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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섭

청주시문화재단 문화예술부장

엘리자베스 1세는 평생 결혼을 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았다. 40여 년 동안 잉글랜드와 아일랜드 왕국을 다스린 여왕이었는데 열강들의 위협과 급격한 인플레이션, 종교전쟁 등 나라 안팎의 혼란기를 극복하고 영국을 세계 최대 강국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과인은 영국과 결혼했다"며 나라의 일에 몰두했고, 이 때문에 "대영제국에는 해질 날이 없다"는 말이 나오기까지 했다. 이와함께 윌리엄 세익스피어, 프랜시스 베이컨 같은 세계적인 문인과 철학자를 배출하기도 했다. 당시 세익스피어는 그의 저서 '햄릿'에서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로다!"라고 노래했는데 그녀의 삶을 엿보면 '결코 약하지 않은, 남자보다 더 강한 존재가 여자'인 것 같다.

또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는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를 지냈는데 '대처리즘'이란 용어를 남길 만큼 영국 경제개혁에 공헌한 인물이다. 집권 후 긴축 재정을 실시해 높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낮은 경제성장률, 잦은 파업 등 이른바 '영국병'을 치유하는 등 뛰어난 정치적 역량을 발휘하면서 총리직을 3번이나 연임했다.

지난 2000년 핀란드의 첫 여성대통령으로 당선된 타르야 할로넨은 정파에 휩쓸리지 않는 국정 운영으로 핀란드를 국가 청렴도, 국가 경쟁력, 환경지수 모두 세계 1위에 빛나는 나라로 만들었으며 디자인 강국, 복지교육 국가로 발돋움시켰다. 핀란드 국민은 할로넨이 진실하고 탁월한 지도자일 뿐 아니라 사우나를 즐기면서 격의 없이 소통하는 서민적 인물이라며 사랑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나라도 여왕이 있었다. 바로 신라의 선덕왕, 진덕왕, 진성왕 세 명의 여왕이다. 왕족정치라는 시대적 특성도 있었지만 유교사회의 조선조와 달리 남녀 차별이 없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보장됐다. 여자들이 패를 나누어 밤늦도록 길쌈을 하고 술과 음식으로 가무를 즐기는 등 비교적 여성들에게 자유로운 풍속이 있었다. 이 시대 여인들의 풀꽃 같은 향기는 노래로, 춤으로, 문학으로 발전했다. 그리스의 아프로디테처럼 신라시대 절세의 자색이었던 수로부인 이야기는 시공을 뛰어넘어 지금까지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지 않은가.

선덕왕이 지혜로 빛났다면 진덕왕은 감성이 풍부했다고 전해진다. 선덕왕은 즉위하여 신라의 아홉 적을 물리치고 세상의 중심이 되고자 웅장한 황룡사 구층탑을 세웠으며, 김춘추와 김유신 같은 비주류를 전격 발탁하면서 신라 발전의 새로운 아젠다를 제시했다. 진덕왕은 김춘추와 김유신의 충정을 뒷받침하여 삼국통일의 기초를 닦았다. 화려한 금속공예가 절정이었고 그들만의 독창적인 문화의 숲을 이룰 수 있었던 것도 이처럼 여성 통솔자가 있었고 여성의 활동이 자유분방했으며, 여성의 미를 숭상했던 유미정신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이제 대한민국이 여성대통령 시대를 열었다. 그녀는 대통령 당선과 함께 대탕평, 공생, 국민행복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차별받지 않는 사회, 함께하는 세상, 모두가 행복한 미래를 가꾸겠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나는 소망한다. 문화예술이 방방곡곡 물결치고, 문화예술과 함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문화예술로 세계인을 유혹하고, 문화예술로 가장 어두운 곳에서부터 가장 화려한 곳까지 새순이 돋고 꽃이 피며 알곡진 열매를 맺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그리하여 아픔이 없는 참된 나라, 모든 사람들의 가슴속에 붉은 꽃망울을 터뜨리고 그 잎잎의 열어젖힘에 환호하며 국민 대합창 소리가 울려퍼지면 좋겠다. 이왕이면 내 사랑 청주를 '대한민국 문화중심', '대한민국 문화관문'으로 만들면 더 좋겠다.

프랑스 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는 '제2의 성'이라는 책에서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무엇을 빚고 만들며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것인가 고민이 깊어지는 시간, 여성대통령을 향한 앙가슴 떨림이 결코 나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새로운 5년은 국민 감동의 시대, 국민 화합의 시대이기를 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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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