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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섭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창조경제팀장

믿기지 않겠지만 일본 니가타시에는 100년 넘은 사케 공장만 92개가 있다. 92개의 사케박물관이 있는 거나 다름없다. 술을 빚고 맛을 내며 그간의 삶의 흔적을 담아 온 이야기가 고스란히 묻어있기 때문이다. 니가타는 일본 최고의 쌀 생산지인데다 물이 맑아 사케 제조에 최적의 환경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봄에는 사케축제를 열고, 여름에는 술과 놀이가 있는 니가타마쯔리를 개최한다.

이처럼 일본에는 100년 넘은 기업이나 가게가 5만여 개에 달한다. 사케공장 뿐만 아니라 공방, 식당, 제빵 등 결코 크지 않은 가족형의 대물림이 많다. 저마다의 비법과 정성과 전통을 통해 세월의 숲을 달려온 것이다. 이들에게 왜 아픔과 위기가 없었겠는가. 흔들리는 진통이 흔들리지 않는 전통을 만들어 왔으니 더욱 강건한 것이다.

"내 가족이 먹지 않는 것은 절대 만들지도 팔지도 않는다." 70년 장(醬)류 산업을 이끌어온 샘표식품㈜ 창업자의 철학이다. 해방과 6·25를 전후해 폐허가 된 이 땅에 누구나 장을 사먹을 수 있는 시대를 만들고 텅 빈 장독대를 대신해 우리 맛을 지켜야겠다는 신념으로 시작한 회사다.

지금은 3대째 대물림 기업으로 발전하면서 맛있는 추억을 만들고 문화를 빚는 회사로 주목받고 있다. 한식의 DNA인 발효문화를 세계화하기 위한 연구와 노력을 끝없이 전개하면서 전통 조선간장을 복원하는데 성공했고 유럽에서도 내로라하는 셰프들이 즐겨찾는 상품을 개발하는 등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세월을 견디며 오래 묵을수록 깊은 맛을 내는 한국의 장문화를 세계화 하고 있는 것이다.

고난의 세월을 견디는데도 지혜와 열정과 창조적 가치가 필요하다. 이 회사는 이천공장을 공공미술로 차별화하고 전 공정을 개방하면서 문화와 신뢰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고객을 대상으로 타깃별 아카데미와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오송에 있는 우리발효연구중심은 한국형 발효과학을 연구하는 곳인데 문화와 생태로 공간을 꾸미면서 국내외에서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 중국과 일본의 동아시아문화도시 행사 참가자들이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모두들 "문화적 마인드가 돋보이는 곳"이라며 군침을 흘렸다.

"빚을 지지 마라. 직원을 해고하지 마라. 세상에서 가장 좋은 그릇은 만들어라. 그 속에 사람들의 행복을 담게 하라." 올해로 73년째를 맞는 한국도자기 창업자의 신념이다. 청주의 대표적인 향토기업 한국도자기와 젠한국도 3대를 이어오고 있다. 역대 대통령의 식기에서부터 백악관, 로마교황청 등 세계인이 사랑하는 식기류를 만들어 왔다. 청주대학교 앞 작은 공장에서 시작해 청주공단에 대규모 도자공장을 설립했고, 젠한국은 인도네시아에 세계적인 규모의 최첨단 공장을 세웠다.

이들이 생산하는 식기류의 품질과 디자인은 단연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한다. 젠한국은 세계적인 디자이너와 협력하면서 독창적이고 참신한 디자인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친환경도자기, 무균열도자기, 도자기스피커 등 융복합 창조콘텐츠 생산에 힘쓰면서 한국형 담음새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고려청자, 조선백자의 아름다움과 품격을 창의적인 디자인과 융복합 콘텐츠로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100년의 명가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속도보다 방향을 먼저 생각하고 변화와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그 무엇을 위해 힘쓰고 소비자를 내 가족처럼 여긴다. 이익보다 전통을 지키고 세월의 가치를 상품속에 담는다. 늙어갈지언정 낡아가면 안 되기 때문이다. 정직함과 체험과 놀이가 함께 하고 지역의 발전과 평화를 함께 고민한다. 반짝하고 사라질 것인가, 아니면 100년의 명가처럼 롱런할 것인가 깊은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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