재단 문화예술부장

인문학의 위기가 회자되었던 시간이 엊그제 같은데 사회 곳곳에서 인문학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출판계는 물론이고 경제, 경영, 문화예술 등 각 장르마다 인문학과의 로맨스를 만들고자 몸부림치고 있으며 교육기관과 시민단체에서도 인문학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시대마다 정도의 차이와 형식의 변화는 있었지만 역사는 항상 인간의 본질, 인간들의 관계, 그 관계 속에서 전개되고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천착해왔다.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s), 즉 지혜가 있고 이성적 사고능력을 지닌 인간이 수많은 창조적인 결과물을 잉태하고 자기성찰과 분석과 대안을 제시하며 새로운 생각의 도구를 만들 수 있었던 것도 인문학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플라톤이 시인들을 광장에서 모두 추방해야 한다고 외치지 않았다면, 칸트가 시각예술과 음악, 그리고 문학에서 감정을 근거로 한 미학적 경험을 강조하지 않았다면, 대중의 예술감각에 저항하는 아방가르드 예술운동이 없었다면 팝아트의 대가인 앤디 워홀이나 초현실주의 화가인 살바도르 달리나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그 이전에 미켈란젤로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 같은 멀티형 천재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예술이 실천의 행위였다면 인문학은 이를 지켜보면서 자신의 견해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비평의 역할을 해 왔다. 그러면서 과학, 철학, 미학 등 다양한 삶의 양식과 새로운 미래가치를 만들어주지 않았던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중고생들의 수리·논리력은 향상된 반면 자연친화력, 창의력, 언어능력, 자기성찰능력은 예전보다 떨어졌다고 한다. 미래의 1등보다 당장의 1등으로 키우려는 잘못된 교육, 창조인재보다 지나친 경쟁과 취업에만 몰입돼 있는 사회적 시스템의 결과물이 아닐까. 어쩌면 청소년 탈선과 공교육 붕괴 등의 문제도 여기에서 시작된 것은 아닌지 반성해본다.

이런 와중에 필자는 청소년인문학강좌에 마음이 갔다. 이미 뜻을 같이하는 몇몇 사람과 모임도 만들었고 청주만의 차별화된 인문학강좌를 만들자는데 의기투합했다. 직지의 도시, 교육의 도시, 문화의 도시, 평생학습의 도시 등 청주에 대한 수식어가 결코 불편하게 다가오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며,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이 다양한 생각을 담고 아름다운 꿈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인문학에 대한 고민에 빠져들면서 은연 중 청주를 인문학의 숲으로 가꾸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공연장 등 문화공간은 물론이고 각급학교와 관공서, 그리고 크고 작은 건물에 이르기까지 인문학과 관련된 컨텐츠로 옷을 입고 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청소년 인문학아카데미를 조성해 다양한 장르의 인문학을 학습하고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옥토를 만들면 좋겠다. 우리 고장 구석구석을 투어하며 역사와 생태와 문화를 호흡하는 인문학캠프를 만들고 명사와 함께하는 인문학강좌나 인문학교실도 운영하며 좋겠다. 인문학카페, 인문학갤러리, 인문학서점, 인문학아트센터 등이 밀집돼 있는 곳이 조성되면 어떨까. 글과 그림과 공연으로 물결치고 사계절 빵굽는 냄새와 진한 커피향이 솔솔 불어오는 곳, 그곳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책을 읽으며 토론하고 예술혼을 가슴에 담으며 꿈을 담금질하면 더 없이 좋겠다. 세계 인문학축제를 열고 그곳에서 세계인이 사유(思惟)하고 미래가치에 대한 담론(談論)을 나누면 또 어떨까.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새로운 미래가 온다>라는 저서를 통해 장르와 경계를 넘나드는 멀티재능을 갖춘 인재들이 필요하다며 디자인, 스토리, 조화, 공감, 놀이, 의미를 강조했다. 인문학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인문학은 고루하고 낡은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아름답고 값지게 하는 창의의 홀씨다. 그러니 청주를 거대한 생각의 숲, 인문학의 바다로 만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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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